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dina domestica, 南天竹, 南天燭, 南天
칸옥션 제37회 미술품경매에 조선 후기 역관 역매亦梅 오경석吳慶錫(1831~1879)이 서화를 수장했던 천죽재天竹齋에 대한 청나라 문인들의 그림과 글을 엮은 <천죽재시화첩이 출품되었다. 나는 이 소식을 김영진교수님 포스팅을 통해 알게 되어, 옥션 도록에 소개되어 있는 정조경程祖慶(1785~1855)의 <천죽재도 발문을 읽게 되었다.*
“역매서실 앞에 스스로 피어난 온라인바카라촉 한 무리가 있었는데 이재 권군(권돈인權敦仁)이 이를 계기로 그 서실에 '천죽天竹'이라는 제액을 붙였다고 한다. 함풍 을묘년(1855) 봄, 역매와 다시 도문都門에서 만났는데 부탁을 하여 그려드린다. 정조경이 아울러 기록하다. (亦梅書室 之前自生 天南燭一叢 彛齋權君 因以天竹顏 其齋額 咸豐乙卯 之春与 亦梅再晤 於都門屬 為之圖 程祖慶幷記)” (p.107)
바로 오경석의 서실 이름을 권돈인이 ‘천죽재’라고 지은 내력을 설명하고 있었고, 천죽은 곧 남천촉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고전의 식물을 찾아다니는 식물애호가로서 천죽이 무엇인지에 대해 흥미가 생긴 나는 소개 글을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이 작품은 먹만으로 그려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좌측 하단 바위곁에 핀 나무가 온라인바카라촉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온라인바카라촉은 빨간 열매를 맺는 식물로, 뜰에 심으면 불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 내용은 이 첩에 수록된 시에도 수차례 등장한다.” (p.107)
“…
역매가 천천히 뜰에서 걷고 있는데,
갑자기 기이한 풀이 정원에서 자람을 느꼈다네.
가지와 잎은 하루하루 커가고,
과실은 어찌도 주렁주렁 달리는지.
눈바람 속에서 마구 흔들리고 있으나,
그 미모는 천 송이 장미의 아름다움 앗았다네.
…
舉步忽有觸 異卉生庭階
枝葉日以長 果實何纍纍
扶搖風雪中 豔奪千玫瑰.” (p.107)
섭명풍葉名灃이 <온라인바카라도에 지어준 시의 일부이다. 매괴玫瑰는 장미속의 해당화이므로, 마지막 구절은 ‘그 미모는 천송이 해당화의 아름다움 앗았다네’가 더 나을 듯하다. 아무튼 이 시를 통해 천죽은, 해당화 꽃은 보통 붉은 색이므로, 붉은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고 겨울철 눈보라속에서 그 열매가 흔들리는 모습이 천송이 해당화보다 아름답다고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페이지에는 사마종司馬種이 그린 <천죽재도가 실려있는데, 이 그림은 채색을 하여 천죽의 잎과 빨간 열매 모양을 더 선명히 볼 수 있다. 또한 풍지기馮志沂가 <천죽재도를 노래한 화제시에서도 “… 아름다운 초목들은 그가 손수 심은 것인데, 말하기를 그 초목들은 불을 막을 수 있다네. 푸른 가지에 빨간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모습이 산호 갈고리를 감싸듯 비추는구나. (… 嘉卉手親植 云可祛鬱攸 青柯綴朱實 掩映珊瑚鉤 …”)라고 천죽을 묘사하고 있다.
나는 위에 소개한 도록의 글을 읽으면서, 온라인바카라촉 혹은 천죽이라는 이름의 정원수가 우리나라에서 관상용으로 전국에 흔히 식재하는 온라인바카라(Nandina domestica)이 아닐까 추정하게 되었다. 이 온라인바카라은 상록 관목으로 서울에서도 잎이 월동할 수 있고, 겨울철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붉은 열매가 이색적이기 때문이다. 이 추정이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문헌을 탐색해보았다.
일제강점기 문헌을 살펴보면, 1920년 <조선어사전의 표제어에 남천은 없지만 대신 남촉목南燭木, 남촉초南燭草, 남천촉南天燭이 다음과 같이 수록되어 있다.
“南燭木(남쵹목) (名)(植) 南天 なんてん. (南燭草, 南天燭).
南燭草(남쵹초) (名)(植) 「南燭木」(남쵹목)に同に.”
南天燭(남텬쵹) (名)(植) 「南燭木」(남쵹목)に同に.”
즉, 사전이 편찬되던 1910년대 당시 우리나라에서 남촉목, 남촉초, 남천촉 등으로 부르던 식물에 대해 일본명 “남천南天 なんてん”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1925년판 마키노(牧野富太郞)의 <일본식물도감에는 ‘なんてん’의 학명을 Nandina domestica Thunb. (남천)으로 적고 있다.** 1932년 간행 <토명대조선만식물자휘土名對照鮮滿植物字彙에도 ‘なんてん, Nandi(n)a domestica Thunb.’의 조선명을 ‘남쵹목(南燭木), 남쵹초(南燭草), 남텬쵹(南天燭)’으로 기록하고, 중국명도 동일하게 기록하고 있다. <중국식물지에 따르면 현재 남천의 중국명은 ‘남천죽南天竹’이며 중국 속명으로는 ‘남전죽藍田竹’, ‘홍천축紅天竺’ 등이 쓰인다고 한다. 참고로 <중약대사전에서는 남천죽의 다른 이름으로 천촉天燭. 홍구紅枸, 남전죽藍田竹 등을 적고 있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식물명 ‘남천’은 중국 명칭이 아니라 일본 명칭에서 기원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관상수로 사랑받은 남천은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이나, 1943년 <조선삼림식물도설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1957년 정태현(1882~1971)에 의해 간행된 <한국식물도감 – 상권 목본부에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 내가 참조할 수 있는 식물도감류 문헌 중에서는 1956년에 간행된 이영노(1920~2008), 주상우 공저 <한국식물도감에 “576 남천(南天) Nandina domestica Thunbergii 매자나무과. 따뜻한 나라에 자라는 늘푸른 나무로서 우리 나라 뜰에 심어 가꾼다. …”라고 기재된 것이 가장 빠른 것이었다. 그 후 1966년 임업시험장에서 간행한 <한국수목도감에 다시 “208. 남천 Nandina domestica Thunb. [매자나무科]. 남쪽에서 관상용으로 재배하고 있는 상록관목이며 높이 3m에 달한다. …”로 수록된 후, 거의 모든 식물도감에 비슷한 내용으로 수록된 듯하다.이 임업시험장 간행 <한국수목도감은 당시 서울대학교 농과대학교수 이창복(1919~2003)에게 위촉하여 발간한 것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해방 후 1947년에 간행된 <큰사전 (2)에는 일본 명칭인 온라인바카라은 수록되어 있지 않고, 온라인바카라촉(南天燭)과 남촉(南燭)이 Nandina domestica Thunb.를 지칭하는 우리말로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1950년대와 60년대에우리나라 대표적인 식물도감 저자인 이영노와 이창복이 ‘남천’으로 기재하면서, <천죽재시화첩에서 南天燭 혹은 天竹으로 불렀던 관상수 이름은 ‘남천’으로 굳어지게 된 듯하다. 아마도 권돈인은 이상적의 집 정원에 자랐던 관상수의 중국명이 南天竹임을 알고서 당호로 天竹, 두 글자를 채용했을 것이리라.
이제 천죽을 온라인바카라으로 이해하면서,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1803~1865)이 천죽재에 대해 읊은 시 한 편을 감상한다. 제목은 ‘왕원조王元照 산수화책이 일찍이 화마를 거쳤다. 왕허주王虗舟와 황좌전黃左田의 제지題識가 있다. 역매亦梅가 북경에서 구득하여 나에게 보이며 제시를 부탁했다 (王元照山水畫冊 曾經欝攸 有王虗舟 黃左田題識 亦梅自燕市購得 示余屬題)’이다.
廉州遺蹟刼灰寒 염주의 남긴 자취 화재를 견뎠으나
石破天驚補未完 돌이 깨지고 하늘도 놀라 완전히 보수하진 못했네
欲把焦桐彈一曲 초미금焦尾琴 잡고 한 곡조 퉁기려 하여도
殘山剩水思無端 쇠잔한 산천이라 무단히 시름겹네
落水蘭亭出水時 낙수난정이 물에서 나오던 때
似應神物護持之 신물이 감응하여 지켜진 것 같아라
此圖不與烟俱滅 이 그림은 연기속에 없어지지 않았으나
爛額焦頭定是誰 머리와 이마가 불탄 사람은 누구이던가
收藏餘燼抵千金 타고 남은 것을 수장한 것도 천금의 값이 나가는데
題品王黃各賞音 왕황王黃이 품평하여 인정했음에랴
天竹齋頭虹貫月 온라인바카라 머리에 무지개가 달을 꿰뚫었나니
八人那得更相侵 불이 어찌 다시 침범할 수 있으랴!
시의 대강의 뜻을 헤아려본다. 산수화책의 작가 왕원조王元照는 왕세정王世貞(1526~1590)의 후손인 화가 왕감王鑑(1598~1677 ??)이다. 원조元照는 그의 자이며, 태창太倉 출신으로 염주廉州 지부知府를 역임한 후 귀향하여 그림에 전념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첫 구의 ‘염주廉州의 남긴 자취’는 바로 왕감의 서화책을 말할 것이다. 둘째 구에는 “불에 탄 곳에 이따금 보필한 곳이 있다. 누구의 솜씨인지 모르겠다. (火蝕處 往往有補筆 不知爲誰作)”이라는 주석이 달려있다. 아마도 이 서화책을 감상하려 해도 불에 탄 흔적이 잘 보완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뜻일 것이다. 다섯째 구의 낙수난정落水蘭亭은 배가 침몰하는데도 가지고 나온 난정첩 모본摹本을 말한다. 여덟째 구의 난액초두爛額焦頭는 불을 끄느라 이마와 머리가 타버린 사람을 말하며, 이 시에서는 왕원조 산수화책을 불 속에서 수습한 이를 뜻할 것이다.
열째 구의 제품왕황題品王黃은 왕허주王虗舟와 황좌전黃左田의 제지題識를 말한다. 왕허주는 청나라의 학자로 글씨에 뛰어났던 왕주王澍(1668~1743)이고, 황좌전黃左田은 청나라 정치인이자 화가 황월黃鉞(1750~1841)을 말하는 듯하다. 황월의 자가 좌전이다. ‘홍관월虹貫月’은 서화를 많이 수장하고 있다는표현이며, 마지막 구의 ‘팔인八人’은 ‘화火’의 파자이다. 이는 마지막 구에 달린 “역매亦梅가 서화를 수장한 곳을 천죽재天竹齋라고 한다. 천죽天竹은 불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亦梅藏書畫處曰天竹齋 天竹能辟火云)”라는 주석에서 알 수 있다. 물론 천죽은 지금도 관상수로 사랑받는 겨울철 붉은 열매가 사랑스러운 온라인바카라이다.
마지막으로 AI Perplexity에게 “역매 오경석의 집 천죽재는 한문으로 天竹齋라고 씁니다. 이 천죽(天竹)이 어떤 식물인지 가르쳐주세요.”라는 질문을 해 보았다. 그랬더니, “천죽재(天竹齋)에서 "천죽(天竹)"이 가리키는 식물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하늘의 대나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 한국 전통에서 "천죽"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대표적인 식물은 온라인바카라(南天, 학명: Nandina domestica)입니다. … 온라인바카라은 중국에서는 '온라인바카라죽(南天竹)' 또는 '천죽(天竹)'이라고 부르며, 대나무와 비슷하게 곧게 자라고 잎이 대나무를 닮았으나, 실제로는 대나무와는 다른 식물입니다. … 결론:천죽(天竹)은 일반적으로 남천(南天, Nandina domestica)을 의미합니다. 즉, 역매 오경석의 집 이름 "천죽재(天竹齋)"의 "천죽"은 남천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주었다. 천죽이 무엇인지에 대해 Perplexity는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곧 고전의 식물명 탐구도 AI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할 듯하다.
<끝
*칸옥션 제37회 미술품경매 (2025.4.24) 도록,pp.100~111.[칸옥션] 44명의 청나라 문인들, 역매 오경석을 위한 그림과 시(2025.4.24)(https://www.koreanart21.com/artmarket/price/view?id=9564&page=1)
** 그림의 제발을 보면 ‘천남촉天南燭’ 한 떨기로 되어 있는데 이를 남천촉으로 번역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제발의 ‘천남촉’을 ‘남천촉’으로 번역한 것은 아마도 근거가 있을 것이지만, 그림의 제발에서 ‘天南’부분에 글자 순서를 잘못 써서 바꾼 기호가 있는지 살펴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 점이 궁금해서 4월 22일 직접 칸옥션 전시관을 방문하여, 친절한 전시 관계자님의 안내로 원화를 확인해보았으나 글자 순서를 바꾸라는 표식은 발견하지 못했다. 아마도 당시 중국에서 천남촉과 남천촉을 혼용했거나 정조경이 실수했을 수도 있겠다. (이 자리를 빌어 무명의 방문자에게 친절히 작품을 보여주시고 설명해주신 칸옥션 관계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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