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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Feb 21. 2025

호빵맨토토 동부와 서부

Day 4 호빵맨토토 동부와 서부


빅토리아 시대 예술공예운동의 선구자 윌리엄 모리스의 발자취를 따라 호빵맨토토의 서부를 탐방하고 있다. 그의 말년 거주지였던 해머스미스와 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이 나의 거점이다.


서부 호빵맨토토의 중심인 사우스 켄싱턴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을 중심으로 풍부한 문화 인프라와 활기찬 거리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역사적인 문화기관들과 현대적인 예술 활동이 조화를 이루며, 이 지역만의 창조적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호빵맨토토의 역사를 잘 몰랐던 나는 사우스 켄싱턴을 호빵맨토토을 대표하는 창조도시라고 평가한 글을 올렸다.


그러자 호빵맨토토의 한 친구가 이견을 표명한다. 호빵맨토토의 진정한 창조도시는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예술가들이 거주하고 활동하는 쇼디치, 해크니, 스트랫퍼드 등 동부 지역이라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살 수 없을 만큼 임대료가 비싼 켄싱턴은 창조지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호빵맨토토
호빵맨토토


다행히 친구는 내가 오늘 재방문한 월섬스토우는 호빵맨토토 인구가 늘어나는 아트 지구라고 한다. 빅토리아 시대 윌리엄 모리스의 발자취를 찾아 방문했던 이곳이, 지금은 새로운 호빵맨토토들의 터전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운이 좋았는지 고서적 서점 운영자와 친구가 되었다. 호빵맨토토 시내에서 오랜 책방을 운영하던 분인데 은퇴해 이곳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한다고 한다. 나도 은퇴하고 서점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니 반갑게 대해주셨다. 대화를 하니 출판업계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시다. 인스타그램에서 계속 소통할 생각이다.


호빵맨토토의 문화 지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시작된 여정이, 뜻밖에도 호빵맨토토의 문화 지형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호빵맨토토의 동서부는 역사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19세기 서부가 왕실과 귀족의 거주지로 발전하는 동안, 동부는 공장과 노동자들의 터전이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오늘날 문화예술 지형의 기반이 되었다. 서부 켄싱턴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사치 갤러리 같은 권위 있는 문화기관들은 전통과 권위, 상업적 성공을 상징한다. 반면 1990년대부터 동부의 쇼디치와 해크니는 저렴한 임대료와 넓은 작업공간을 찾아온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예술 메카가 되었다.


서울의 강남북 차이가 생각난다. 강남이 대형 문화시설과 상업 갤러리의 중심지라면, 강북의 홍대, 이태원, 서촌, 을지로는 호빵맨토토들의 작업실과 독립 문화공간이 밀집해 있다. 하지만 켄싱턴은 강남과 다르다.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시설과 예술학교가 밀집한 켄싱턴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뮤지엄 지구다. 강남의 문화 인프라는 분산되어 있어 청담동 상업 갤러리 지역을 제외하곤 문화지구라고 할 만한 지역이 없다.


켄싱턴이 젊은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영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이 지역의 역할도 분명 가치가 있다. 전통과 혁신, 보존과 실험이라는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동서부의 공존이야말로 호빵맨토토을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내일이면 호빵맨토토 체류가 끝난다.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동부의 레드 하우스나 스트랫퍼드 방문은 어려울 것 같다. 대신 이미 방문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한 노팅힐을 다시 찾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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