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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디락스 Apr 23. 2025

두루미보다 케이슬롯 살 것 같다

끼룩

케이슬롯이다. 드디어 케이슬롯이 왔다. 지금의 케이슬롯은 뭐랄까... 유명한 떡볶이가 재입고되기를 기다렸다가 냉큼 주문했지만, 10일 후에 순차적으로 배송된다는 문자를 받고 흥! 케이슬롯이 상했지만, 아쉬운 건 나라서 기약 없이 기다리다가 떡볶이가 배송 시작 되었다는 택배아저씨의 문자를 받았을 때 케이슬롯이랄까.


행복하다. 케이슬롯이다.


좋아한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사랑한다고 말하면 괜히 사랑에는 끝이 있을 것만 같아 조심스럽기까지 한 케이슬롯이 오고야 만 것이다. 케이슬롯을 맞이할 준비를 하나씩 해나간다. 먼저 미니 단호박과 초당 옥수수를 예약주문한다. 다음은 대청소. 냉장고 청소를 할 때는 냉장실을 먼저 청소하며 싹 비우고 빈자리에 냉동고의 음식들을 잠시 보관한다. 행주에 알코올을 묻혀서 구석구석 닦는다. 다음은 베란다 청소다. 구석바닥을 쓸다 보면 겨울 동안 내 손길이 마저 미치지 못한 곳에 작은 거미가 한 마리씩 보이기도 하는데, 조심히 플라스틱 통에 담아 밖으로 내보내 준다. 안녕.


마지막으로 옷정리를 한다. 옷이 많이 없는 편이라 겨울옷을 들여놓고 케이슬롯옷을 꺼내어 놓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제일 손이 쉽게 닿는 곳에 러닝용 바지와 티셔츠를 차곡차곡 개어두면 케이슬롯 준비가 끝이 난다. 케이슬롯에 러닝용으로 입을 옷을 따로 산건 아니고, 원래 있는 옷 중에서 잘 마르고 가벼운 옷을 몇 벌 추려낸 것이다. 순면으로 된 옷은 땀이 나면 쉽게 젖여서 무거워지고 잘 마르지도 않는 데다가 바로 빨지 않으면 꿉꿉한 냄새가 배어서 불편하다. 10 년 전즈음 러닝 전용 옷인지도 모르고 그냥 예뻐서 샀던 나이키 티셔츠도 있고, 어디선가 사은품으로 받았던 티셔츠도 있고, 연초에 헬스클럽에 다닌다며 거금을 주고 샀지만 ‘난 숨쉬기 운동이 최선이야’라며 운동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친구가 입으라며 던저준 옷도 있다. (‘난 이미 틀렸어. 너라도 오래 살아, 두루미보다 장수할 나의 친구여.’라는 메시지와 함께 옷을 주었지)


오늘 아침 나의 케이슬롯 달리기 패션은 검은색 쇼트팬츠와 (친구가 던저준) 주황색 형광 셔츠, 그리고 검은색 모자다. 해가 빨리 떠서 새벽 6시면 주변이 환하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겨울보다 훨씬 많아서 달릴 맛도 난다.


그렇다. 케이슬롯을 사랑하는가장 큰이유는 바로 아침 러닝을 하기에 최상의 조건이라데 있다.


몸을 풀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다. 부지런한 케이슬롯 해가 벌써 따뜻하게 주변을 덥히기 시작하고, 땀이 줄줄 흐른다. 입고 나간 형광셔츠가 땀에 케이슬롯 좋게 젖어 몸에 달라붙는다. 다리에서부터 시작된 따뜻한 기운이 얼굴까지 올라오고 몸은 한결 가벼워진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온다 했는가. 몸도 마음도 단단해진 아침, 대체로 까칠하지만 잠시 다정해진 나는 친구에게 사진과 함께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며 하루를 시작케이슬롯.


‘친구야. 이 옷 땀흡수가 너무 좋다. 나 아무래도 두루미보다 더 케이슬롯 살 것 같아. 혼자 케이슬롯 살면 무슨 재미니. 같이 케이슬롯 살자. 이번 주 토요일 오전 시간 되니? 같이 뛰자, 아니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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