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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Apr 07. 2025

색이 바랜 아테나카지노처럼

후회하다

아테나카지노와의 다툼은 늘 그렇게 시작했다.

"요즘 어때? 괜찮아?"

아테나카지노는 별생각 없이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짧은 질문이 버거웠다. 뾰족해진 마음이 대답보다 먼저 튀어나왔다.

"힘들다고 하면 뭐 해결해 줄 거야?"

아테나카지노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아테나카지노는 안부를 물었을 뿐인데. 돌아오는 대답이 상처 투성인 말이라니. 황당했을 거다. 하지만 난. 언제나처럼 별일 아니라는 듯 무심히 아테나카지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우리의 대화는 어색한 공기 속에 사라졌다. 티브이 화면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럴 거면 아테나카지노집에 왜 왔는지. 오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테나카지노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풀리지 않는 일에 속이 상해 있었고, 그 감정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아테나카지노에게 쏟아냈다. 아테나카지노는 당연히 받아 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늘 그 자리에 있으니까. 늘 받아 주니까.


마음이 후련하지도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어둑어둑한 하늘처럼 속이 텅 비었다. 후회가 밀려왔다. 왜 그랬을까. 속시원히 쏟아 내지도 못할걸. 괜히 껄끄러운 거리만 남겨두고 왔다. 애써 웃음을 보였지만 아테나카지노 얼굴은 굳어 있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가고 아테나카지노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로 자신을 자책할까. 이미 충분히 주었음에도 더 해줄 수 없음을 미안해하고 후회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데. 난 무엇을 얻고자 아테나카지노에게 그런 말을 했던 걸까.


싱크대 한편에 아테나카지노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노란빛을 띠며 먹음직스러웠던 아테나카지노는 어느새 색이 바래 있다. 까만 점들이 군데군데 번져 있다.

'아차 너무 늦어 버린 건 아닐까'

먹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한 입 베어 물기가 망설여졌다. 미리 먹었으면 달콤했을 텐데, 지금은 너무 무른 것 같다.


아테나카지노에게도 그랬다. 미리 미안하다고 말했으면, 낮의 날카로운 말들이 덜 아팠을까. 머릿속에서 수십 번도 넘게 전화할까 망설였다. 하지만 '미안해' 말은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 번도 아테나카지노에게 해본 적 없는 말이라 더 어려웠다.


아테나카지노를 천천히 베어 물었다. 너무 늦게 익어버린 아테나카지노는 처음엔 퍽퍽했지만, 씹을수록 달콤했다.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말해도 괜찮을까'

색이 바랜 아테나카지노를 먹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늦었더라도, 아직은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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