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예술가 정해인

술잔에 담긴 13년 - 과음과 우리 뇌의 이야기

일상예술가 정해인 — Tue, 22 Apr 2025 23:00:34 GMT

퇴근 시간 무렵, 피로에 지친 몸을 이끌고 나가고 있는데 바로 앞 치킨집에서 바삭한 후라이드에 차가운 생맥주를 마시는 사람이 보입니다. 날씨가 무더운 날일수록 차가운 맥주 한 잔은 더욱 시원해 보이지요. 하지만 그 술 한 잔에 나의 무엇과 바꾸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 의대의 알베르토 페르난도 올리베이라 후스토 연구

AI 영어가 모든 걸 해결해주진 못합니다 - 사람과 기계의 차이

일상예술가 정해인 — Mon, 21 Apr 2025 23:00:07 GMT

요즘 AI 영어 튜터 광고를 자주 보게 됩니다. 말하기가 서툰 사람에게 AI는 꽤나 매력적인 상대죠. 열 번을 같은 걸 물어봐도 지치지 않고, 엉뚱한 발음을 해도 눈치를 주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아니다’라는 점이 주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누군가 앞에서 실수하는 불안감 없이, 내 페이스대로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영어는 결국, 사람과 사람

어떤 직원의 충언 - 진짜 인력의 필요

일상예술가 정해인 — Sun, 20 Apr 2025 23:00:10 GMT

회의실에서 회의를 마친 후 직원 한 명이 제게 조용히 다가와 건넸던 말이 여전히 제 귓가에 맴돌고 있습니다. "대표님, 직원을 더 뽑는 것이 정말 지금 필요한 일일까요?" 처음에는 그 말이 불편했습니다. 사업이 성장하는 단계에서 인력 충원은 당연한 수순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서 진심 어린 걱정을 읽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반대가 아닌

투자라는 결혼 - 투자와 결혼

일상예술가 정해인 — Thu, 17 Apr 2025 23:00:07 GMT

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꿈을 만난다. 저마다의 색채로 빛나는 기업가들의 열정 앞에서, 투자자로서의 내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문득 깨달은 것은, 이 관계가 단순한 자금의 거래가 아닌 깊은 인연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마치 오랜 세월을 함께할 반려자를 선택하는 것처럼, 투자는 결혼과도 같다. 투자사 사무실 창가에 앉아 커피잔을 매만지며, 오늘 만날 열 번째

언어라는 창문 - 언어의 창문을 바꿀 때마다 달라지는 세상의 색채

일상예술가 정해인 — Wed, 16 Apr 2025 23:00:06 GMT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듯, 해외 파견 동료들과의 만남을 돌이켜봅니다. 그날 밤, 우리는 각자의 파견 경험을 나누며 마치 다섯 개의 서로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레스토랑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잔에 비친 불빛이 흔들리는 모습이, 언어의 바다에 출렁이는 우리의 정체성과 닮아 있었습니다. 박 이사가 베를린 지사에서의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그의

기록의 대화 - 과거의 질문이 현재의 질문에게 답하다

일상예술가 정해인 — Tue, 15 Apr 2025 23:00:11 GMT

시간은 강물처럼 흐른다고 했던가. 하지만 때로 그 강물은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오래된 일기장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의 자신과 조용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사무실의 저녁 공기는 차분했다. 창 너머로 떨어지는 햇살이 책상 위에 놓인 낡은 가죽 일기장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문득 서랍 속에 보관했던

나만의 대피소, 베란다 - 자신만의 공간

일상예술가 정해인 — Mon, 14 Apr 2025 23:00:07 GMT

해가 저물어가는 어느 날, 베란다에 작은 책상을 놓았다. 그날 이후로 내 삶은 미세하게 달라졌다. 김 부장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묵직하게 울렸다. "정 전무님, 미국에서 파견 근무 마치고 돌아왔는데, 집에 제 자리가 없어졌어요. 아이들 공부방이 되었던 제 방은 이제 온전히 아이들의 영토가 되었고, 거실은 아내의 차지입니다. 마치... 집 안에서 제 위

마음의 거울을 보여드립니다 - 생각 계란 부화기

일상예술가 정해인 — Sun, 13 Apr 2025 23:00:16 GMT

"정 전무님,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답해주세요?" 소란스러운 회식 자리에서 문득 던진 김 부장의 질문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연 내가 사람들의 고민을 잘 이해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내 대답에 김 부장의 눈빛이 의아함으로 가득 찼다. 그의 얼굴에는 의문이 깃들었고, 나는 천천히

식당 아주머니의 영어 부담 - 니들도 영어공부하렴

일상예술가 정해인 — Thu, 10 Apr 2025 23:00:04 GMT

최근 국가 문화유산 코스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수원 화성으로 향했습니다. 화성박물관 근처에 통닭거리가 유명하더군요. 그렇게 통닭집을 앞에 두고 갑자기 딸의 "수원 왕갈비!" 소리에 고깃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저희는 갈비를 시켜서 먹고 있는데 저 뒤쪽에 외국인 부부와 아이가 앉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외국인 가족은 아주머니에게 영어 메

골프 연습장의 힘자랑 - 아저씨들의 클럽 선택

일상예술가 정해인 — Wed, 09 Apr 2025 23:00:03 GMT

동네 골프 연습장의 풍경은 언제나 비슷하다. 공이 깨질듯한 드라이버 휘두르는 소리가 연습장마다 넘쳐난다. 아저씨들의 그런 모습은 마치 고대 전사들이 자신의 힘을 자랑하듯 칼을 휘두르는 느낌이다. 때로는 공이 벽을 뚫고 나갈 듯한 기세로 드라이버를 휘두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소리로 증명하려는 듯하다. 아저씨들은 스윙할 때마다 온몸의 근육을 불끈 쥐어 짜낸다.

김치 화생방 훈련 - 외부의 문제는 내부를 결속시킨다

일상예술가 정해인 — Tue, 08 Apr 2025 23:00:05 GMT

우리 집에서는 묵은지 김치통이 등장할 때면 비상사태가 발생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저녁 시간, 식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오늘의 메뉴는 따끈한 감자탕. 뽀얀 국물에 깊게 우러난 감자탕 한 그릇이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법이다. 하지만 무언가 허전했다. 그래, 김치가 없었다. 감자탕에 김치 한 조각 곁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반쪽짜리 식사나 다름없다.

아내라는 타인 - 누구보다 가깝지만 어떤 이보다 먼 사이

일상예술가 정해인 — Mon, 07 Apr 2025 23:00:03 GMT

창가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아내의 표정이 때로는 맑게, 때로는 흐리게 변한다는 것을. 한 지붕 아래 숨 쉬는 우리는 누구보다 가깝지만, 어떤 순간에는 누구보다 먼 사이가 된다. 화내는 아내의 모습은 싫다. 그 날카로운 시선과 차가운 어조가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다. 그럴 때면 나는 집에서 도망치고 싶어진다. 반면 기뻐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

가족이라는 클라이언트 - 삶의 우선순위

일상예술가 정해인 — Sun, 06 Apr 2025 23:00:06 GMT

오늘도 스마트폰 속 구글 일정표는 빼곡히 채워진 약속들로 가득하다. 파란색, 초록색, 보라색으로 색칠된 시간들은 오롯이 '클라이언트'를 위한 공간이다. 지난 토요일은 중요한 거래처와 골프, 수요일은 신규 고객과 저녁 식사, 목요일은 해외 거래처와 화상 회의... 화면을 위아래로 스크롤하며 일정을 확인하다 보니 어느새 내 삶은 타인의 시간으로 가득 채워져 있

골프보다 능력 - 골프 스코어가 내 가치를 대변할 수 있을까?

일상예술가 정해인 — Thu, 03 Apr 2025 23:00:06 GMT

책상 위에 검토할 서류 더미가 한가득이다. 세금 신고서와 재무제표 사이로 어제 골프장에서 받은 명함이 보인다. 유리잔에 담긴 차가 식어가는 동안, 나는 생각에 잠긴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서 찾는 건 골프 프로가 아니다. 내가 골프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세금을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때로는 부자와 전문가를 연결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투명

나만교 교주 - 자신만을 믿는 사람

일상예술가 정해인 — Wed, 02 Apr 2025 23:00:06 GMT

어제 이야기했던 고참 세무사님과 저녁 노을로 창가를 물들이던 늦은 오후에 카폐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 사이로 흐르는 이야기는 어느새 종교에 관한 이야기로 흘러들었다. 흰 머리카락이 반짝이는 그의 관자놀이를 보며, 나는 무심코 그의 신앙에 대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나만교 알아요?"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

결정을 내리는 사람 - 전문가로 거듭나는 길

일상예술가 정해인 — Tue, 01 Apr 2025 23:00:07 GMT

세무사업만 30년 이상 하신 세무사님을 만났습니다. 얼마 전에 사무실로 수습 세무사가 들어왔다고 하네요. 그런데 일반적인 수습 세무사가 아니라 그분의 선배가 부탁해서 들어온 자녀 세무사였다고 합니다. 30년 세월의 경험이 깃든 고참 세무사로부터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수습 세무사가 많은 것을 배우기를 바랐기에 보냈겠지요. 아는 선배의 자녀라는 이유로 더 신경

분노라는 사치 - 화가 날 때마다 생각합니다

일상예술가 정해인 — Mon, 31 Mar 2025 23:00:06 GMT

문득 창가에 비친 내 얼굴이 보였다. 찡그린 미간과 굳게 다문 입술. 화가 났던 모습이 거울에 담겨 다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현듯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분노라는 감정은 참으로 묘한 사치다. 순간적으로는 시원하고 개운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기에. 화를 내면 순간 시원하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고 묵직했던 가슴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하다.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 챗지피티 광신도

일상예술가 정해인 — Sun, 30 Mar 2025 23:00:12 GMT

얼마 전, 한 사업자와 영업권 양도에 관한 세금 이야기를 나누던 중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그분의 배우자라는 변호사님이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챗지피티가 영업권 양도세율은 16.5%라고 했어요. 왜 당신이 말한 계산과 다르죠?" 순간,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법을 다루는 변호사가 법전이 아닌 챗지피티를 근거로 세율을 따진다고? 챗지피티

기억의 미로를 걷다 - 기억의 혼란과 왜곡

일상예술가 정해인 — Thu, 27 Mar 2025 23:00:10 GMT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어제의 기억을 더듬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 그 기억은 안개처럼 흩어져 버린다.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고도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때, 그 당혹감은 마치 무대 위에 홀로 선 배우가 대사를 잊어버린 느낌이다. 왜 우리의 기억은 이토록 변덕스러울까? 오늘 아침, 자동차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집 안을

마케팅으로 바라 본 선교 - 예수님은 과연 좋아하셨을까?

일상예술가 정해인 — Wed, 26 Mar 2025 23:00:11 GMT

아침 출근길, 지하철 출입구에서 항상 그들을 마주합니다. 손에는 전단지를, 입에는 천국과 지옥의 이야기를 담은 채 서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때로는 간절하게, 때로는 위협적으로 귓가에 맴돕니다. "예수님을 믿으세요, 천국에 갑니다."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가게 됩니다." 마치 오래된 레코드판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불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