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태현 Mar 15. 2025

벳16 저장을 지나, 민트색의 발행까지 가는 건

음악은 종현, ’하루의 끝‘이 좋겠다



벳16


보여?


브런치 책방에 책을 등록해볼까 하는 알량한 마음이 스리슬쩍 들어

마우스 커서를 스르륵 옮겨봤는데,


글쎄

맙소사.


최근 3개월 이내에

브런치에 벳16한 글 수가

5개가 되지 않아서,

등록할 수가 없다는 거.


몰랐네 난.


맞아.


정말,

책이 나왔는데.

그건 내게 너무 슬픈 일 같아.


배부른 건방짐이 아니고,

정말 슬퍼서 하는 말이야.


내 눈앞에 버젓이 누워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여섯글자의 이 책이,

내 책 같지가 않아.

그리고,


글 한 글자 올리지도 못하고 있는 벳16지망생인 현실에서 허우적대고 있는데,

그런 벳16지망생의 글이 잘도 벳16라는 두 글자를 담은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온다는 게.

글자 하나 쓰지 못하고 있는 벳16지망생인데,

세상에 그 벳16지망생의 책을 내보낸다는 게,

죄송하고,


그래서

너무 슬퍼지는 일.

그래 어쩌면,

종현, 하루의 끝 처럼.


몇 날 몇 번을,

이렇게 글을 썼다가,

오른쪽 위 회색에 질려버린 벳16 '저장'을 눌러보지도 못하고

하얀 화면에 사라져버린 글이 벌써 몇 번째일까.


정말 어렵게 하얀 화면을 마주한 일상인데,

벳16에 사라져버리는 까만 글자들의 슬픔을

감히 지망생인 내가 어떻게 위로해 줄 수 있을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은 많은데,

어린천사 예랑이의 세상도, 자살시도자를 마주한 호랑이의 세상도, 그래서 죽지말라는 공무원의 생활도.

당장이라도 완결 짓고 싶은 글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머리에 맴도는데,

왜 머릿속 글자들은 손가락 끝에 갇혀버린 걸까.


아, 그러고보니 왜 그분께,


저는 글을 쓰는 게 왜 슬픔일까요.

한글자도 못쓰겠는 게 아니라,

한글자도 세상에 내보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라고 말했던 걸까.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 눈 속에서 발견한 내 모습은,

왜 그토록 진실돼 보였을까.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벳16지망생의 글이,

벳16라는 이름으로 책으로 나온다는 건,

꽤 슬픈일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글을 써놓고 다시 읽어봐도,

그래서 지 책 나왔다고 자랑질이라도 하고싶은건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슬픔이네.


정말

그런게 아닌데.

그런게 아니라고 글을 써낼,

자신이 없나봐.

글자의 무게가 왜 이렇게 점점 버거워지는 걸까.

아무도 관심없을건데.

그리고 이제는 관심따위 관심도 없는데.

벳16


그래도 이 글은 벳16 저장을 지나,

내가 좋아하는 민트색의 벳16 가볼 생각이야.

누군가의 말처럼,

용기를 내야지.

벳16지망생에서 세글자를 지워내는 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


맞춤법 검사는 생략.

너무 정확하기만 한 글은,


매력이 없는 것 같아서.


그럼에도,

안녕을 말해주시는 벳16님들, 독자님들이 계시니,

감사하고, 행복해.


응, 사실 그 말을 전하고 싶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