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26Fv 전직 PD. 현재는 사회에 해악만은 끼치지 않으려는 사려 깊은 백수. ko Fri, 25 Apr 2025 22:27:15 GMT Kakao Brunch 전직 PD. 현재는 사회에 해악만은 끼치지 않으려는 사려 깊은 백수.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gopMLnbGYqBs1jM6gT9-vt0n1jk /@@26Fv 100 100 꽃 없는 봄 - D-372 /@@26Fv/614 올해 봄처럼 꽃을 찾지 않은 해가 없었다. 아름다운 계절은 짧기 마련이란 거, 애써서 나가 보지 않으면 금세 지나가 버린다는 거 알고 있었는데, 나는 시종일관 그다지 미련이 없었다. &quot;벚꽃 보러 안 나갔어요?&quot; &quot;예, 따로 나가지는 않았습니다.&quot; 꽃 피는 거 따윈 관심 없는, 꽃 구경하러 나가자고 불러낼 사람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그런 건 아<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n9xc2ijn_rNQNL6I5kVkDf1UdtI.JPG" width="500" /> Sun, 20 Apr 2025 14:25:57 GMT 세라 /@@26Fv/614 그게 어떻게 산이 아니겠는가 - D-394 /@@26Fv/611 2025. 3. 30. 일. D-394 춘분이 열흘쯤 지났지만, 숲은 아직 잠들어 있었다. 눈이 우수수수 쏟아졌다. 당신과 내가 한 계절의 마지막 장면을 함께 본다. 첫눈은 청춘처럼&nbsp;한순간&nbsp;지나갔지만, 마지막 눈은 내리고 또 내리며 환절기에 처한 존재들을 공평하고 쌀쌀하게 위로한다. 모르는 당신과 내가,&nbsp;잠시 안심에 이른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VPDot5fxw2J1C9LpiGBhh7KhVSI" width="500" /> Sun, 30 Mar 2025 12:57:07 GMT 세라 /@@26Fv/611 다시, 나는 무조건 내 편 - D-396 /@@26Fv/610 2025. 3. 28. 금. 목련과 개나리, 매화와 산수유, 진달래와 제비꽃이 마구잡이로 피어나는 이상한 봄이다. 원래는 순서라는 게 있었는데 말이다. 오늘은 20도인데 내일은 0도라&nbsp;한다. 정치며 경제며 사회며,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듯하다. 바야흐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청사진이다. 나의 변덕과 충동 또한 이 세상의 날씨 속에서 자<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P_OWUco3SgwWKnd0OOgEqlI2qEI.JPG" width="500" /> Fri, 28 Mar 2025 15:40:34 GMT 세라 /@@26Fv/610 퇴사 충동 - D-398 /@@26Fv/609 2025. 3. 26. 수. 문득 달력을 보니 D-398이다. 그렇다. 나는 다가올 상실의 날짜를 세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1년만 채우고 끝낸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오늘은 D-33이 되시겠다. 퇴근 후 원래 했어야 할 일들을 내팽개치고, 이렇게 한심한 상상을 하며 우두커니 앉아있는 저녁이다. 봄꽃처럼 팡팡 터지는 내면의 충동. 점심시간에 산수유가 노랑 Wed, 26 Mar 2025 12:56:40 GMT 세라 /@@26Fv/609 무제 - D-414 /@@26Fv/603 2025. 03. 10. D-414 나의 환대와 대접이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부담스러웠던 것인지, 감기라는 손님은 며칠 머물다&nbsp;금세&nbsp;떠나가 버렸다. 해골처럼 비쩍비쩍 옷을 걸치고 헐렁헐렁 돌아다니던 백수 시절, 그러니까 육체가 비루하게 여위었던 건 정말로 가난 때문이었다.&nbsp;웬만한 감기에도 우아한 자세를 잃지 않고 고통을 의전하고 환송할 수 있는 육체와 Tue, 11 Mar 2025 14:43:13 GMT 세라 /@@26Fv/603 어느 책방지기의 고요한 퇴장 - D- 418 /@@26Fv/601 안녕히 계세요.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숲속 오두막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대답해주는 것만 같았다.&nbsp;언젠가 이 삶에서 퇴장할 때도 나는 세상을 향해 공손히 &quot;안녕히 계세요&quot; 하고 인사하게 될까. 온도는 유난히 높았으나 햇빛은 추호도 없었던, 오후부터는 비가 잘금잘금 내리다가 저녁에는 걷잡을 수 없는 강풍이 행인들의&nbsp;우산을 뒤집어대던<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6v6SZInTCpJYw1hggH4ZGYtgDHg.jpg" width="500" /> Sun, 02 Mar 2025 15:30:08 GMT 세라 /@@26Fv/601 마셔, 뭐 어때 - 상담일기-14회차(마지막) /@@26Fv/598 마지막 시간에는 써머리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듯하다. 지난 시간의 숙제였던 '수용하고 인정하기'에 관한 짜투리 메모들을 보여드렸는데, 알코올 의존에 대해서도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나 자신과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여전히 많았다. &lt;술&gt; 전에도&nbsp;얘기했지만, 선생님은 한 번도 내가 술 마시는 것을 나쁘게 말하지 않으셨다. Sat, 22 Feb 2025 14:06:52 GMT 세라 /@@26Fv/598 카메라를 들고 한 블록의 길을 걷는다는 것 - D-432 /@@26Fv/597 오늘 저녁 내 손에는 카메라가 한 대 들려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한 블록의 길을 걷는다는 것, 카메라를 들지 않고 한 블록의 길을 걷는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 걸까? 카메라 아이(Camera eye)로 본 세상은 아름다웠다. 그때 포착된 장면이 얼마나 쓸쓸하든, 얼마나 창백하든, 나는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러니까, 한 블록의 길을 걷는 사이에 나는, 그것<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Av7WlYgL_XgjbrfxIhQ42sVhmFc" width="500" /> Thu, 20 Feb 2025 13:35:13 GMT 세라 /@@26Fv/597 가방을 내려놓기만 하면 되는데 - D-436 /@@26Fv/596 2025. 02.16. 일. D-436 답을 찾은 것은 한참 전이었다.&nbsp;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기.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내려놓기. 거기서 우리는 어디로 더 가려고 했던가. 내려놓기를&nbsp;아주는&nbsp;내려놓지 못한 우리는. 우리는 가고 싶었을 것이다. 언제나 어디론가 가고 있었으므로. 멈추는 법을 배운 적 없으므로. Tue, 18 Feb 2025 15:26:28 GMT 세라 /@@26Fv/596 &quot;나야, 나 아직 여기 있어&quot; - D-437 /@@26Fv/595 2025. 2. 15. 토. D-437 그렇게 썼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심, 이번에도 카메라가 고쳐질 거라 믿었던 모양이다.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위급하게 작별을 맞닥뜨린 적도 몇 번인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카메라는 나에게 돌아와 주었더랬다. 뷰파인더가 망가졌더라도 찰칵. AF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찰칵. 더 이상 재생할 수 없는 순간조차 영원히 재생 Sun, 16 Feb 2025 14:02:53 GMT 세라 /@@26Fv/595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이 된다 - 상담일기-13회차 /@@26Fv/594 나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하며(100%), 자극 추구 또한 낮다고(36%) 했다. 거기에 자율성은 심각하게 떨어져서(5%) 내 선택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며 남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느라 나의 기분을 희생하는 버릇이&nbsp;오랫동안 체화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나는 겁이 많고 우유부단하다. 생각이 너무 많아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nbsp;물고 빠져들다 보면 어느덧 Thu, 13 Feb 2025 14:44:29 GMT 세라 /@@26Fv/594 파랑새 노랫소리를 듣고 싶다네 - D-443 /@@26Fv/593 2025. 2. 9. 일. D-443 입춘을 전후로 크나큰 추위가 찾아왔다. 그러나 오후 6시에도 바닥에 수북이 쌓여 있는 햇살 때문에, 나는 겨울이 이미 저 멀리 떠나갔음을 알았다. 그러니까 이 추위는 어떤 거대한 존재가 떠나간 뒤에 잔여하는 텅 빈 서늘함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추위에 떨면서도 겨울이 좋아고 말하고 다녔는데, 겨울 치고는 충분히 춥지<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_d0Oim1Ev3l3QHd23DaX5qvrJJc" width="500" /> Wed, 12 Feb 2025 15:29:38 GMT 세라 /@@26Fv/593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 - 상담일기-12회차 /@@26Fv/591 살아오면서 어떻게든 원가족의 슬하에 있었던 세월과, 어떻게든 내가 나를 먹여 살리며 살아온 세월이 반반 정도 되었다. 이전이든 이후든 더 많은 기억은 악착하고 슬픈 기억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삶을 연명하고 연장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 모든 사건을 나 혼자 해결하면서. 그런 '나'는 어떻게 보면 대단하지 않냐고, 기특하지 않냐고, 훌륭하지 않 Wed, 05 Feb 2025 14:52:52 GMT 세라 /@@26Fv/591 꽃은 물, 물은 꽃 - D-451 /@@26Fv/589 2025. 2. 1. 토. D-451 (*사진은 모두 사진첩을&nbsp;뒤져 찾은 과거 나의&nbsp;책상&nbsp;풍경으로 글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모두 다른 집이고, 사진 속 주전자나 컵 중에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다 깨먹었&hellip;&hellip;) 화이트 피치 우롱: 하얀 복숭아를 한입 베어 물어 입안 가득 반짝이는 복숭아향이 방울방울. 이렇게 소개되는 차를, 나 같은 사<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gZei05BAqFsiGhM-A3fdPWB1U50" width="500" /> Sun, 02 Feb 2025 09:52:42 GMT 세라 /@@26Fv/589 시작하겠습니다 습니다 니다&hellip;&hellip; - D-452 /@@26Fv/588 2025. 1. 31. 금. D-452 (어젯밤 종이에 휘갈겨 쓴&nbsp;파편들을&nbsp;옮겨둠. 연결될 듯 연결되지 않는 몽상&nbsp;망상 그래도 메모&hellip;&hellip;) 싱크가 어긋나는 순간들을 맞추고 있다 &rarr;&rarr; &nbsp;아니다 &larr;&larr;&larr; 이것도 아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습니다 니다&hellip;&hellip; 영원히 시작하지 않는 시작하겠습니다 니다 다&hellip;&hellip; 미묘하게 비틀린&nbsp;공명 속에서 큐! &rarr;&rarr;&rarr;&rarr;&rarr; 큐! &larr;&larr;큐! 도대체 Sat, 01 Feb 2025 14:46:09 GMT 세라 /@@26Fv/588 그때 이미 깨어진 풍경 - D-453 /@@26Fv/587 2025. 1. 30. 목. D-453 새벽의 서울역. 비가 눈으로 바뀌는 장면을 부연히 바라보았다. 내가 언제 방송국에서 은행으로, 은행에서 책방으로, 책방에서 기차역으로 건너왔는지 모르겠다. 눈꽃바람에 아득히 젖은 바짓단. 그 사이사이 벌꿀처럼 끈적하게 자물려 있는 끊어질 듯한 피로&hellip;&hellip;. 깨어서 보는 풍경은 불편하게도 아름답고. 쓰라린 깨어 있음으<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6Fv%2Fimage%2F3H-Hvfuiolniy6T3lVe4lawPj7I" width="500" /> Thu, 30 Jan 2025 15:40:40 GMT 세라 /@@26Fv/587 믿고 싶은, 따뜻하고 싶은, 사랑하고 싶은 - 상담일기-11회차 /@@26Fv/585 이번 상담 시간에는 많은 주제의 이야기를 훑어가듯이 조금씩 나누었다. 여전히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다는 다양한 변주를 통해 가끔 정수에 반짝 접속하고 있다. 그런 방식도 나름 마음에 든다. 상담이 다 끝나고 보면 그 모든 게 같은 이야기였다는 걸 깨닫는 날도 있다. 오늘도 일단 기억나는 대로 메모해 둔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 Sat, 25 Jan 2025 15:10:38 GMT 세라 /@@26Fv/585 소공녀 세라는 합니다 - D-464 /@@26Fv/584 2025. 1. 19. 일. D-464 &lt;메모들&gt; 10:00 출근길에 산 자와 죽은 자가 주고받은 편지를 더금더금 읽다가, 더이상 울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읽기를 중단했다. 엉엉 울기를 잠시 미뤄두고, 일찍이 책방을 열고 환기를 한다. 잊으려 애쓰다가 잊어버렸다는 걸 잊어버리는 시간. 결국 잃어버림. 11:18 갑작스런 장례식으로 인해 앞도 뒤도 없이 Sun, 19 Jan 2025 16:11:29 GMT 세라 /@@26Fv/584 곤경에 처했을 땐&hellip; 타타타! - D-469 /@@26Fv/583 2025. 1. 14. 화. D-469 &lt;어떤 오해&gt; &quot;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못 먹었을 텐데&hellip;&hellip;&quot; 하며 건네진 저녁의 고구마. 누군가의 호의 앞에서 왠지 어깨가 수굿해지는 나. '세상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게 당연한 거라고, 그게 삶의&nbsp;디폴트 세팅이라고, 그건 오늘 상담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 중 하나였다. &quot;누군가 나를 등쳐먹지만 않아도 Sun, 19 Jan 2025 15:44:42 GMT 세라 /@@26Fv/583 나의 다섯 번째 계절 - 상담일기-10회차 /@@26Fv/580 지난번에 나는 어떤 불행 앞에서 내가 편안하면 안 될 것 같다,라고 말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nbsp;'편안함'을 '불편하게'&nbsp;느끼는 사람이었다. 자꾸만 나를 불편한 쪽으로 이끌고 가려는 나를, 인식조차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는 걸 오늘 인식한다). 나는 나를 다그치고 몰아세우는, 그리하여 통제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오늘 상담의 진맥 Tue, 14 Jan 2025 13:34:27 GMT 세라 /@@26Fv/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