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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Feb 19. 2025

이해할 수 있는 라이브바카라 된다는 것.

<남과 여라는 유명한 영화가 있다. 내가 어렸을 때 - 그러니까 대략 10대 초반일 것이다 - TV에서 해주는 영화로 본 적이 있다. 영화를 직접 본 사람은 없어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주제가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지금 찾아보니 1966년 영화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각본상,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등을 수상했다고 한다. 어린 마음이지만 상 받은 영화라길래 꼭 봐야지 했나 본데, 막상 정말 재미없어서 보다 말았던 것 같다. 당시엔 이게 왜 유명하다는 것인지 전혀 라이브바카라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그땐 알 수 없었다. 알았다면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모를 일.


시간이 한참 지나 한때 DVD로 영화를 수집하고 시청하는 취미를 즐기던 적이 있다. 정리하지 못한 미련처럼 지금도 남은 몇십 장의 DVD를 고이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진심이었다. 꽤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수집했다. 어릴 적 기억에는 재미없던 그 영화를 왜 굳이 돈 주고 샀는지 모르겠지만 <남과 여를 구해서 다시 시청했다. 20대 후반에 만난 그 영화는 나에게 전혀 다른 의미를 주었다. 그렇게 남다르게 감상했던 영화도 벌써 20년은 훌쩍 지나버려 글을 쓰는 지금, 줄거리도 장면도 희미하지만 라이브바카라가 들며 세월의 풍파를 맞은 감상자(나)로서 느꼈던, '같은 영화 다른 감상'의 큰 차이에 대한 기억만은 또렷하다.


작가 김훈의 <허송세월을 읽고 나니 이 책은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0이 넘은 작가의 시점에서 바라본 세상과 삶의 무게는 마치 10대에 <남과 여를 라이브바카라할 수 없었던 어린 나와 비슷하다. 이제 제법 라이브바카라가 들어 반백살에 들어섰지만 <허송세월에 있는 많은 글들은 내게 울림과 공감을 자주 가져다주기보다는 아, 늙어가는 이의 시선은 이렇겠구나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는데 그치고 말았다. 물론 어렵게 풀어서 쓴 내용도 아니요, 작가의 문체 또한 간결하고 직설적이기 때문에 해석과 견해의 차이가 생기는 일은 아니다. 다만 감히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다 알아 들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는 고백이다. 머리로는 그래, 그런 거겠지 하며 라이브바카라가 되는데 마음으로 구구절절 ‘공감’하는 데는 한계를 느꼈다. 특히 막바지에 실린 ‘호수공원의 봄’ 이야기에서 그의 기억 속 DDT 냄새와 똥냄새에 관한 얘기는 아무리 상상하려 해도 만질 수 없는 모호한 이야기였다. 얼핏 그래도 똥냄새 정도는 공감할 여지가 있었는데, 내 어릴 적 주기적으로 마을에 똥차가 들어설 때면 맡았던 고약한 냄새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그가 펼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따라가다가, 개인적 기억의 끝자락에도 닿았는데 나는 아직 그것을 글로 쓸 용기가 없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글을 쓴 지가 거의 십 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쓰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는 사실은, 용기 부족인지 아니면 더 라이브바카라가 들어서 대담성을 가진 후에 가능할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의 글에 더 깊이 빠져들수록 이미 세상을 먼저 살아보고 제법 라이브바카라가 들면 지금보다 용기 내어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겠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도 생겼다. 모든 이들이 라이브바카라가 들었다고 해서 현명해지고 더 용감해지는 것은 아니란 것도 잘 안다. 그래도 작가라는 이름으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소신을 밝히는 글이 무척 반가웠다. 나도 나중에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생길 정도로.


끝으로, 상상할 수는 있어도 공감하기는 어려운 글을 몇 편 읽고 나니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공감을 사는 동 시대성을 가진 글을 쓴다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구나 싶어졌다. ‘공감과 위로’가 되는 글이 사랑받는다는데 애초에 나 스스로를 위한 글로 시작했다 보니 독자들의 마음을 놓친 것은 아니었나 후회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좋은 글과 책을 많이 쓴 작가도 그러할진대, 나의 글 또한 마찬가지라고 짐짓 아전인수격으로 생각을 해본다. 그러니 되려 위로가 라이브바카라. 아, 결국 공감에는 실패했지만 나는 위로를 받았으니 과연 <허송세월은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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