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ef /@@8d04 relief의 브런치입니다. ko Sun, 27 Apr 2025 09:44:49 GMT Kakao Brunch relief의 브런치입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tatic%2Fimg%2Fhelp%2Fpc%2Fico_profile_100_05.png /@@8d04 100 100 검은 자개 눈 /@@8d04/32 “음…. 글쎄, 뭐라고 해야 할지… 뭔가 구분이 있기 때문에 이름이 다른 거 아닌가요?” 편집장이 빤히 바라보며 말끝을 올렸다. “이건 뭐 고양이도 아니고 살쾡이도 아니고”란 말을 삼킨 건 연진의 반응 때문이었다. 모욕적인 지적은 그녀를 흥분하게 할 것이고, 그러니까 표정이 굳고 호흡이 불규칙해지는 등의 따위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걸 보는 게 쉽지 않았다 Sun, 27 Oct 2024 13:50:59 GMT relief /@@8d04/32 그녀의 뒷모습 /@@8d04/31 그녀는 현타(현자타임)가 와서 더는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며 텀을 갖자고 했다. 처음에 선택한 단어는 분명히 ‘텀’이었다. 나는 그럼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만나는 것을 보류하든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현타를 극복해 내자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발음도 정확하게 그만 헤어지자고 했다. 왜? 라고 묻자 그녀는 대답 대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Sun, 27 Oct 2024 13:49:37 GMT relief /@@8d04/31 경쾌한 밀림도시 /@@8d04/30 밀림도시에 웰니스의 돌풍이 거침없이 몰아쳤다. 돌풍의 적절성을 따지고 말 여유도 없이 어디를 가든지 웰빙, 힐링, 헬스, 명상 등등으로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는데, 그에 대해 한 마디 할 수 없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취급을 받았다. 날카롭게 벼려진 발톱을 깊숙이 감춘 나의 맹수 친구들은 그 거센 대열에서 낙오될까봐 조바심을 내며 내게 조언을 구하곤 했다. 문명 Sun, 27 Oct 2024 13:47:46 GMT relief /@@8d04/30 행복한 여정을 위하여 /@@8d04/29 그곳은 J시의 번화가인 상업 지구의 중심상가 거리에 있었다. 네온 싸인 요란한 클럽과 대형 음식점과 호프집과 눈부시게 반짝이는 주얼리 등의 휘황한 거리를 지나 갑자기 무대가 바뀐 것 같은 작고 낡은 건물들이 줄지어 선 끄트머리에. 치기어린 십대들은 그 일대를 ‘회색지대J’ 라고 불렀다. 화려한 풍경이 끝나면 갑자기 모래바람 불어오는 황야처럼 바뀌어버리기 때 Sun, 27 Oct 2024 13:45:28 GMT relief /@@8d04/29 동정의 달 /@@8d04/28 불독이라고 불리는 마을 첫 집의 오부녕은 초록대문 집 홍맹기가 눈엣가시였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놈을 처치해버리고 싶도록 꼴불견이었다. 느닷없이 귀농인가 뭔가를 했다고 깝신대는 녀석의 꼬라지도 그렇지만, 겁대가리도 없이 불독의 고명딸이자 한 점 혈육인 문이를 넘보고 있는 거 같아 쌍심지를 돋우고 있는 판이었다. 부녕은 홀로 문이를 키웠다. 문이가 어 Sun, 27 Oct 2024 13:43:59 GMT relief /@@8d04/28 친교의 범위 /@@8d04/27 “이거 좀 더 먹어. 점심도 안 먹었다며.” 명란이가 명주 앞으로 찌개 냄비를 밀어놓는다. 언니가 온다고 하자 생 대구를 사와 시원하게 끓여낸 것이다. 국물이 맑고 삼삼해 부글거리는 속을 가라앉히기에 딱이지만 명주는 몇 번 뜨고 만다. “그런 인간들은 그렇게 살다 죽게 놔둬야지 어쩌겠어. 도박꾼 손목을 잘라봐라. 그렇다고 그 버릇 버리는 줄 알아. 손목에 Sun, 27 Oct 2024 13:42:38 GMT relief /@@8d04/27 악몽거래 1 /@@8d04/26 햄버거를 한 입 물고 고개를 든 나는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검붉게 번득이는 눈깔 말고는 다른 것은 안개에 쌓여 있던 모호한 것이었다. 나를 쏘아보고 있던 그것이 몸을 움직이는 순간, 나는 햄버거를 내던지고 달렸다. 달리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낯선 길, 생전 처음 보는 비쩍 마른 나무들이 음침하게 줄지어 서 있는 도로를 달려 Sun, 27 Oct 2024 13:40:26 GMT relief /@@8d04/26 퇴근길에 생긴 일 /@@8d04/25 ‘마법 세계에서는 마법이 모든 것이다. 마법 한 스푼이면 그릇에 음식이 가득 차고, 주문 한 번에 통째로 사라지기도 한다. 막 짜낸 실크 천에 마법을 걸면 하늘하늘한 드레스가 되고, 가볍게 바디를 터치하며 주문 몇 마디 외우면 곧바로 여신과 같은 자태를 연출해 준다. 마법이 동원된 장난은 때때로 마을과 마을의 다툼이 되고, 골목의 패싸움은 마법자랑 끝에 일 Sun, 27 Oct 2024 13:39:13 GMT relief /@@8d04/25 낯선 속삭임 /@@8d04/24 먼저 숟가락을 놓은 남자는 거실로 나가 리모컨을 눌렀다. 75인치 TV가 켜지고 하반기의 수출부진으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남자는 채널을 돌렸다. 몇 개의 프로그램을 거쳐 개그프로가 나오자 남자는 리모컨을 탁자에 내려놓고 소파에 깊숙이 눌러앉았다. 옛날 노비 분장을 한 개그맨이 상전 위에 노비라며 상전의 밥상 앞에 철푸덕 주저앉는 장면 Sun, 27 Oct 2024 13:38:04 GMT relief /@@8d04/24 선글라스 맨 /@@8d04/23 가스불을 끄고 손부채 몇 번 까부르자 뽀괄뽀괄 요란하던 된장뚝배기가 앙당거리던 주둥이 오므리듯 잦아들었다. 호박이며 두부, 청양고추 등속이 어우러진 달작하고 칼칼한 된장찌개냄새가 퍼져나갔다. “빨리 주세요.” 김이 재촉하자 주방장은 집게로 뚝배기를 들어 받침대에 놓고 휙 밀었다. 손등 위로 뜨거운 국물이 몇 방울 튀었지만 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잽싸게 랩을 Sun, 27 Oct 2024 13:37:11 GMT relief /@@8d04/23 사랑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할지라도 - 열번째 이야기- 무인도의 두 사람 /@@8d04/22 어느 초여름 오후에 두 사람이 깡통집 앞에 서 있었다. 세 시간 전에 흥에 겨워 산에 올랐던 커플인데, 산에서 한바탕 격전을 치렀는지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었다. 요즘 들어 다툼이 잦긴 했다. 기념일이 어쩌고저쩌고 하다 투닥거리고, 쇼핑 목록을 정하다 눈 꼬리를 찢고, 데이트 늦었다고 핏대 올리고, 왜 만날 먹는 타령이냐는 퉁바리를 시작으로 언성을 높이고, Sun, 11 Apr 2021 14:35:25 GMT relief /@@8d04/22 사랑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할지라도 - 아홉번째 이야기- 스르르 미끄러졌어, 사랑이라고 말해줘 /@@8d04/21 ‘음식물 반입자’가 또 포켓용 위스키를 꺼내 한 모금 마셨다. 부루의 못마땅해 하는 말이 들렸고, ‘음식물 반입자’가 뚜껑을 닫기도 전에 병이 손아귀에서 쏙 빠져나갔다. “어어, 이러지 마. 딱 두 모금 마셨다.” ‘음식물 반입자’라고 불리는 남자가 병을 따라 손을 벋으며 투덜거렸다. 원래 곱슬머리인지 아니면  파마머리인지 눈두덩까지 내려오는 웨이브머리를 Sun, 11 Apr 2021 14:31:40 GMT relief /@@8d04/21 사랑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할지라도 - 여덟번째 이야기- 쪼개진 심장 /@@8d04/20 내팽개쳐 버리고 싶어 열 번도 더 패대기를 쳤는데, 죽어도 버려지지 않고 끝끝내 살아남는 것, 그래서 때론 밥처럼 절실했다. 때로는 친구처럼 편안했다. 그리고 도박처럼 공허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첩보원 같아 의문도 많이 품었다. 혀를 대는 순간 미치게 달콤해서 그냥 녹아들었는데 눈을 뜨니 카악 뱉어내고 싶도록 쓰디썼다. 보듬었다가 욕하고, 차버렸다가 다 Sun, 11 Apr 2021 14:29:08 GMT relief /@@8d04/20 사랑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할지라도 - 일곱번째 이야기- 족장 앞에서 그린 그림 /@@8d04/19 아가씨 셋이 숲 안쪽 벤치에 앉아 재잘거리고 있었다. 아웃도어룩으로 한껏 멋을 부린 그녀들은 연신 까르륵댔다. 사람들은 그녀들의 명랑한 목소리를 귀거리처럼 귀에 걸고 산길을 걸었다. 친밀한 사람들과 신나게 떠들 수 있다는 건 하루의 선물로 아주 좋은 것이다. 소나무 가지를 뚫고 들어오는 햇빛이 설핏해지자 명랑한 목소리 또한 2옥타브 쯤 내려앉았다. 그녀들은 Sun, 11 Apr 2021 14:26:59 GMT relief /@@8d04/19 사랑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할지라도 - 여섯번 째 이야기- 두렵고도 절실한 /@@8d04/18 산들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리자 여자의 작은 귀가 드러났다. 여자는 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내려 귀 뒤에 꽂은 다음 깡통집 문을 두드렸다. “여보세요. 안에 계시나요?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대답 대신 정적이 언덕과 깡통집을 한 바퀴 돌았다. 여자는 다시 문을 두드렸다. “말을 할 수 있다면 내 말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무례하게 발가락을 밟아 문을 열고 싶 Sun, 11 Apr 2021 14:24:08 GMT relief /@@8d04/18 사랑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할지라도 - 다섯번째 이야기- 유혹은 아름다워 /@@8d04/17 넝쿨장미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유월의 한낮, 대로가 두루치기 식당에서 나온 남자는 이쑤시개로 아랫니 사이를 후비며 언덕 위를 바라보았다. 이내 왁스 바른 머리를 한번 쓸어 넘긴 남자는 이쑤시개를 내던졌다. 산 아래 보건소로 전근 왔을 때, 제일 먼저 깡통집 소문부터 들었다. 모두 입을 모아 깡통이 사람처럼 말을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고, 주제넘 Sun, 11 Apr 2021 14:20:51 GMT relief /@@8d04/17 사랑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할지라도 - 네번째 이야기- 구두 행례 /@@8d04/16 그녀가 깡통집 앞에 서자 조용히 문이 열렸다. 그녀는 서슴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닮았어요. 닮았어. 희한한 그 분위기와.” 그녀의 첫마디였다. “당신이 한 번도 오지 않아 섭섭했다고 말하면 실례일까요?” “괜찮아요. 섭섭할 땐 섭섭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건 멍충이란 뜻이니까요.” “흠, 그런 난 멍충이는 면한 건가요?” 부루가 소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Sun, 11 Apr 2021 14:19:09 GMT relief /@@8d04/16 사랑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할지라도 - 세번째 이야기- 말(語 )이 뛰어 놀 때 /@@8d04/15 숫기가 없다고 흥이 없는 건 아니다. 수줍음 때문에 말도 못하고 움츠러든다고 해서 끼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짓까불며 앞뒤로 흔들어대는 은사시나무처럼 누구나 장난기가 있고 농담이 있다. 배꼽 쥐는 웃음이 있고 신명이 있고, 내밀한 곳에서는 용암처럼 뜨거운 연정이 뽀괄뽀괄 끓고 있다. 바로 이 청년들이 그럴 거라고 부루는 생각했다. 훌쩍한 키에 후드티를 입은 Sun, 11 Apr 2021 14:17:23 GMT relief /@@8d04/15 사랑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할지라도 - 두번째 이야기- 풍랑 뒤에 /@@8d04/14 사람들은 깡통집 부루의 소문을 믿지 않았다. 깡통에게 의지가 있으며 시끄럽게 떠벌린다는 말이 황당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반가워하기보다 두려워해야 할 일이었다. 버스에 올라타 카드만 대도 알아서 떠드는 세상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센서의 작용일 뿐이고, 결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깡통집은 범위는 물론이고 규제 기능 조차 없었다. Sun, 11 Apr 2021 14:14:05 GMT relief /@@8d04/14 사랑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할지라도 - 첫번째 이야기- 차인 놈 /@@8d04/13 프롤로그 괴상하다 못해 유별나고, 희한하다 못해 요상한 그것의 이름은 없다. 날카로운 눈매에 턱이 완강한 건축주는 건물이 완공되자마자 이름도 주지 않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것은 도심 속의 전원마을로 고즈넉한데다 주변의 풍경이 아름다워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양중마을 뒤 언덕 위에 서 있다. 그것은 집도 아니고 로봇도 아니었다. 굳건한 자세로 땅에 붙박여 Sun, 11 Apr 2021 14:11:27 GMT relief /@@8d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