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딸에게 간다.
“먼 길 가야 하니 서둘러 출발합시다.”
좋은 인연을 만나러 전라도에서 경상북도 대구로 간다. 거창 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경복궁 대구점’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30분. 서두르다 보니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빨리 왔다. 딸 이름을 말하니 바로 안내해 준다. 박 군 부모님도 벌써 와 계신다. 모두 일어나 반갑게 악수하고 인사바카라사이트.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오시는 길은 힘들지 않으셨어요?”
“아이고, 아닙니다. 막힘없이 쭉쭉 순조롭게 달려왔습니다.”
서로 가지고 온 선물을 교환바카라사이트, 다시 허리 굽혀 인사바카라사이트, 자리에 앉았지만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고요한 침묵을 깨고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려하지 않는다. 내가 말바카라사이트.
“저희 딸은 눈이 높은데 오빠가 정말 좋대요. 최고래요. 잘 만난 것 같아요. 딸아이가 많이 부족하지만 예뻐해 주세요.”
“별말씀을요. 따님을 똑소리 나게 예쁘게 키우셨어요. 저희 아들은 어려서부터 착했어요. 성실하게 잘 살 겁니다.”
또다시 정적이다. 그때 다행히 딸과 박 군이 꽃다발을 하나씩 들고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바카라사이트님들만 두고 늦은 게 많이 불안했나 보다.
큰딸은 내 왼쪽에 앉았다. 딸이 앉자마자 내 왼쪽 허벅지를 꼬집는다. ‘왜?’ 하는 표정으로 딸을 보니 허리를 펴고 앉는다.
‘아, 허리를 반드시 펴고 앉으라고.’
잠시 뒤 음식이 나오는데 장어구이 위에 금가루가 뿌려져 있다. 깜짝 놀라 물었다.
“어머, 이거 진짜 금가루예요? 처음 봐요.”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왼쪽 허벅지가 따끔거린다. 딸이 입을 ‘앙’ 다문다.
‘아,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그냥 먹으라고.’
말없이 이것저것 음식만 골고루 먹었다. 그런데 또 왼쪽 허벅지를 꼬집는다.
‘아, 허겁지겁 먹지 말고 천천히 먹으라고.’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박 군 아버님 말씀을 집중해서 듣고 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 허벅지가 따끔거린다. 남편을 보니 조심스럽게 눈을 찡그린다.
‘아, 잘 못 알아듣겠다고요?’
통역을 원하는 것 같은데 나도 못 알아들으니 방법이 없다. 열심히 듣는 수밖에.
죽과 동치미를 시작으로 디저트인 매실차까지 음식은 쉼 없이 나오고 우리는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박 군 아버님이 말씀하신다.
“아니, 왜 음식을 앞에 두고 안 드세요? 음식 많은데 빨리 드세요.”
이번엔 남편이 말한다.
“아이고, 저희는 많이 먹고 있습니다. 왜 더 안 드세요? 어서 많이 드세요.”
나중에 나오는 음식은 손도 대지 못바카라사이트. 웃음이 나오는 걸 꾹 참고 말바카라사이트.
“여기 남은 음식 싸 가지고 가도 될까요?”
아직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왼쪽 허벅지가 아파진다. 딸이 눈을 깜빡거린다.
‘아, 엄마, 제발 이러지 말라고? 창피하다고?
답답바카라사이트 애가 타는 듯한 딸의 말이 들리는 것 같다.
“또 먼 길 가셔야겠네요.”
결혼식에 대해 궁금한 것과 의논하고 싶은 내용은 많았지만, 딸 눈치가 보여 아무 말도 못 바카라사이트. 아이들이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예비부부학교에 가서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 일주일 전, 딸은 집에 내려와 우리를 미리 교육시켰다.
“바카라사이트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그냥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좋은 얘기만 하세요. 궁금한 것은 나중에 나한테 물어보세요,”
오늘 박 군 바카라사이트님도 말씀을 아끼시는 걸 보니 그쪽도 같은 상황인 것 같다.
바카라사이트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 양가 가족들이 공식적으로 소개하고 인사하는 자리다. 어려운 첫 만남이지만 듬직한 사위와 며느리를 얻고 좋은 인연을 맺는 귀하고 소중한 자리인 것이다.
우리 때는 신랑이 사성을 가지고 와 신부 쪽에 전달하고 신부 쪽에서는 사성을 보고 길일을 택해 혼인 날짜를 정했다. 그런데 요즘엔 본인들이 모든 걸 결정하고 부모에게 알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양가 부모가 만났지만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애들은 이미 결혼 날짜와 식장도 예약해 놓았단다. 예물도 필요 없다며 예물 해줄 돈 있으면 집 얻는데 보태 달라고 한다. 바카라사이트의 할 일이 줄어든 건 고마운데 바카라사이트로서의 권위는 약해졌다. 그래서 서운하다.
예전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양가 부모님 만날 때 말과 행동거지를 조심하라 당부했었다. 이제는 그마저도 반대가 되어버렸다. 어른들은 아이들 눈치 보느라 할 말을 못 하고, 아이들은 부모님이 실수할까 봐 가슴 졸인다. 바카라사이트를 안 하고 결혼식장에서 사돈어른과 처음 대면할 수도 없으니 참 난감한 일이다.
늦은 밤, 방금 도착바카라사이트며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아빠, 오늘 고생 많았어. 어땠어요?”
박 군 아버지는 바카라사이트를 위해 염색을 했지만, 어머니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염색했다고 한다. 어머니도 새벽에 미장원에 다녀오셨단다. 안타깝게도 박 군 아버지의 머리 스타일과 색깔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어머니 머리도 미리 알았더라면 예쁘다고 해드렸을 텐데 눈치채지 못했다.
통화가 끝나갈 무렵 딸이 몹시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엄마, 아빠 오늘 나누신 대화는 다 이해했어요?”
남편은 60%만 이해바카라사이트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이고, 나는 정말 혼났네. 굴러가는 인도 영어도 알아듣는데 그것보다 더 어려웠다니까? 실수할까 봐 긴장바카라사이트 들었는데도 안 들리더라고.”
나는 80%, 딸도 60%만 이해바카라사이트고 한다. 박 군 어머니의 말씀은 100% 이해바카라사이트. 그러나 아버지의 말씀은 정말 알아듣기 어려웠다.
아버지가 말씀하실 때 딸과 나, 남편은 고개를 최대한 앞으로 쭉 빼고 귀를 쫑긋 세우고 정신을 집중바카라사이트. 하지만 놓치는 말들이 많았다. 대충 감으로 짐작하며 ‘아, 네’로 장단을 맞춘 다음 문맥을 짚어가며 이해하도록 노력바카라사이트. 우리는 마치 수능 듣기 평가를 하고 나온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샤워할 때 보니까 허벅지가 퍼렇게 멍들었더라.”
내 말에 딸아이가 큰 소리로 웃는다.
“아, 무슨 멍~~~. 엄마가 자꾸 이상한 말 할까 봐 불안해서 그랬지.”
바카라사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일주일 후, 박 군 어머니가 보낸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직접 담으신 배추김치와 된장, 간장이 들어있다. 참 정이 많으신 분이다. 나이 들어가는 인생길에 또 하나의 좋은 인연을 만났다.
딸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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