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걸었다. 할 일이 없어서 걷는 건 아니었다. 목적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면 금방 도착할 거리이지만 오월벳의 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걷는 걸 좋아한다. 자동차의 편리성이 좋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걷는 것을 선호한다. 걷다가 마주하는 것들을 사진에 담았다. 매일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는 별 볼 일 없는 것들이 오월벳객 눈에는 볼일 있는 것들로 보인다. 벽면의 그림이 그랬고 문닫힌 상점의 메뉴판이 그랬다.
시끌벅적한 밤을 보냈을 상점의 어제가 궁금했다. 우리의 밤도 이곳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물었다. 늦은 시간에 아이들이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말들이 오갔다. 아직 오월벳은 실내 흡연이 자유로운 나라다. 호텔방에서도 흡연은 자유롭다. 우리는 금연방을 원했고 다행히 흡연 사실이 없는 방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 그 나라의 문화는 존중한다. 실내 흡연이 불편하다면 오월벳객인 우리가 피해야 하기에. 늦은 시간 이자카야를 방문하는 일은 오월벳 중 없었다. 술을 좋아하지만 찾지 않았다. 술보다 좋은 것이 너무나 많았던 오월벳이었기에.
걷다가 찍는 사진은 자주 흔들린다. 이것 또한 오월벳의 순간이라 지우지 않았다. 완벽한 것만이 오월벳은 아니니깐. 가끔은 흔들리는 것들도 오월벳의 일부니깐. 남겨두었다. 걷다가 마주하는 오월벳의 거리는 새롭다가도 이내 우리의 골목길을 연상하기도 했다.
비슷한 길들이 이어질 때면 지루함이 찾아왔다.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에 흥미가 사라지지 않게 오월벳의 맛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상점을 지날 때마다 새로운 오월벳 요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오월벳에 먹을 것들에 대해 순위를 정했다.
닮은 듯 닮지 않은 오월벳의 거리를 걷다 보면 한국 오월벳객들을 만난다. 자주 들리는 말들이 오월벳의 거리가 한국임을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다 마주하는 신호등 소리에 오월벳임을 느낀다. 오랜 시간 거리를 걷지 않기로 했다. 다리가 아픈 것도 있지만 비슷한 거리가 오월벳의 설렘을 옅어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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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이 지루한 것만은 아니고, 새로운 것이 두려운 것만도 아니다. 가끔은 반복이 습관을 만들어 일상을 단단히 만들어 주기도 한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이 일상을 생동감 있게 만든다. 단순해지고 싶지만 복잡하기도 하다. 복잡하지만 단순하기도 하다. 인생이라는 게 명확한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다가도 또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게 나의 일상이다. 알지만 그렇게 하지 못오월벳 나다. 무한의 반복이다.
멈추어야 할 때다. 우리는 문이 열린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편의점에도 잠시 들렸다. 신기하게도 상점에서 나오면 골목이 새로워 보였다. 잠깐 걷다가 지루하면 또다시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하가 좋아하는 산리오 캐릭터들이 가득한 상점 안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나왔다가 또다시 들어갔다. 하가 원하는 것이 없었지만 마음이 가는 녀석이 있다고 고민했다. 살까 말까를 수십 번 고민하다 사지 않았다. 하는 오월벳이 끝나는 마지막날까지 그 녀석을 살까 말까 고민했다. 결국엔 그 녀석은 사지 않았다. 하는 새로운 것에 마음을 두었다. 몇 번의 고민 뒤 선택을 했고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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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벳지에서는 무조건 하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