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가을 어느 토토 카지노의 일기를 꺼내보다
하루 종일 침대와 책상을 오가며 책을 읽다 지겨워져 옷을 챙겨 입었다. 어제까지도 후덥지근했는데 오전에 비가 내린 후 공기가 선선해졌다. 보통 휴일은 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데 글을 쓰자니 도무지 토토 카지노의 갈피가 안 잡혀 바람이라도 좀 쐬면 어떨까 싶었다. 그랬는데 나가는 순간까지도 어디로 갈까 정하지를 못했다.
그냥 집 앞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가서 위스키나 한 병 사다 하이볼을 만들어 먹을까, 아니면 토토 카지노 더 걸어 다이소까지 가 볼까? 홈플러스는 너무 가깝고 다이소는 좀 멀게 느껴졌다. 늘 타는 자전거를 타고 갈까? 그것도 왠지 내키지 않았다. 다이소까지 갔다 돌아오려면 야트막한 오르막을 넘어야 하는데 오늘은 왠지 씩씩대며 페달을 구르고 싶지 않았다. 늘어진 몸을 추스르려면 찬 바람을 쐬어야겠는데 이것도 저것도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몇 년째 이맘때쯤이면 마음이 요동을 친다. 추석이 지나고 십이월 초까지 본격적인 신춘문예 준비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쓰고 고치고를 반복했던 소설들을 모조리 펼쳐놓고 다시 다듬어 차례차례 응모해야 한다. 계속 해 왔던 일인데도 막상 달려들자면 쉽지 않다. 이렇게 저렇게 고치면 훨씬 괜찮아지겠다 싶은 희망에 부풀었다가 조금 후엔 그것들이 다 시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친다고 되겠어? 나보다 젊고 치열토토 카지노 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희망은 잠깐이고 절망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당선자 명단에 오른 내 이름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노트북 앞에 앉기가 두려워진다. 그래서 자꾸 자료를 찾고 책을 읽는다. 아무것도 안 토토 카지노 있다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 사실 나는 그런 식으로 보내는 시간이 아주 길다. 어쩌면 쓰기에 대한 공포증일 수도 있고 그냥 게으름일 수도 있다. 글을 쓰기 전이면 늘 이 무기력한 패배감과의 싸움이 먼저다.
우선 다이소로 목적지를 정토토 카지노 걷다가 영 내키지 않으면 그냥 돌아오기로 토토 카지노 밖으로 나왔다. 다이소까지 가면 의자 등받이용 쿠션을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거리는 어둑어둑토토 카지노 시원했다. 가을이로구나. 올여름은 유난히 꼬리가 길었는데 이제는 진짜 물러나려나 보다. 손을 잡고 까르르 웃는 커플을 지나쳐 대로변으로 나간다. 일자로 쭉 뻗은 차로를 따라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있는 완만한 언덕을 내려가는 중에 헤드셋을 끼고 큰 소리로 노래 부르는 학생을 보았다. 사람이 옆으로 지나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예대학생인 듯하다. 서울예대와 집이 가까워 종종 그런 광경을 본다. 그의 거침없음이 부럽고 사랑스럽다. 나는 겨우 노트북 하나 켜는데도 하루 종일이 걸리는데...
나도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러본다. 발걸음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이렇게 가볍게 걸을 수 있다는 게 새삼스럽다. 아주 오래전 딸아이를 내 몸의 일부처럼 안고 다니다 처음으로 부모님께 맡기고 혼자 걸었던 날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가볍다 못해 조금 휘청였다. 늘 발밑에서 느끼던 중력의 절반이 갑자기 사라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였지만 그 순간의 놀라움과 홀가분함을 내내 잊지 못했다. 이제는 신발만 신고 나오면 언제든 가벼워질 수 있다는 사실에 또 놀란다. 덕분에 글쓰기의 무거움을 덜어내고 어느새 내 머릿속은 이 토토 카지노의 토토 카지노을 표현할 적당한 문장을 고르느라 바빠진다.
다이소에는 내가 원하는 동그랗고 납작한 모양의 쿠션이 없었다. 일 층부터 삼 층까지 한 번 훑고, 내려오면서 다시 이곳저곳을 살폈지만 결국 빈손으로 나왔다. 그래, 당장 필요한 건 아니니까. 어쩌면 쿠션도 의자에 앉기를 미루고 싶어 만들어낸 핑계 중 하나였을지 모른다. 아무튼 목적은 토토 카지노이었으니 빈손으로 돌아가게 돼도 상관없었다.
왔던 길을 되짚어가는 동안 거리는 조금 더 한적해졌다. 대신 술에 취해 비틀비틀 걷는 남자를 두어 번 지나쳤다. 그들은 원곡을 알 수 없는 노래를 작게 혹은 크게 부르며 나를 지나쳤다. 하나같이 사랑과 그리움에 관한 노래였다. 처음엔 나도 모르게 한쪽으로 비키며 몸을 움츠렸다. 그러다 문득 내가 더 이상 어리고 만만해 보이는 아가씨가 아니라는 걸, 그러니까 그렇게 방어적일 필요까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트레이닝 점퍼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터벅터벅 걸었다. 내가 조용토토 카지노 한적한 밤거리의 주인이 된 것 같아 근사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토토 카지노의 끝에 만날 동네 친구가 한 명 있다면 좋을 것 같기도 했다. 아무 때나 전화 걸어서 “시간 돼? 잠깐 나와.” 하면 떡진 머리에 쓰레빠를 직직 끌고 나오는 친구. 골목 입구 노가리집 앞에 내놓은 간이 테이블에서 생맥주를 한 잔씩 먹으며 아무 얘기나 막 지껄일 수 있는 친구. 내 가족처럼 그 말들에 깊이 마음 쓰지 않고, “그래, 너나 나나 참 답이 없다.”하고 툴툴 털어버릴 수 있는 친구. 돌아가는 길에는 나 혼자 집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짧게 손 흔들어주는 친구. 그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르막을 느릿느릿 걸었다.
하지만 사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그저 오랜만에 마신 서늘하고 달콤한 밤공기에 취해 흥얼흥얼 상상을 늘어놓았을 뿐이다. 어쨌든 토토 카지노을 잘 마쳤으니 오늘은 잭다니엘 한 병과 감자튀김을 사 가지고 들어가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며 토토 카지노나 한 편 쓰고 자야겠다. 이렇게 글쓰기는 또 내일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