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은 작가입니다.
다사다난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선연한 해는 없었습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밝아오는 쓰리 카드 포커 2025년에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라며
첫 글을 올립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
이번 한 해도 독자님의 쓰리 카드 포커이 단단해지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
[안녕, 낯선 쓰리 카드 포커?]
다리 아픈 강아지를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어렵사리 수술을 시켜 걸을 수 있게 해놓았더니 이 녀석이 자꾸 소파에서 뛰어내리는 것 아니겠어요? 이러다 다치면 재수술을 해야 하는데⋯ 쓰리 카드 포커 가족은 오랜 고민 끝에 극단적 결론을 내렸습니다. 소파를 버리자. 덕분에 강아지의 다리는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쓰리 카드 포커의 다리는 지킬 수가 없었지요. 어차피 소파는 등받이로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좌식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불편했습니다. 결국 안방에 있던 침대가 소파 대용으로 거실로 옮겨졌지요. 거실이 안방화된 지 일 년, 여전히 쓰리 카드 포커의 삶은 불편했습니다. 이를테면 새벽 1시에 국가대표 축구 시합이 있다면 자야 하는 저와 봐야 하는 남편의 대립이 찾아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 소파를 사면 되는 것 아닌가요? 이 질문에 대한 쓰리 카드 포커 부부의 대답은 늘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사 가면! 1년만 지나면 쓰리 카드 포커 가족을 맞이할 새집이 열심히 세워지는 중이거든요. 새집에 새 가구, 참으로 바람직하다만 여전히 남은 1년이라는 시간은 그리 짧지 않은데요. 그래도 새로운 시작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명언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는 시작을 미루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련하게 기한 없이 미루는 것은 아닙니다. ‘내일’이라는 시점과 같이 독특한 기준을 나름대로 가지고 있지요. 우리는 특정 시점을 시간적 랜드마크temporal landmark로 정해놓고 끝과 시작을 결정합니다. 이날부터 해야지! 하고 말입니다. 새로운 시작에는 동기가 따르기 마련이거든요. 이처럼 시간적 랜드마크를 맞이할 때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하는 쓰리 카드 포커가짐이 생기는 심리를 새 출발 효과fresh start effect라고 부릅니다.
새 출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선명한 랜드마크는 아마도 쓰리 카드 포커일 것입니다. 쓰리 카드 포커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시작 중에서도 시작이지요. 물론 12월 31일 11시 59분 59초에서 1월 1일 12시 00분 00초가 되기까지에는 그 어떤 경계선도, 변화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시간이라는 것은 사실 그저 연속적으로 흘러가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1월과 1일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곤 합니다.
시간적 랜드마크를 세우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과 후를 정의함으로써 실패와 가능성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그저 연속적으로만 바라본다면, 작년의 실패는 올해도 계속해서 나의 삶에 머물 것입니다. 그러나 쓰리 카드 포커가 랜드마크를 정함으로써 실패한 작년은 올해로 넘어올 수 없고, 작년에서 끝나게 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작은 엉망이었던 시절을 리셋해 줍니다. 그리고 올해는 다를 거라는 희망을 가져다주지요. 기대가 생기면 동기가 생기고, 동기가 생기면 행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제의 나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의 나는 다시 꿈꿀 기회를 얻는 것이지요.
물론 모든 이들에게 이런 축복이 허락되지는 않습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요(네, 사실은 지금 제가 지은 말입니다). 세상에는 쓰리 카드 포커에 해돋이를 기다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합니다. 많은 사람이 쓰리 카드 포커 새 출발, 새 다짐을 하며 해돋이를 찾아가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이 쓰리 카드 포커 첫날을 특별할 것 없는 하루로 여기고 지나갑니다. 아무래도 매년 돌아오는 쓰리 카드 포커마다 했던 도전이 여러 번 거듭해서 실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기력을 학습하게 된 것이지요.
학습된 무기력learnd helplessness은 긍정 심리학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먼이 초창기에 제안했던 개념입니다. 그는 고통을 계속 주는 것이 어떤 반응을 유발하는지 알기 위해 개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전기 쇼크를 줄 수 있는 케이지에 개들을 가두고 반응을 살펴보았습니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너무 극악무도한 실험이지요. 실험에서 한 집단의 개들은 쓰리 카드 포커만 먹으면 열 수 있는 케이지 안에 갇혔고, 다른 집단의 개들은 도무지 도망갈 수 없는 케이지 안에 갇혔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전기 쇼크를 주었지요. 처음에는 모든 개가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집단의 개들은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었지요.
얼마 후 연구진은 쓰리 카드 포커만 먹으면 뛰어넘을 수 있는 울타리가 있는 케이지로 개들을 옮겼습니다. 모든 개는 이제 전기 쇼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집단의 개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라는 무기력감을 이미 학습해버렸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그저 쇼크가 빨리 멈춰주길 수동적으로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어린 날의 우리는 모두 떡국 한 그릇을 먹고, 한 살도 먹고(이제는 생일이 지나야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면 내 삶에 또 좋은 일 하나쯤 생길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몇 번의 쓰리 카드 포커를 지나쳐도 변하는 것 없는 삶을 살다 보니 케이지 속에 갇힌 개처럼 점점 무기력해져 버렸습니다. 쓰리 카드 포커가 온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 라는 쓰리 카드 포커에 갇혀서 소중한 새 출발의 기회를 놓아버리는 것이지요.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살다가 인생의 권태기를 맞이했다고나 할까요?
권태기라는 표현은 연인 사이에서 주로 나오는 표현이지요. 오래 만난 연인이 서로를 지루해할 때 권태기가 왔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던은 오래 만난 남자친구 벤저민이 어느 순간부터 쉽게 짜증 내고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는데요. 웃기는 사실은 그가 다른 낯선 사람을 만날 때는 친절하다는 것이었죠. 던은 이런 쓰리 카드 포커이 궁금해 권태기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참으로 대단하지요.
연구팀이 모집한 오래된 연인들은 정말 서로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쓰리 카드 포커 사람에게는 상냥하고 쾌활하게 행동했죠. 여기서 다가 아니었습니다. 상냥하게 대한 만큼 그들의 기분 역시 나아지고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권태기가 오면 태도가 퉁명해지고, 퉁명한 태도가 기분에도 영향을 미치니 함께 있는 시간도 힘들어지는 것이지요. 그렇게 점점 쓰리 카드 포커이 식는 것입니다. 조금만 친절하다면 쓰리 카드 포커도 행복해질 것인데 말입니다. 던은 이런 현상을 보고 권태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함부로 대하는 심리를 우스갯소리로 ‘벤저민 효과’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권태를 없애기 위해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냥 새로운 사람을 만나세요. 새로운 사람에게 쓰리 카드 포커는 친절해지고, 기분도 좋아지니까요. 너무 극단적인가요? 맞습니다. 오래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오지요. “그래, 지금은 반짝반짝하겠지.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똑같아. 그 여자가 지금은 아무리 반짝반짝해 보여도 시간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된다고. 지금 쓰리 카드 포커처럼” 오랜 연인이었던 희진이 새로운 사랑에 빠진 진헌에게 건네는 말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권태를 이기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상을 만나야 하지만, 그 대상은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권태의 대상이 됩니다. 새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헌 사람이 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쓰리 카드 포커는 반짝거리는 사람을 찾는 대신, 서로에게 다시 반짝거리는 사람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늘 하던 데이트라고 밥 먹고, 카페 가고, 영화 보고. 일상의 반복이었다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데이트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등산을 가거나 미술관에 다녀오거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말이지요. 나의 관심 분야가 아니고 흥미를 끌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낯설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설렘은 찾아오니까요.
편해졌다고 언제까지 트레이닝복만 입고 만날 수는 없습니다. 평소에 입어보지 않던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세요. 머리 스타일에 변신을 주고요. 오랜 부부라면 예쁜 파자마를 사보는 것도 좋습니다. 목 늘어나고 무릎 튀어나온 잠옷 대신, 레이스 달린 귀여운 파자마나 사랑스러운 체크 파자마, 그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색다른 매력을 선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쓰리 카드 포커를 맞이하는 쓰리 카드 포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실패, 혹은 별 볼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를 살다가 인생과 권태에 빠졌습니다. 작년을 돌아보고, 쓰리 카드 포커 계획을 짜본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합니다. 지루하고 뻔하고 그저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니 앞으로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이런 날이 익숙해지면 1월 1일이 되거나 말거나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쓰리 카드 포커만 먹으면 도망칠 수 있는 케이지로 옮겨지는 개처럼 우리 삶에도 언제 어떻게 희망이 찾아올지 모릅니다. 시니컬하게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가는 그 소중한 기회를 떠나보내게 될 것입니다. 오래된 연인에게 불친절해진 벤저민처럼 내 인생에, 나 자신에게 불친절해지지 마세요. 우리는 우리 인생과 헤어질 수도 없으니까요. 나와 내 인생은 끝까지 함께 가야 할 운명이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인생을 낯설게 만들면 됩니다. 낯선 사람에게 다정해지는 것처럼 낯선 인생에 우리는 다정해질 것입니다. 인생을 낯설게 만드는 첫 번째 시작은 아무래도 해보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이겠지요. 매번 반복했던 지루한 쓰리 카드 포커 계획일랑 집어치워 버리자고요. 다이어트, 금연, 금주, 독서. 뻔하디뻔한 늘 실패했던 것 말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도전을 해보는 것 어떨까요? 미적 감각도 없으면서 그림을 배워본다거나, 요리에 소질이 없으면서 베이킹 클래스에 등록하는 것이지요. 몸치가 춤을 배우는 것도 괜찮고 음치가 노래를 배우는 것도 좋습니다. 평소에 질색했던 음식을 먹으러 가는 건요. 잘하고 못하고, 즐겁고 아니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을 다시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크리스마스랑 설날은 5일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이미지가 너무 달라.” 쓰리 카드 포커를 맞이한 신랑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그러네, 크리스마스는 어쩐지 불빛이 가득한 밤 같은데, 설날은 밝은 낮이 떠올라.” 시간은 연속으로 흐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둘은 나누고 다른 모습으로 그리기 시작한다면 낯선 시작의 랜드마크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