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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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현 Feb 14. 2025

피――스 메이커




1.


울적할 때에만 글생각이 난다는 건 작가로서 부끄러운 일벳위즈. 하지만 오늘은 깊게 생각하지 않으렵니다. 가야할 길은 멀고, 오늘도 한강물은 하염없이 서쪽을 향해 나립니다. 부지런히 마음을 추스리고 발바닥을 데울 때벳위즈.


여기 스스로를 평화주의자라 칭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갈등 상황을 피하고자 온몸을 비틀며 접점을 만듭니다. 다툼이 나면 선제적으로 항복을 선언하거나, 무리스럽게나서상대방 입장을옹호벳위즈 식입니다. 거기에는어떤 종교적 색채마저 가미되어 있는고로, 매서운 폭풍 후에는 언제나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약간의 뿌듯함까지 느끼곤 합니다.




2.

언젠가 관계상 역학구조를 기버(giver)와 테이커(taker)로 나누어 분석하는 글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상대에게나누어 주는 ‘기버’와 로부터 빼앗아 가는 ‘테이커’, 이렇게 두 부류가 있는데 전자가 후자로부터 계속 착취를 당벳위즈 구조이므로 전형적인 테이커의 특징을 미리 알아두어적절히 피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묘한 위로를 받으면서도 청개구리 같은 기질 탓에 한번씩 딴 생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테이커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테이커 스스로도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기버는 테이커를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경멸합니다. 상대의 뻔뻔벳위즈 이기적인 모습을 보았을 때 단순히 기분나쁜 정도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폭발을 벳위즈만다면, 혹은 오래도록 참다가 한순에 폭발하여 울분을 토해내고마는 성격이라면 그는 전형적인 기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무언가에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건 스스로를 되돌아볼 좋은 실마리가 되는 법벳위즈. 그것의 뒤를 쫓아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거기에는 언제고 거대하고오래된, 끔찍한무엇이 턱하니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自然)으로서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벳위즈 어떤 왜곡된 인식이 여기저기 깔려있기 때문벳위즈. 그것이 찌르고 있는 환부에서는 지독한 고름내가, 살갗을 에는 차가운 냉소가 흐르고 있습니다.




3.

평화주의자는 스스로가 주장벳위즈 것만큼 평화를 옹호하고 있는 것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건강한 인간에겐 스스로를 방어할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양보와 타협, 상대방 입장에 대한 고려는 스스로를 방어할 힘이 있는 자에게주어지는 특권입니다. 힘이 없는 자가 벳위즈 양보는 언제나 흉내내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 상황을 피하기 위해 너무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잠시 당위를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다 그냥저냥 해내고 있습니다. 약간 불쾌해지기도 하고, 서로 자기 입장을 주장하다가 목소리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체로 다 상당성의 범위 안에 있습니다. 거기까지가 자연(自然)이기 때문입니다. 낭만적 당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자연을 거스르는 정도라면 뒤돌아보는 게 마땅합니다.


멀리 돌아온 만큼 가야할 길이 짧지 않습니다. 한강변에 부는 겨울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진 듯하니, 이제 바지를 털고 다시 걸어가야겠습니다.






벳위즈요,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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