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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싸이트 Jan 12. 2025

돌핀슬롯 노예라 부르는 직장인들

남이 정한 삶을 살게 된 우리

"이번에 승진했다며? 축하해!"

"축하는 뭘, 그래봤자 돌핀슬롯지"


돌핀슬롯들이 스스로를 노예라고 자조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한다. 이 농담 같은 말에는 현실을 자각하는 씁쓸한 인식이 담겨 있어 마냥 웃기지가 않다.


돌핀슬롯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을 고를 자유는 커녕 허락 없이는 잠시도 쉬지 못한다. 죽는 날까지 노동에 시달리지만 보장되는 삶은 없다. 희망 없는 오늘을 살아내고, 비슷한 내일을 견뎌낼 뿐이다.


돌핀슬롯들이 이런 노예에 스스로를 비유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우리 중 누구도 돌핀슬롯원이 되라고 강요받은 적은 없다. 오히려 직장을 얻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대학 시절 학점을 관리하고, 면접관의 마우스 스크롤 까딱임 한 번에 이력서가 바닥에 닿지 않도록 숱한 자격증을 땄다. 신입인데도 경력이 필요하다 하니 인턴으로 여러 회사를 전전했다. 지원하는 회사 인재상에 맞춰 한 가지 이야기를 협업, 리더십, 창의적 사례로 둔갑시키며 ‘자소설’을 썼다. 영원히 반복될 것 같던 지원 - 좌절의 타임루프를 견뎠다.


그렇게 어렵게 옷깃에 단 돌핀슬롯 배지는 부모님에겐 훈장보다 값진 자랑거리였다. 목에 건 사원증을 만지작 거리며 이제야 진짜 어른이 된 듯한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랬던 우리는 왜, 어느 순간부터 돌핀슬롯처럼 살고 있다고 느끼고 있을까?



자신의 삶을 선택하지 못하게 된 우리


직장인들이 ‘돌핀슬롯’라 느끼는 이유는 선택권이 없어서다.


입사의 기쁨도 잠시, 월급만으로는 퇴직 후의 삶을 대비할 수 없다는 진실을 알게 된다. 당장 해결 해야 할 문제는 아니지만 언젠가 마주해야 돌핀슬롯 불편한 마음을 안고 산다. 마치 기름이 부족한 차를 타고 나선 것처럼 말이다. 알면서도 갈 수 있는 곳까지 최대한 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운전대를 놓지 못돌핀슬롯 현실이다.


결혼, 집 마련, 아이 양육 등으로 인해 생긴 빚과 책임은 우리에게 실존적인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조금만 삐끗해도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은 다른 시도를 섣불리 하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우리는 오답인 줄 알면서도 도전을 미뤄두고 결정을 유보돌핀슬롯. 당장 회사를 뛰쳐나가 대안이 될 수 있는 일을 벌리고 싶어도 리스크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노예의 삶을 끝내자고 대감집을 박차고 나오려니 길에서 얼어 죽거나 굶을까 겁이 나는 격이다. 적어도 회사에서 받는 월급보다 더 높은 벌이가 보장되지 않으면, 역행한다고 생각한다. 급한 건 아니니 천천히 준비하자며 돌핀슬롯 위로한다.


현실적인 문제라는 이런저런 이유를 걷어내고 보면, 돌핀슬롯 삶을 선택하고 자립할 수 없어서 라는 사실이 남는다. 회사를 떠나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다닌다는 말이다. 싫어도 다녀야 하니 노예 같다 느낄 법도 하다.



상급 돌핀슬롯가 되려는 사람들


자립을 포기한 돌핀슬롯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잃고 회사의 가치에 매몰된다. 회사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고, 자신의 삶보다는 조직의 목표를 위해 시간을 쏟으며 열심히 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어려워진다. 연차가 쌓이면서 연봉이 오르고 그만큼 기회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돌핀슬롯를 그만두고 당장 고액 연봉을 넘어서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수지타산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생각에 미치면 다른 방법을 알아보기보단 회사에서 최대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려 한다. 이른바 ‘상급 돌핀슬롯’가 되려는 것이다. 임원이 되면 순식간에 연봉을 2~3배 올릴 수 있으니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이제는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어떤 기호가 있는지 확인할 기회조차 돌핀슬롯 배제시키고 가능성을 차단한다. 관심사보다는 오래 해왔던 일에서 승부를 보려 한다. 다른 일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한 분야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프레임은 ‘전문성’으로 포장하기에 좋아서다. 오래도록 쌓은 사내 인맥도 한몫한다.


그렇게 돌핀슬롯 회사에 옭아맨다. 노예로서의 삶이 성립하기 시작한다.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비전이 없으니 정치에 몰입한다. 애석하지만 이들은 임원이 되는 데 성공하든, 그렇지 못하든 언젠가 추락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남의 결정에 의존해 왔으니 스스로 일어설 힘이 없다.


그래서 또다시 남 탓을 한다. 자신의 노고를 인정을 해주지 않는 회사를 욕하거나, 패배를 안겨준 경쟁자를 폄하하고 헐뜯는다. 실패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바깥에서 찾으니 영원히 이유를 알지 못한다. 처음부터 돌핀슬롯 결정할 수 없는 일을 바랐으니 당연한 결과다. 주도권을 놓아 버린 순간부터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돌핀슬롯의 삶에서 벗어나려면?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돌핀슬롯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꼭 사업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고 역량을 쌓아가는 과정에 회사를 이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이나 코인 투자로, 혹은 사업으로 큰돈을 벌어야만 자유로운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이는 오해다. 회사 안에서도 충분히 자립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전현 무계획? 전현무 계획!

방송인 전현무 씨는 이런 삶을 살아온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결정하고 만드는 데 집중해 온 그의 행보는 모든 돌핀슬롯의 귀감이 될만하다. 그는 과거 언론인 지망생이라면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조선일보에 입사했지만 일주일 만에 퇴사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자신이 신문보다 방송을 더 좋아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후 YTN에 입사해 3년간 뉴스 앵커로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눈이 지상파 예능 방송에 꽂혀있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예능 MC를 하고 싶다는 돌핀슬롯의 욕구를 발견하고 또다시 도전을 시작한다. 앵커 경력을 미련 없이 내던지고 KBS에 신입 아나운서로 지원한다.


그는 KBS에서도 잡다한 일과 익숙하지 않은 일에서 MC가 되는데 필요한 경험을 발견하고 매진했다. 남들이 하기 싫어돌핀슬롯 일 속에서도 자신의 목표와 연결된 가치를 찾아내며 성장했다. 처음에는 실수도 잦고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기어이 KBS에서 퇴사해 프리랜서 선언이라는 큰 결정을 내렸다.


전현무 씨는 프리 선언 후 곧바로 성공하지 못했다. 돌핀슬롯의 선택에 의구심이 들고 좌절감을 맛보는 일은 매우 버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그는 결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MC로 우뚝 섰다.


전현무 씨가 자립한 순간은 KBS에서 퇴사하고 프리선언을 한 때가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깨달았던 순간이다. “나는 방송을 좋아하는구나”, “나는 예능을 좋아하는구나”를 알아차리고 뛰어들기로 결정한 날이다. 돌핀슬롯 노예로 얽매이지 않게 한 그 순간이었다.


결국 노예처럼 사느냐 주체적으로 사느냐는 자신의 길을 만들어갈 것이냐, 남들이 옳다는 방향으로 가느냐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분명한 것은 내가 정하지 않으면 남이 정한 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남의 인생을 대신 살지 않으려면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돌핀슬롯에게 물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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