책 <작별하지 않는다 by 한강
올겨울에는 샌즈카지노 많이 온다.
내가 글을 쓰는 작은방은, 방을 확장했기 때문에 베란다 없이 전면이 다 창이다.
남향이라 햇빛이 많이 들기도 하고 아파트 앞 동과도 거리가 멀지 않아서 들여다보일까 봐 늘 블라인드를 내리고 지낸다.
그러나 샌즈카지노 오는 날은 햇빛도 들어오지 않고, 또 설경도 너무 예뻐서 블라인드를 모두 올린다. 창으로 눈 쌓인 지붕과 나무와 야산까지 쏟아져 들어와서감탄이 나온다. 샌즈카지노 소음을 흡수해서 만든 알맞은 정적 속에서 글을 쓴다.
몇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학교에 공휴일이면 당직이 있던 시절, 명절에 당직이 걸린 기혼 선생님들은 당직을 바꾸어줄 사람을 애타게 찾았었다. 그럴 때면 나는 기분 좋게 당직 날짜를 바꾸어드렸었다. 구태여 매년 되풀이되는 명절 차례에 참석하고 싶지도 않았고,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읽고 싶은 책이나 실컷 읽는 것이 백배는 좋았기 때문이다.(물론 엄마한테는 운이 없어서 명절에 당직이 걸렸다고 말했다.)
설은 겨울이라 운동장에 샌즈카지노 쌓인경우가 많았다. 방학이라 아무도밟지 않아서 깨끗한 운동장의 눈밭을 보며 마음껏 고독을 즐길 수 있었다. 고궁을 제외한 서울의 어느 곳도 이렇게 넓고 깨끗한 눈밭을 제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눈덮인운동장에 나가 고즈넉한 정적을맛보았다. 한편으로는 선배 선생님들에게 편의를 베풀면서 또 한편으로 은밀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던 소중한 기회였었다.
한편 '눈' 하면 북유럽의 영화 <렛미인이 떠오른다. 영화 속에서 온세상을 덮은눈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의미한다. 샌즈카지노 덮인 아름다운 설경은 피상적인 평화로움일 뿐이다. 그 아래에는 끔찍하고 잔혹한 사연들이 숨어있다. 눈은 얼음장 아래에 묻혀있던 시체나, 소년의 마음속에 숨어있던 잔인한 복수심을 가리는 가면이다.
상상력이 빈약한 나에게,눈에 대한 이야기는여기까지다.
이제는 눈을 보면 한강 작가가 생각나고, 그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떠오른다.
눈을 보면서내리는 샌즈카지노 들려주는 이야기를 경청하게 된다.
소설은 화자인 경하와 그녀의 오랜 친구다큐멘터리 작가 인선의 관계를 통해 과거 제주의 역사적 비극을 이야기한다. 제주 토박이 인선의 부모가 겪은 비극이 그들의 자손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그것이 현대의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어떻게 확대되는가를 먹먹하게 묘사한다.
책을 읽으며 작가가 불면과 소화불량과 싸우며 사력을 다해 글을 쓴다는 것도 너무 느껴져서, 한편으로는그의 작품이 기다려지기도 하지만다른 한편으로는걱정이 되기도 할 정도였다. 나처럼 잡문을 쓰는 사람도 가끔 작가 소리를 듣지만, 작가라 하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자세는 작품 속 내용처럼 “껍질을 벗은 달팽이가 칼날 위를 기어가는” 아픔을 감수해야 하고, 샌즈카지노이 잘린 손가락을 봉합 수술했지만 신경이 죽지 않도록 “3분마다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통증을 느껴야 하는것과 같은마음이다. 또 작가란 죽은 새의 영혼이 날아왔을 때 벽에 그 그림자의 윤곽을 그려야 하는 영매같은 존재이기도하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산을 넘어가면 평범한 삶을 보장받지만, 기어코 뒤를 돌아보아서 돌로 변한 전설 속 바위처럼, 보아야 할 것도 구해야 할 것도 많은 사람이다. 아무리 끔찍한 장면도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보아야 하는 사람이작가이다.
작가 경하의 무의식이라고 볼 수도 있는 친구 샌즈카지노은, 부모가 제주의 비극을 겪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자신은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결국 그것의 진실을 밝히는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어느 날 제주공항 활주로 아래 묻힌 유해들의 사진이 보도되었을때, 그녀는 거기에 유난히 몸을 구부린 엄마 나이의 유해를 보고, 매일 밤 실톱을 요 밑에 깔고 자야 악몽을 꾸지 않는 엄마와 그 유해의 이야기를 엮어 작품으로 만들 결심을 한다. 자신도 책상 아래에서 몸을 구부려보며 과거의 그샌즈카지노에게 자신을 이입해보기도 한다. 엄마는 평생을 잡혀간 외삼촌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외삼촌의 유해를 찾지도 못한채어떤 젊은이 한 명이 살아남았다는 말을 듣고, 오빠가 죽었을지도 모르지만혹은 살아남은 샌즈카지노이오빠일지도 모른다는 분열적인 상황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린다. 샌즈카지노은그런 엄마를 돌보며 씨름할 때,자신이엄마 한 샌즈카지노이 아니라거대한 역사와 씨름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 엄마가 평생 모은 비극의 자료를 살피고 자료의 빈자리를 그녀도 찾아서 메꾼다. 제주의 거센 바람을 맞을 때 그당시죽었던 어린아이들이 바람이 되어 돌아왔다고 느끼고 경하와 이것을 알리는 작품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다.
인선이 무의식 속 의지의 화신이라면 경하는 이것을 수행하는 자아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샌즈카지노이 시키는 대로 제주로 와서 샌즈카지노의 영혼이 찾아와 보여준 것을 토대로 작품<작별하지 않는다를구상한다. 이때 둘을 이어주고 융합하는 매체가 바로 ‘눈’이다.
눈보라를 뚫고 들어간 인선의 제주 집에서 경하가 새의 영혼과 인선의 영혼과 만나는 장면은 살아있는 존재와 죽은 존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과거는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독창적으로 보여준다. 구덩이 속젊은 유해와, 살았으나 늘 악몽에 시달렸던 엄마는 같은 샌즈카지노이나 마찬가지이고, 그것을 이어받은 인선과 그것을 작품으로 알릴 경하가 같은 샌즈카지노이나 마찬가지다.
“샌즈카지노 온다, 떨어진다, 날린다, 흩뿌린다, 내린다, 퍼붓는다, 몰아친다, 쌓인다, 덮는다, 모두 지운다.”
눈의 결정 모양은 제각기 다르다. 한송이 한송이 마다 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
먼지를 핵으로 해서 결정이 만들어지고 작은 결정들이 ‘결속’하여 큰 눈송이를 만드는 것처럼, 개인의 이야기들이 모여서 커다란 서사를 이룬다.
눈은 옛날에도 내렸고 지금도 내린다. 물이 순환하니,비극이 있었던 겨울 내리던 샌즈카지노 지금 우리에게도 내리는 것일수도 있다. 수백 년 수천 년 내려온 샌즈카지노 그동안의 기억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눈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한 다음에야 녹으며 사라진다.
유해가 떠내려간 기슭 근처, 경하와 인선이 나란히 누운 눈의 격벽에서 촛불이 꺼지자 경하가 외친다. “사라지지 마!”
경하는 성냥불을 켠다.
작가는 작은 새 같은 그 불꽃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