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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Apr 24. 2025

손이 가지 않는 우리카지노

:포기하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정리하지 않아 어수선한 선반 위로 가지런한 우리카지노통들이 놓여 있다. 손이 먼저 가는 것은 언제나 익숙한 것들이다. 달콤 짭조름한 장조림, 고소한 멸치볶음, 신맛이 강하지 않는 묵은지, 내 입맛에 맞는 우리카지노이다. 어릴 때부터 늘 먹어왔던 것들이 더 익숙하다. 자연스레 젓가락이 향하고, 금세 우리카지노그릇이 비워진다. 반면, 손이 가지 않는 우리카지노도 있다. 며칠 전 마트에서 사 온 무말랭이무침, 기대하며 만들었던 가지볶음, 먹을 만한데도 이상하게 내 손은 그 우리카지노들 위를 맴돌다 익숙한 우리카지노 쪽으로 향한다.


냉장고 정리를 해 볼까 생각하던 중. 냉장고 구석에서 잊고 있던 우리카지노을 발견했다. 언제 만들었는지도 잘 떠오르지 않는 꽈리고추 멸치볶음이다.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도, 그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리카지노통을 열어보니 멸치의 윤기가 사라지고, 꽈리고추는 축 처져 있다. 한 입 먹고 싶었지만, 결국 손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우리카지노도 눈에 띄지 않으니 잊혀 가는구나.


혼자 있는 우리카지노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시시콜콜한 일상이 그리워졌다.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가 문화강좌를 신청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의실에 들어서자, 모두 이미 알고 지내던 사람들 같았다. 나는 늘 그렇듯 소심한 태도로 앉아 있었다. 누군가 먼저 말을 걸어주길 바라며 조용히 강의를 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냉장고 속에서 잊혀가는 상한 우리카지노처럼 그저 그곳에 나는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그날 이후, 매주 도서관에 갔다. 처음에는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기대를 내려놓았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지 않고, 그저 강의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다리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지쳐갔다.


강의가 끝난 후 한 우리카지노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 강의 처음이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오랜 우리카지노 함께 해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녀는 나에게

"같이 밥 먹으러 갈래요?"라고 물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왜 냉장 속 꽈리고추 멸치볶음이 떠올랐을까. 너무 맛있게 먹었지만 손이 가지 않아 잊고 있던 우리카지노, 냉장고 구석에서 발견한 우리카지노처럼, 나도 누군가의 관심밖에 있었던 걸까.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그런 게 아닐까.

어떤 인연은 쉽게 다가오지 우리카지노다. 쉽게 다가왔다 쉽게 식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손을 뻗고 싶은 순간도 있다.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옛 인연들이 그렇다.


나는 그날, 함께 밥을 먹었다. 서먹했던 대화가 이어지고, 몇 번의 식사를 함께 한 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의 손이 가지 않던 관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따뜻해졌다. 마치 식어버린 우리카지노도 다시 데우면 맛있어지는 것처럼.


냉장고 문을 다시 열었다. 오랜 우리카지노 잊어 버렸던꽈리고추 멸치볶음을 꺼내어 프라이팬에 데웠다. 익숙한 멸치볶음의 맛이 아니었지만 한 번 더 먹어보고 싶었다. 따뜻해진 멸치볶음을 꽈리고추와 함께 입안에 넣었다. 짭조름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때때로 손이 가지 않는 우리카지노이 생각나듯, 우리가 놓쳐버린 관계도 언제 가는 다시 찾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너무 서둘러 포기하지 말자. 어떤 관계는 시간이 지나야 제맛을 알 수 있는 법이기도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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