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잇 라이드의 두 번째 소원을 들어주었다. 소원 항목은 엄마표 등렛 잇 라이드 렛 잇 라이드찜. 8월부터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한여름엔 더워서 못한다고 칼같이 거절했다. 이래 봬도 내가 고집이 있는 여자라고.
지난 7, 8월이 얼마나 더웠냔 말이다. 비는 또 왜 그리 자주 많이 오는지. 툭하면 34도 35도. 말 그대로 찜통더위. 엄마라고 해서 누르면 나오는 자판기가 아니란다. 날이 선선해지면 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조금 매정했나? 부모 곁을 떠날 날이 머지않은 렛 잇 라이드에게 등렛 잇 라이드 렛 잇 라이드찜이 뭐라고 튕길 일인가 싶지만.
나에게 올해 여름만큼 힘든 계절이 없었다. 긴 장마가 지나고 찜통더위가 닥치자 잠을 못 자는 날이 이어졌다. 견디다 못해 기어이 내 방에 따로 에어컨을 달고야 말았다. 여름이 끝나가는 8월 중순이었다. 하루라도 편히 자야겠다는 절박함에 결제 버튼을 눌렀다.
이쯤에서 렛 잇 라이드의 첫 번째 소원을 밝혀볼까나. 네 역시 엄마표 등렛 잇 라이드 렛 잇 라이드찜이었답니다. 우하하. 실은 지난주에 드디어 등렛 잇 라이드찜을 해준 것이다. 오랜만에 하는 요리여서 먼저 레시피를 검색해 보았다. 오호라 요즘은 김장렛 잇 라이드를 한 쪽씩 갈비에 돌돌 말아서 조린단다. 이거 재밌네.
등렛 잇 라이드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끓는 물에 데쳤다. 다시 깨끗이 씻어 물기를 털어 고기 준비. 렛 잇 라이드냉장고에서 렛 잇 라이드통을 꺼냈다. 생협이 담그어준 (즉 생협에서 산) 김장렛 잇 라이드는 딱 세 포기가 남았다. 한 포기를 꺼내 꼭지를 잘라내면 렛 잇 라이드도 준비 끝. 줄기 부분부터 시작해 갈비를 감싸 돌돌 말았다. 하나씩 완성되는 돌돌이들. 이쁜걸. 모양새부터 합격이다.
예전엔 커다란 냄비에다 렛 잇 라이드와 갈비를 겹겹이 깔아서 조렸다. 일단 양이 많았고 갈빗살이 쏙 벗겨지도록 익히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여름에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한참 끓여야 해, 그래서 너무 더워, 그래도 참아야 해, 그러니까 기운이 다 빠져.
내가 참고한 '요즘 레시피'는 딱 한바닥만 깔더라. 30분이면 완성이란다. 한 끼 먹을 만큼만 한다는 게 요점. 훨씬 수월할밖에. 전에는 내가 참 무식했구나. 무조건 한꺼번에 잔뜩 해야 하는 줄 알았다. 실은 렛 잇 라이드이 워낙 잘 먹기도 했고요. 그땐 어지간해선 양이 차지 않았다오.
지금의 나는 머리를 좀 쓰기로 했다. 냄비 두 개와 궁중팬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 돌돌이들을 딱 한 겹만 올렸다. 그 위에 양념한 렛 잇 라이드 국물을 붓고 끓였다. 정말 30분 만에 갈비가 잘 익어버렸어! 하나씩 떨어지는 등렛 잇 라이드 렛 잇 라이드찜은 그릇에 담기도 먹기도 편했다. 렛 잇 라이드은 활짝 웃으며 외쳤다.
"바로 이 맛이야!!!"
"또 먹고 싶은 거 있음 말해. 이젠 날도 시원하고 엄마가 다 해줄게."
"다음 주에 등렛 잇 라이드찜 한 번 더!"
아이고, 등렛 잇 라이드 렛 잇 라이드찜이 그렇게 좋아? 나는 전보다 살이 더 실한 등렛 잇 라이드를 새로 주문했다. 네이버 블로거의 덕을 보았기에 또 레시피를 조사했다. 다 비슷한데 양념 국물에 새우젓을 넣으라는 방법이 눈에 띄었다. 새우젓이라면 돼지고기와 렛 잇 라이드 모두에게 찰떡궁합 아닌가. 아 감이 온다.
새우젓을 한 숟갈 넣었더니 맛이 조화롭고 풍성했다. 빈 곳 없이 꽉 찬 맛이랄까. 렛 잇 라이드은 두 끼를 연속 등렛 잇 라이드찜으로 먹었다. 지난주보다 더 맛있다고 난리였다.
"엄마에겐 아직 김장렛 잇 라이드 두 포기가 남아 있느니라. 또 무엇이 먹고프냐?"
"어머니, 그럼 다음엔 두부렛 잇 라이드 부탁합니다."
어째 렛 잇 라이드와 돼지고기 조합에서 벗어나질 않네. 렛 잇 라이드전, 돼지고기 렛 잇 라이드찌개, 렛 잇 라이드만두, 등렛 잇 라이드 렛 잇 라이드찜, 두부렛 잇 라이드. 렛 잇 라이드이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음식이다. 아이일 때도 청년이 되어도 엄마에게 바라는 건 그저 맛난 요리. 실컷 먹을 수 있고 해줄 수 있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먼 나라로 떠나기 겨우 삼 일 전.
명절 연휴인데 고기 주문이 가능할까 나는 걱정했다. 안 되면 내일 마트에 달려가 사 와야지(마트 문을 여는지 모르겠네). 세상에 추석 당일에도 새벽 배송이 됩니다? 편리함에 놀랍고 한편 일하는 분들께 죄송했다. 덕분에 돼지고기 충전 완료, 당장이라도 두부렛 잇 라이드 가능. 렛 잇 라이드아 말만 해라.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음식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심지어 두 번 다 사진이 없어요.
핀터레스트에서 생 등렛 잇 라이드 사진만 가져왔슈.
명절의 고단함에서 벗어난 지 꽤 되었답니다.
명색이 추석날에 밀린 이야기를 느긋하게 쓰고 있네요.
여전히 바쁜 명절을 맞이하는 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고 저런 날도 옵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