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단편솔카지노「솔카지노」
김애란의 단편솔카지노 「솔카지노」은 2008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이다. 1980년생인 김애란은 2002년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등단한 이후, 소설집 『달려라 아비』『비행운』과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솔카지노』 등을 발표하며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성장했다. 단편 「솔카지노」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실제 오랫동안 국숫집을 운영했던 솔카지노와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어 김애란의 성장과정과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김애란의 솔카지노집『침이 고인다』(문학과 지성사,2007)에 함께 실린 「솔카지노」은 첫 도입 부분부터 예사롭지 않다. “솔카지노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 솔카지노는 내게 우는 여자도, 화장하는 여자도, 순종하는 여자도 아닌 칼을 쥔 여자였다.”(p.151) 이 소설의 핵심소재가 ‘칼’이고, 주요 등장인물이 ‘솔카지노’ 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솔카지노를 ‘칼을 쥔 여자’라고 표현함으로써, 제목 ‘솔카지노’과 ‘솔카지노’와의 깊은 연관성을 드러낸다.
소설은 솔카지노의 ‘칼’과 연관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25년 전 재래시장에서 ‘특수 스댕’ 칼을 구입한 솔카지노는 딸이 여섯 살이 될 무렵 빚을 얻어 국숫집을 차린다. 솔카지노는 그 '스댕 칼'로 20여 년간 국수를 만들어 팔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간다. 처음에는 가장 체면이 안 선다고 개업을 반대하던 아버지도 살림이 불어나자 좋아한다. 솔카지노는 무뎌진 칼날을 수시로 갈고 그 칼에 손을 베여 가면서 변함없이 식당 일을 한다. 아버지가 목욕탕에서 일하는 여자와 바람을 피울 때도, 보상심리로 화투판을 드나들기는 했지만 솔카지노는 평생 자기 자리를 지키며 가족들을 건사했다. 그런 솔카지노가 갑작스레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자 임신 3개월인 딸은 상을 치르는 동안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잠깐 들른 집의 주방에서 딸은 솔카지노가 국수를 삼다가, 간을 보다가 남긴 흔적을 보며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칼’은 솔카지노라는 존재와 솔카지노의 고단했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긴 세월, 자루는 몇 번 바뀌었으나 칼날은 그대로였다. 날은 하도 갈려 반짝임을 잃었지만 그것은 닳고 닳아 종내에는 내부로 딱딱해진 빛 같았다.”(p.153)
딸은 말솔카지노. “나는 솔카지노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솔카지노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솔카지노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p.152) 솔카지노은 딸을 성장시킨 무수한 음식에 새겨진 솔카지노의 사랑이자 희생이었다. 딸이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느라 살림을 구하러 마트에 간 날, 솔카지노는 독일제 칼을 불쑥 내밀며, “이걸로 해라.” “내가 칼 볼 줄 안다.”(p.161)라고 말한다. ‘칼’과 함께 한 인생, 솔카지노는 ‘칼 볼 줄 아는”사람이었다.
이 작품은 솔카지노를 잃은 딸의 슬픔을 다루되, 감정은 절제되어 있고, 문체는 간결하고 담담하다. 간간이 유머러스한 표현방식도 눈에 띈다. “솔카지노의 동네 친구들은 마룻바닥에 엎드려 온몸으로 비통함을 토해냈다. 그러곤 눈물을 닦고 재빨리 한쪽에 담요를 깔고 앉아 화투 패를 돌렸다. 나는 솔카지노의 혼이 화투판 주위에서 뒷짐 진 채 안달하고 참견하는 모습을 상상했다."(p.176)
짧은 단편 속에 디테일한 인물 묘사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상황 묘사가 탁월하다. ‘칼’과‘솔카지노’를 대비해 보여주는 은유도 눈여겨볼 만하다. 간결한 문체, 절제된 심리묘사, 자전적 소설 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필사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좋은 문장들로 가득하다. 솔카지노가 그러했던 것처럼, “오랜 시간 한 가지 기술을 터득한 사람의 자부”(p.155)가 곳곳에서 느껴지는 솔카지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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