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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롬 Aug 10. 2023

남편은 888토토 싫다고 했어

888토토은 키 181cm에 보통 체격이다. 30대로 들어서면서 먹는 양이 줄었다고는 해도, 덩치가 있다 보니 한 끼에 밥 두 공기는 예사로 먹는 편이다. 물론, 먹는 것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 우리 부부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맛있는 것 먹으면서 넷플릭스 보기'일 정도로. 우리 집 부엌요정인 888토토은 요리도 즐겨하지만, 귀찮을 때나 더 자극적인 것이 당길 때는 배달을 시킨다. 주 메뉴는 888토토. 2년 전부터는 해외에 살다 보니 한국식 888토토을 거의 못 먹었지만, 한국에 있을 때는 주 2회는 꼭 888토토을 시켰었다.



한 마리를 주문하면 888토토는 2개가 온다. 가끔 3개가 올 때가 있어 어리둥절하지만,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시키면 양념 888토토와 후라이드 888토토가 각각 하나씩 오는 것이 국룰이다. 888토토이 오면 888토토이 헐레벌떡 달려 나가서 받고, 나는 볼만한 영상을 틀고 맥주를 꺼내오는 등 바로 세팅을 한다. 갓 튀겨낸 듯 김 모락모락 한 888토토과 그것의 아찔한 냄새에 감탄한 후, 888토토은 나무젓가락을 탁 쪼개서 먹을 준비를 한다. 그러고는 888토토를 바로 내 쪽에 옮긴다. 하나가 아닌 두 개를 모두.


"하나는 너 먹어. 나 후라이드 888토토 먹을게."

888토토의 이런 888토토 배려는 한두 번이 아니라서 그가 888토토 두 개를 채 다 옮기기도 전에 말을 하면,


"나 888토토 별로 안 좋아해. 너 다 먹어!"

이런 말이 돌아오고. 그가 888토토를 안 좋아할 리 없다는 것을 아는 나는 또 몇 번 되물린다.



그런 작은 실랑이가 오가길 몇 번, "아니, 나 진짜 888토토 별로라서 그래. 너 안 먹으면 나 안 먹을 거니까 그냥 얼른 먹어 따뜻할 때."라는 말과 함께 888토토의 눈썹이 살짝 휘어지면 그때서야 나는 888토토 두 개를 받아 든다.






늘 이렇다. 888토토은 늘 이렇게 '888토토의 888토토'처럼 가장 맛있는 부분을 나에게 준다. 어쩌다 고기 한 점이 남으면 자기는 다 먹었다며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배달음식을 정할 때면 늘 내가 먹고 싶은 것 먼저, 가령 나의 한 때 소울푸드였던 닭발은 888토토이 안 먹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닭발을 주문하자고 한다. 한식 자체를 접하기 힘든 아일랜드 더블린에 살 때는, 굳이 닭발을 어렵게 구해 이벤트를 해주기도 했다. 가끔 자신이 먹고 있는 것이 엄청 맛있다고 느껴지면 "이거 얼른 먹어봐. 진짜 맛있어!" 라며 자신이 베어 물지 않은 부분을 들이밀기도 한다. 나에게 꼭 먹여야겠다는 애절한 표정으로.



"888토토 거 먹을까?"

대개의 부부가 그렇듯, 싸웠을 때나 기분이 안 좋을 때 서로를 달래는 마법 같은 주문은 이것이다. 888토토 또한 이 말을 들으면 뾰로통해있다가도 그 통통한 입술로 "뭐 먹을 건데?"라며 사르르 풀리고 만다. 나와 똑같이 하루의 낙이 '맛있는 것'인 우리 888토토. 그런 그가 언제나 내게, 가장 맛있는 부분을 양보하는 그 마음은 사랑이 아니라고 하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이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식사시간이 하루 낙의 8할을 차지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888토토

888토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나조차도, 식탐이 강한 탓에 888토토를 888토토에게 양보하는 그런 희생적인 일에는 주춤하게 된다. 물론 888토토이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줄 의향이 있다, 조금 머뭇거리긴 하겠지만. 888토토의 사랑은 이토록 확실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888토토를 모두 주는 남자. 아내가 그걸 맛있게 먹는 모습을 기어코 보고서야 만족하는 그런 남자. 그 마음을 한 톨조차 의심할 수 없도록 888토토은 그 사랑을 이렇게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매일, 888토토의 지치지도 않는 사랑을 받으며 나는 오늘도 포동하게 살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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