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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휘 Mar 27. 2025

티모카지노


“선생님 티모카지노에서 빔이 나와요. 레이저 빔이요.”


월요일 아침부터 티모카지노 꼭대기에 뾰족한 주사를 맞으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웃겨보려는 내가 있다. 원장님은 놀라서 혹시 티모카지노가 많이 아프냐고 물어봤지만 사실 그건 고통스럽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나의 매운 농담을 먼저 알아들은 간호사 선생님만이 어깨를 들썩이며 끅끅 웃었다. “아뇨, 선생님. 두피가 하얗잖아요. 그래서 거울 보면 정수리에서 흰 레이저 빔이 발사되는 것 같아요.” 두피에 직접 맞는 티모카지노 치료주사가 아프다는 후기가 많았지만 정말로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저 주사를 맞는 동안의 어색한 적막을 깨고 싶은 내가 자학개그인지 푸념인지 모를 넋두리를 계속하고 있다. “제 인생에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참나.” 환자 나이 만 37세. 나는 인생 첫 원형티모카지노를 치료하기 위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피부과를 찾았다.


원형이(불굴의 의지로 나의 티모카지노 한가운데에 용맹스럽게 자리잡은 원형티모카지노의 애칭이다)를 발견한 건 지난 주말 미용실에서였는데, 아무거나 괜찮다고 말해도 찰떡같이 스타일링 해주시는 부원장님의 남다른 눈썰미 덕분이었다. (*브런치북 <대티모카지노는 수영모를 쓰지 않는다 07화 참고. 왜 하필 원형티모카지노가 생긴 작가의 출간을 앞둔 책 제목에 ‘대티모카지노’가 들어가는 걸까.) 그 날은 마치 이 거대한 운명과 맞닥들이고 싶지 않은 본능이 먼저 작용했는지 이상하게 예약을 해 놓고도 발이 안 떨어질 정도로 가기 싫은 날이었다. 뭉개고 뭉개다가 조만간 바빠지면 가고 싶어도 못 가게 될 것 같아서 조금 늦게 꾸역꾸역 집을 나섰다. 늘 그렇듯 도착하자마자 웃으며 인사하고 샴푸를 마친 후 뿌리펌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는데 내 티모카지노를 뒤적거리던 부원장님이 침착한 말투로 비보를 전해왔다.


“고객님. 원형 티모카지노가 생겼어요. 지금 이미 진행이 된 상태라, 이건 피부과 가셔서 주사를 맞으셔야 해요. 사진으로 한 번 찍어드릴까요?”


원형티모카지노라는 네 글자가 독해되어 뇌로 인식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안일했던 과거의 내가 두 번 스쳐지나갔다. 작년, 부원장님이 스치듯 권했던 두피 케어. ‘고객님 시간 날 때 두피 케어 한 번 받으세요.’, ‘날씨가 많이 건조해지니까 두피 케어도 한 번 받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다정한 목소리가 내 원형티모카지노 협곡에 메아리처럼 울려퍼진다. 나는 곧바로 카메라를 켜서 부원장님에게 건넸다. 그리고 잠시 후, 내 눈앞에 보인 사진 속 하얗고 정갈한 가르마 가운데에는 땜빵처럼 자리잡은, 평평하고 아무것도 없는, 누군가 삽으로 파 놓은 토양의 생김새를 닮은 자그마한 분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잔디깎기 기계가 원형을 그리며 잘못 스쳐지나간 것만 같은, 만화 속에서 맹구 캐릭터나 갖고 있을 것만 같은(하필 내 평소 별명이 ‘맹구’다.) 그런 하얗고 동그란 친구가 마음대로 주거침입을 하고 있었다. 왜 들어왔니? 나가.


나는 폭소했다. 그 상황에서 웃음부터 나오는 내 성격도 참 지독하다. (웃는 내 자신에 안도감을 느꼈다. 적어도 원형티모카지노 자체로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뭐예요 선생님? 제 인생에 이런 일이?” 나는 허공을 향해 소리쳤고 다행히도 그 곳에 있던 수많은 헤어디자이너와 손님들이 나의 절규를 모른 척 해주었다. 부원장님은 스트레스 관리가 잘 안 되거나, 면역력에 문제가 생기면 원형티모카지노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스스로 힘든 시기라고 느끼지 못했더라도 몸으로 반응이 올 수도 있고, 그것들이 가장 마지막에 도달하는 곳이 두피라고. 보통 원형티모카지노가 난 자리에 직접 주사를 맞는데 그게 조금 아플 수도 있다는 팁도 함께. 그 순간 나는 다 모르겠고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을 당장에 때려치고 싶다고 아주 잠깐 생각했지만 곧바로 아파트 대출금이 떠올라 그 생각 자체를 관뒀다.


규칙적인 수면, 식습관, 명상, 운동, 스트레스 관리. 모두 내가 평소에 누구보다도 잘 챙긴다고 자부하는 것들이다. 티모카지노이는 왜 초대하지도 않은 내 인생에 무작정 찾아온 걸까. 아무래도 얼마 전 오사카 출장을 다녀온 후 장염으로 일주일을 꼬박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 후로 생긴 것 같다는 결론이다. 피부과 원장님도 “힘들면 생겨요.”라고 짧게 대답해 주었다. 몸 안에 염증이 들어오면 T세포가 멱살을 잡고 그것들을 물리치는데,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일종의 오류에 의해 가끔 정상 세포를 공격하기도 하고 하필 그 때 공격당하는 친구들이 모낭세포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죄 없는 모낭세포가 왜 하필 열받아 있는 T세포 앞을 알짱거려서 그런 주먹다짐을 당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을 달랠 길이 없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치료 뿐이다.


조금 비극적인 건 원형티모카지노는 한 번 생기면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는 거였다. 더 많이 생길 수도, 더 크게 생길 수도 있다. 나는 한 번의 오류로 인해 평생 원형이들을 경계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인류는 이제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원형티모카지노를 가져본 자, 아닌 자. 피부과 원장님은 내게 다소 긍정적인 말투로 말씀하셨다. “완치가 가능한 좋은 티모카지노입니다.” 세상에 좋은 티모카지노와 나쁜 티모카지노라는 게 있나 싶었지만 원장님의 눈빛이 몹시 믿음직스러워서 주 1회 주사치료를 꼬박꼬박 받기로 했다. 그렇게 3~4개월 정도면 다시 새로운 티모카지노가 잘 자라난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헌법처럼 믿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고 가르마를 잠시 옆으로 넘겨본다. 티모카지노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눈을 치켜들고 웃음을 참아가며 티모카지노이를 확인하는 내 모습이 그 어떤 코미디보다도 웃기다. 나는 이런 날에 딱 어울리는 노래를 찾았다.



오마이걸 <티모카지노

내 안에 소중한 혼자만의 장소가 있어

아직은 별거 아닌 풍경이지만 티모카지노만 기다리면 곧 만나게 될 걸

이 안에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뒀는데

아직은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티모카지노만 기다리면 알게 될 거야

나의 티모카지노

무럭무럭 어서어서 자라나 줘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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