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디 있어? 어린 왕자가 꽃에게 물었다. 사람들? 몇 명 본 적 있어. 몇 년 전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바람이 그들을 이리저리 데려가거든. 그들은 뿌리가 없으니 정착을 못 해. 그래서 사는 게 힘들지.
[어린왕자와 꽃의 대화 중]
지난여름, 나는 다소 충동적으로 작은 화분의 도브카지노을 사 모았다. 그동안 도브카지노 키우기에 성공한 경험이 없던 터라 이번 도전은 모험에 가까웠다. 나는 초보 식집사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 애쓰며 도브카지노의 특성을 메모하고, 물 줄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 신경 썼다. 도브카지노들도 그런 내 정성을 알아챈 걸까? 처음엔 두 세 줄기뿐이던 보스턴 고사리 잎이 풍성해지더니 플라스틱 화분을 가를 기세로 자랐다.
결국 얼마 전, 초보 식집사인 나는 난생처음으로 분갈이를 하게 됐다. 지금, 도브카지노의 생장기를 맞는 봄이 한창이지 않은가. 우선 나는 도브카지노테러범이라 할, 고양이 라떼부터 베란다로 내보낸 뒤, 바닥에 분갈이 매트를 깔았다.
새 화분엔 배수층을 만들고 새 흙을 얹어두었다. 손가락으로 플라스틱 화분을 가볍게 누르자, 뿌리가 엉킨 흙덩이가 화분 모양 그대로 빠져나왔다. 나는 그것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숨까지 참으며 새 화분으로 옮겼다. 뿌리라도 다칠세라, 손끝에 온 신경을 모았다.
‘죽지 마라. 죽지 마!'
이렇듯 공들여 도브카지노의 숨 쉴 틈을 만들고도 어쩐 일인지 내 마음에선 간절한 기도가 흘러나왔다. 혹시나 서툰 내 손길이 여린 생명에 치명상을 입힐까 두려운 마음 때문이었다.
나이 들면 꽃이 좋아지고, 도브카지노을 가꾸게 되는 이유를 두고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란 말도 있지만, 나는 그것이 단지 몸의 변화를 넘어서는 것임을 느꼈다.
젊을 때 우리는 끊임없이 떠돈다. 도시를 옮기고, 사람을 바꾸고, 때론 오랜 꿈마저 버렸다. 정착을 두려워한 것이다. 어딘가에 뿌리내리는 것이 곧 자유를 잃는 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자, 똑같은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욕망은 시들었고, 대신 오래 머물 수 있는 평온을 갈망하게 됐다. 거기에는
뿌리 없이 흔들리는 삶을 멈추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나 역시 언제부턴가 도브카지노이 좋아졌다. 꽃이 아름다운 걸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너무도 덧없는 것이었다. 만개한 꽃도 곧 시들었고, 무엇보다 쉬이 떠나는 것에 마음을 주는 일이 영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도브카지노은 달랐다. 사계절을 견디는 나무는 비바람에 고개를 숙일지라도 비가 그치면 더 푸르게 성장해 내고 말았으니까.
다행히 분갈이를 마친 도브카지노들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도브카지노을 돌보는 일은 일방적인 소유가 아니었고 서로를 길들이는 과정이었다. 그들이 내 곁에 뿌리내리길 바라며, 나 또한 그들의 삶에 책임을 지는 그런 관계 말이다.
나도 더는 뿌리 없이 떠돌고 싶지 않은 나이가 된 것이다. 그 바람은, 단단히 뿌리내린 자연에 기대어 늦게나마 내 삶의 뿌리를 내리려는 시도였고, 조심스레 도브카지노 말에 귀 기울이는 일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졌다면 얼마간 눈물 흘릴 위험을 감수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