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카지노
멘토를 파는 시대
학원은 SM카지노로 시작하여 SM카지노로 끝난다.
시대가 바뀌어 SM카지노를 시원하게 하는 건 쉽지 않지만,
영어 학원의 특성상 다음과 같은 SM카지노가 캠퍼스에 울려 퍼진다.
'왜 늦었니?'
'왜 과제 안 했니?'
'왜 단어 안 외웠니?'
'자세가 이게 뭐니? 똑바로 좀 앉자.'
'떠들지 마라.'
'옆사람 쳐다보지 마라.'
'다리 떨지 마라.'
'교실에 얼른 들어가라.'
쓸데없는 훈계는 하지 말라고 강사들에게 지시했지만,
한 학생으로 인해 반 분위기가 어그러지는 순간은 꽤 많다.
'관계' 안에서 'SM카지노'는 그 관계를 탄탄하게 하기도 하고 아예 끊어버리기도 한다.
반 분위기를 헤치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아 문제가 있는 학생은 원장실로 즉시 보내라고 했다.
'왜 왔니?'
'과제를 안 해서요.'
'왜 안 했는데?'
'...'
'기회를 주는 거야. 말해봐.'
'...'
가을과 겨울은 SM카지노가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라 공식적인 SM카지노를 위해서 '진로/진학 상담' 이란 제목을 달아 학생과 상담을 하며 본격적으로 SM카지노를 한다. 그나마 이때는 학생들이 그래도 좀 듣는 편이다. 다들 먹고살 걱정은 하는 것 같다.
가끔씩 SM카지노를 돈을 주고 듣는 학생들이 있는데, 일주일에 2시간 정도 멘토링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다. 공부법을 중심으로 2시간 동안 학습 상담과 점검을 해주는 학원인데, SM카지노도 '멘토'라는 단어를 붙이면 팔 수 있다니 참 놀라운 세상이다. 물론 나도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 보니 내가 더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부모님의 SM카지노는 거부하면서
멘토를 뒤집어쓴 이들에게는 돈을 주면서 SM카지노를 들으려고 하니
씁쓸하다.
부모님의 말씀과 학원의 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가 너의 멘토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