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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버거 Mar 11. 2025

인생은 케이퍼 파라존 코리아카지노

사람이 기회고, 운(運)은 타이밍이다. 인재(人材)가 적시(適時)에 나타나는 일이 반복되면 필시다.

나의 믿음이다.


2023년 2월 4일에 믿는 머스마 동생 한 명과 나, 둘이 파라존 코리아카지노회의 밴드를 개설했다. 오프에서 모이던 열한 명을 우선 초대하고, 예전 음악 모임 인연 중 책을 볼 것 같은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초대한다고 다 오는 건 아니었다. 대개 제가 책을요? 같은 반응이 다수였다. 내 인맥(?)에는 책 읽는 사람이 귀했다. 그렇게 박박 끌어 모아도 회원은 열댓 명이 다였다. 그나마 모인 사람들도 활동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꿔다논 보릿자루. 게시물도 없고, 댓글도 없다. 나라도 뭐든 포스팅을 해야 하는데, 바닷가에서 '야호'를 외치는 꼴이라 흥이 나지 않았다. 밴드는 고즈넉한 산사 분위기가 돼갔다. 이러면 안 되는데, 반성만 맨날 하면서.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파라존 코리아카지노회의 독서 모임은 꼬박꼬박 열었다. 밴드에 공지를 올려도 아무도 안 보니까 일일이 전화를 걸고 카톡을 했다. 네 명이 모이기도 하고 여덟이 토론을 하기도 했다. 시간은 쉼 없이 흘러 어느덧 여름. 오십 명은 무슨, 스물도 안 되는 현재 인원 지키기도 어렵겠다 싶었다. 가끔 들어오는 가입 신청을 수락하면 휙 둘러보고 침잠한 분위기 파악 후 바로 나가기 일쑤였다. 가뭄에 콩 나듯 겨우겨우 한 명씩 늘고 있었다. 난감했다.


'밴드 이런 거 잘 모르겠으니 차라리 카톡에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라.'

'좋은 분들 많아서 참여하고 싶은데 제가 책은 잘 안 봐서요.'

'책 안 읽고 참석해도 됩니까.'

'골프나 등산 같은 프로그램을 추가해 보시죠.'

밴드 개설 전, 오프파라존 코리아카지노를할 때 소개에 소개로 합류한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음악 모임에서 알던 사람들도 책하고 별로 안 친하긴 마찬가지. 그이들은 내가 뭘 한다니 예의상 머릿수만 채워주는, 나름의 선행을 베풀고 있었다.


50명을 채우겠다던 8월을 지나 가을이 됐다. 추석이 지나고 가끔 겨울처럼 맵게 추운 날이 드문드문 있던 무렵. 아무 말 대잔치 같은 내 포스팅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내용도 '대한민국 표준 댓글'같은 니맛도 내맛도 없는 맹탕댓글이 아니었다. 먹물 냄새 물씬한 지적이고 반듯한 댓글, 거기에 위트까지 갖춘 댓글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울 뻔했다. 고맙고 반가워서.


23년 여름에 20명 언저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을이 돼도 30명 고지에서 진퇴만 거듭하고 있었다. 그즈음 열었던 파라존 코리아카지노회의에서 처음 보는 얼굴을 드물게나마 보게 된다. 이런 반가울 데가. 뒤풀이에서 만족했다는 말, 재밌다는 말을 들었다. 인사치레 같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새 회원이 자기 지인을 초대하는 일이 늘었다. 다단계의 시작. 될 징조다. 이제서야.


Heist film / Caper movie (하이스트 필름 / 파라존 코리아카지노 무비)
범죄영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 무언가를 강탈하거나 훔치는 내용을 주로 다루며, '케이퍼(범죄) 무비'라고도 불린다. 장르의 클리셰나 필수요소, 설정은 다음과 같다.
* 절도나 강도의 과정이 영화의 대부분을 이룬다.
* 각자 전문 분야를 지닌 인물들이 고유의 포지션을 맡는다.
* 보안이 삼엄한 대상을 노린다. (예: 은행)
*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워 목표를 달성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배신을 방자한 역배신, 위기를 방자한 함정 설치 등등 눈에 보이는 것만 믿던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요소가 등장한다. 하지만 열에 아홉은 경찰에게 걸려서 도망치거나 내분을 일으키는 전개가 된다.

한국에서는 최동훈 감독이 이쪽 장르로 유명하다.

-나무위키-


하이스트 또는 케이퍼 무비(이하 케이퍼 무비)는 큰 범죄를 모의한다. 중앙은행을 턴다던지, 국보를 훔치거나, 조폐국에 침투한다. 루팡처럼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영화를 빼면 백에 아흔아홉은 팀을 짠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을 봐도 초반 30분 이상을 각 분야의 전문가를 소개하고 합류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할애한다. 케이퍼 무비의 목적인 '범죄'를 '사업'으로 바꾸면 성공 비법 공식이나 다름없다. 큰 일을 혼자 이루는 법은 없으니까.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큰 성공을 거둔 이들곁에는동업자, 조력자, 팀이 반드시 있다. 제프 베이조스와 앤디 제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빌 게이츠와 폴 앨런, 우리가 익히 아는 예시만도 끝이 없다.


2023년 가을, 그러니까 추석부터 11월까지 하늘에서 떨어진 듯 나타난 인재들이 파라존 코리아카지노회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현실에서 케이퍼 무비를 찍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뽀빠이(이정재 분)가 홀연히 나타나고, 다음 날은 예니콜(전지현 분)과 펩시(김혜수 분)손을 잡고 가입하고, 뽀빠이가 잠파노(김수현 분)를 초대하고, 씹던 껌(김해숙 분)이 검색으로 불쑥 들어오는 느낌. 영화에서는 마카오 박(김윤석 분)이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합류를 설득하는데, 가만히 기다리며 북클럽만 간신히 유지하던 내게 이 무슨 복인가 싶었다.


작품 같은 사진이 가득한 게시물이 올라오고, 품격과 유머 두 마리 토끼를 다잡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리고, 브런치에나 올라올법한 양질의 책 리뷰 포스팅이 심심찮게 보였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양한 책들이 게시글과 댓글 곳곳에 인용되어 밴드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회원수는 계획에 못 미쳤지만, 흥이란 게 안개처럼 파라존 코리아카지노를 채워갔다. 되는 집 분위기가 이런 게 아닐까.


끌어당김의 법칙이라고 해야 할까. 좋은 에너지의 질량이 만든 인력(引力)이라고 해야 할까. 그 가을을 기점으로 좋은 사람들, 오래 보고 싶은 사람들이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인생이 케이퍼 파라존 코리아카지노 전개되면 이런 큰 기쁨과 엄청난 시너지를 만드는구나,발견하는시기였다.


그러나 목표했던 숫자를 채우는 건 그것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50명, 100명 달성은 해를 넘기게 된다.

늘어난 (회원) 숫자의 힘을 확인하는 이야기는 다음 글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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