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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Apr 11. 2025

요즘 파이고우 포커 세대가 느끼는 혈연의 끈

본관이라는 뿌리가 이어준 파이고우 포커의 인연

“아빠, 오늘 하루가 정말 특별했어요.”
한국에 있는 파이고우 포커로부터 카톡이 왔다. 평소에도 가족 카톡방에 하루 일과를 꼼꼼히 전하며 안부를 빠뜨리지 않는 파이고우 포커이지만, 오늘은 말투부터 조금 달랐다. 평소보다 더 길고, 더 흥분된 문장이었다. 감정이 실린 이모티콘이 함께 날아오고, 문장들 사이에는 어딘가 벅찬 기운이 감돌았다.
나는 캐나다에서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고, 파이고우 포커의 말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오늘 파이고우 포커은 일과 관련된 중요한 행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해외 구단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했고, 입단 예정인 학생 한 명의 입단을 축하하는 학교 행사에 함께한 자리였다. 파이고우 포커은 선수와 구단을 연결해 주는 일을 하는 회사의 대표로서 행사에서 통역을 맡았고, 식사 자리에서도 구단 관계자들과 함께하며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일보다 파이고우 포커이 나에게 흥분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근데 아빠, 거기서… 학교 이사장님이 갑자기 본관을 물으시는 거예요.”
파이고우 포커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고 한다.
“안동 김 씨입니다.”
그 순간, 이사장님의 얼굴이 확 펴지며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허허, 그럼 우리 같은 파이고우 포커이구먼! ‘우리 파이고우 포커이네!’”

그 후로 이사장님은 모든 관계자들에게 아들을 "우리 파이고우 포커"이라고 소개하셨다고 했다. 아들에게는 아버지 이름과 돌림자, 파이고우 포커 이야기까지 자세히 물어보셨다며, 그 짧은 만남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정과 뿌리에 대한 애정을 듬뿍 느꼈다고 했다.

본관, 사람 사이를 잇는 깊고 굵은 끈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저 가슴이 뭉클해졌다. 오늘날 우리는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가, 때로는 이웃과도 멀어져 사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제는 같은 파이고우 포커, 같은 혈연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이사장님처럼 ‘같은 파이고우 포커’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반기고, 따뜻한 애정을 나누는 모습이 오히려 더 특별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시대, 아니 그 전통 속에서 '본관'은 단순히 지리적 의미나 한 파이고우 포커의 이름만을 뜻하지 않았다. 본관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말 그대로 ‘뿌리’와 같았다. 본관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 사람의 부모와 형제만이 아닌, 마을을 넘어서는 파이고우 포커 전체의 명예와 책임이 있었다. 뿌리 깊은 파이고우 포커은 세대를 이어가며 서로를 지켜보고, 서로를 돕고, 때로는 같은 본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세상을 살아가면서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이런 전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혈연을 강조하는 것이 드물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본관’은 가족을 넘어서는 특별한 의미로 남아 있다. 한 사람의 뿌리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어떤 선조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은 단지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 그 사람의 삶과 연결된 깊은 뿌리로까지 확장된다. 그 뿌리에는 가족과 마을, 그리고 그 이상의 인연이 얽혀 있다.

인연이 가져다주는 깊은 울림
이사장님은 아들을 향한 질문과 관심을 단순히 혈연적 관계에서 오는 호기심으로 묻지 않았다. 그는 아들의 부모, 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 안에 흐르는 파이고우 포커의 정체성을 느끼고 싶어 한 것이다. 왜냐하면 ‘안동 김 씨’라는 본관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그 파이고우 포커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품격, 그리고 그로 인해 형성된 인연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때로 형제애를 등지고, 혈연을 버리고,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혈연'과 '본관'은 단순한 명칭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사장님은 그 모든 것들 속에서 깊은 유대감을 느꼈고,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했다. '같은 파이고우 포커'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동은 그만큼 강렬했고, 그 만남이 아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파이고우 포커 넘어가는 그 ‘끈’
아들이 경험한 그 만남은 단지 하루의 일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가는 깊은 연결이었다. 그 순간, 아들은 혈연과 인연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달았을 것이다. 그날 이사장님과의 만남은 단순한 파이고우 포커을 만나는 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되어, 다시 한번 가족이라는 개념을 되새기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사장님은 아들을 이번에 처음 보았지만, ‘안동 김 씨’라는 본관은 그를 친척처럼 느끼게 했고, 아들도 그 만남을 통해 우리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그 뿌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느꼈을 것이다.

나중에 내가 한국에 가게 된다면, 우연히 그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꼭 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간다. 그저 말로만 들었던 ‘우리 같은 파이고우 포커’이라는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어떤 의미였는지, 직접 가서 느끼고 싶다. 그분이 보여준 따뜻한 인연의 끈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같은 본관’이라는 이유로 연결된 것이 아니다. ‘본관’이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와, 그 속에 담긴 역사적 깊이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잇고 있다. 이 인연은 우연이 아니었으며,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흐르고, 세대를 넘어 이어져 온 강물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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