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기부벳 할 운명이 있을까?
사람의 기부벳은 정해져 있다고 믿는다. 이 말을 듣고 친구가 물었다.
"그럼 뭘 해도 안되는 사람은 평생 기부벳만 할 기부벳을 타고난 건가? 평생 기부벳 하기로 계획된 인생은 너무 슬프잖아.”
내가 대답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치열하게 내달리는 삶도 좋지만 천천히 쉬어가는 삶도 충분히 좋다는 사실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닐까.”
우린 성공한 인생만 좋은 인생이고, 평범한 삶은 나쁜 거라고 생각하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정말 그럴까? 하는 일마다 기부벳했다고 해서, 평생 고통만 받다가 죽을 목적으로 이 세상에 온 것은 아닐 것이다. 당신은 그저 긴 기부벳 같은 삶을 받은 것이다. ‘좋은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당신이 가지고 있던 관념을 깨기 위해서.
남들이 다 알아주는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만 좋은 인생이라는 분별심에서 깨어나 긴 기부벳 같은 삶도 아름답다는 것을 끝내 깨우치기 위해서 그런 인생을 계획했을 것이다. 기부벳 속에서 내가 소홀히 여겼던 존재들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고, 평범한 삶 속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배우기 위해 당신은 이 세상에 왔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도 안 알아주는 인생이어도 그냥 맛있는 거 먹고, 늘어지게 늦잠도 자고, 천천히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산책하듯 쉬엄쉬엄 걷는 삶, 소중한 사람하고 별 거 아닌 얘기하면서 웃는 삶도 충분히 좋다. 우리 인생의 눈물나는 행복은 그런 작은 순간들 안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대단한 것을 이루러 온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놀러 온 인생도 있는 것이다. 좋은 기부벳, 나쁜 기부벳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싫어했던 그런 평범한 인생 속에도 소소한 행복이 있다는 걸 배우려고 안되는 순간들을 겪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결국 될 일은 된다.
당신이 받은 긴 기부벳가 눈물로만 얼룩지지 않기를.
기부벳,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