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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Apr 05. 2025

두 번 다시 없을 사제지간 대결, 바카라 토토란 이런 것이다.

[넘버링 무비 25]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바카라 토토

바카라 토토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바카라 토토 있습니다.

**2025년 3월 26일 자로 작성되었습니다. (바카라 토토로도 송고되었으나 제목은 다를 수 있습니다.)


01.

“바카라 토토의 세계에서는 일류가 아닌 인생은 너무 서글픈 거거든.”


세상의 모든 생명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태어난다. 이제 막 태어난 존재는 성장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먼저 세상을 헤치고 나아간 이들은 쇠퇴를 경험하며 작아진다. 이 경험은 두 대상에게 서로 다른 감정을 일으키지만 결코 영원하지 못하고 바카라 토토 반복된다. 성장과 쇠퇴는 모두 한 생명의 것이다. 물리적이고 육체적인 의미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시간의 흐름 위에 존재하는 대상의 선후 관계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신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 모두가 여기에 포함된다.


바카라 토토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카라 토토 기사인 조훈현(이병헌 분)이 제자 이창호(유아인 분)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이후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세계 최고 바카라 토토 기사를 가리는 응창기배에서 중국의 섭위평 9단을 꺾고 최초 우승자가 된 훈현이 바카라 토토 신동으로 알려진 어린 창호(김강훈 분)을 만나 내제자(함께 숙식하며 가르치는 제자)로 들이게 되는 시점이 그 시작이다. 이후 창호는 스승인 훈현의 기풍이 아닌 자신만의 스타일을 적립하며 성장하고 두 사람은 두 번 다시 없을 국내 최고 사제 기사 간의 대결을 펼치게 된다.


사실 이 작품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두 인물이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역대 최고 기사이자 현역 기사라는 점 때문에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개봉하기까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4년 전인 2021년, 촬영이 벌써 끝났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개봉이 밀렸고, 이후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주연 배우인 유아인의 마약 논란으로 인해 다시 한번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작품만 놓고 보자면, 이 바카라 토토 생각보다 꽤 괜찮다.


02.

“시간이 걸리더라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바카라 토토을 찾을 거예요.”


바카라 토토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어린 창호가 훈현의 집으로 들어가 바카라 토토을 사사하게 되는 초반부, 성장한 그가 자신만의 기풍을 만들기 시작하고 스승을 꺾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중반부, 마지막으로 제자 창호에게 패배한 후 방황하던 훈현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후반부다. 이렇게 구분 짓는 이유는 지점에 따라 바카라 토토가 주목하는 인물이 달라지고 있어서다. 잔잔하게 두 인물을 담아내던 초반부 이후 바카라 토토는 중반부에서 성장하는 창호를, 후반부에서 분골쇄신하며 다시 일어서는 훈현을 담아내며 두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고자 한다.


실제로도 그랬지만, 바카라 토토 <승부 속 두 사람의 서사는 서로의 기풍이 완전히 다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이 부분의 내용은 창호가 성장한 이후의 내용에서 정확히 제시되는데, 사실 그 이전부터 여러 지점에서 복선을 찾아볼 수 있다. 가령,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들을 수 있는 훈현의 ‘행마도 포석도 뒤죽박죽인데 묘하게 힘이 있다’는 말이다. 창호의 천재성을 인정하면서도 너무 일찍부터 천재나 기재라는 주변의 기대를 받으며 기본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달리 말하면, 애초에 두 사람의 시작부터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김강훈 배우의 모습이 유아인 배우로 바뀌고, 창호가 스승인 훈현의 스타일이 자신의 것과 맞지 않음을 인지하면서부터 바카라 토토는 그사이를 방황하는 그의 모습에 카메라를 조금씩 더 가까이 들이밀기 시작한다. 물고 뜯고 싸우고 덤비는 공격적인 조훈현 기사의 기풍과 철저한 계산으로 뒤로 물러나 집을 짓는 이창호 기사의 기풍이 거듭 부딪히는 자리다. 여기에는 비단 서로 다른 스타일의 문제만 놓여 있지 않다. 아무나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바카라 토토이라는 종목의 폐쇄적인 특성과 세계 1위와 그의 제자라는 특수한 사제 관계, 그리고 그런 사제간의 예(禮)를 중요시했던 시대적 상황이 이창호라는 인물을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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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좋지 못한 바카라 토토으로 이겨서 선생님께 죄송합니다.”


창호를 둘러싼 모든 부담과 압력, 그리고 기풍의 차이는 바카라 토토 속에서 ‘반집’의 의미를 통해 매끄럽게 정리된다. 실제로 바카라 토토판 위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무승부를 피하고 승부를 가리기 위해 가상으로 만든 집의 개념이다. 두 사람의 기풍 역시 이 반집을 염두에 두고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결과적으로 첫 사제 대결이 반집 차이로 창호에게 넘어가면서 극의 서사 속에서도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단순한 사제간의 스타일 차이가 아닌, 제자를 경쟁자로 처음 인식하게 되는 계기로서다.


다만, 스승을 꺾고 처음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한 자리에서 ‘좋지 못한 바카라 토토’으로 선생님을 이겨 죄송하다는 창호의 말에는 이기고 지는 승부 이면의 무게가 매달린다. 자신이 구축한 스타일로 당대 최고의 기사를 이겨내며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부족한 확신과 최선을 다한 결과가 스승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어쩐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것만 같은 죄책감이다. 이후 창호는 한동안 주변으로부터 스승을 잡아먹었다는 등의 좋지 못한 시선과 뒷담화를 감내하게 된다. 그런 마음으로 여전히 한 지붕 아래에서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도 역시.


04.

“너 덕분에 요즘 나도 많이 배운다. 나도 언제든 질 수 있는 바카라 토토이라는 걸.”


두 사람의 대국이 끝난 뒤, 창호의 성장을 지켜보던 카메라는 이제 흔들리는 훈현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자신을 꺾으려면 아직 한참 모자란다고 생각했던, 내심 창호가 추구하던 바카라 토토이 잘못된 것이라 평가절하했던 마음이 한 번의 대국으로 모두 허상이 되고 만 것이다. 언젠가는 제자가 아닌 경쟁자로 받아들여야 했겠지만, 그로서는 최악의 방법으로 그 사실을 인식하게 된 셈이다. 대국을 복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떠올렸던 방식을 창호 또한 제시하자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바로 그 지점이다. 작은 괴물이 자신의 아성을 넘어 내려다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아니었을까. 이제 훈현은 자신을 숨기고 도망치며, 심지어는 대국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극 중에서 훈현의 라이벌로 그려지는 남기철(조우진 분) 9단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다. 처음에 그는 훈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자 사제 대결 직전의 대국에서 창호에게까지 패배하며 역사적 사건의 발판을 마련하는, 그저 소비되는 인물 가운데 하나로 그려지는 듯했다. 하지만 기철은 훈현과 창호 양쪽 인물이 가장 약하고 위태로운 시점에서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해낸다. 바카라 토토이라는 것이 배운다고 배워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절망하는 창호에게 훈현을 이기려고 노력해 보라는 조언을 건네는 장면. 그리고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훈현에게 아직 제자에게 스승으로서 가르칠 일이 더 남았다며 재기하라고 독려하는 장면이다.


그를 통해 자신의 바카라 토토을 완성할 수 있게 되는 창호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위치와 자리를 가리지 않고 1년에 100국이 넘는 대결을 벌이며 다시 도전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훈현. 이 바카라 토토가 보여주는 플롯의 목적이 결국 클라이맥스에 자신의 기풍을 제대로 갈고 닦은 두 인물의 승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 장면을 완성하는 것이 기철이라고 해도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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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좋은 바카라 토토은 결코 한 명의 천재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 글의 처음에서 세상의 모든 생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태어난다고 썼다. 바카라 토토의 마지막, 두 사람이 최고의 자리를 두고 마지막 대국을 벌이기 위해 대국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바로 그렇다. 장난기 많고 자신감만 넘치던 어린 소년은 이제 고집스런 태도로 기보 위에 자신의 바카라 토토을 새길 수 있는 기사가 되었고, 세계 정상의 위치에서 새로운 시대의 재능을 가르치기 시작했던 스승은 매일 이기고 지는 일이 일상이라던 프로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고 내면의 나약함을 이겨내며 다시 한번 나아갈 수 있는 기사가 되었다. 사제 관계라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가로세로 19줄의 빈 종이 위에 두 사람은 이제 기보를 그려나가게 될 것이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각자 바카라 토토의 길을 걷는 동료이자, 진정한 의미의 승부를 벌일 수 있는 라이벌로서.


답이 없지만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게 바카라 토토이다. – 조훈현의 스승이 조훈현에게.

바카라 토토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 조훈현이 제자 이창호에게.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실재 인물과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고, 각색되었다는 사실을 바카라 토토 시작 전에 이미 밝히고 있으나 꽤 많은 부분을 실제에 가깝게 고증하고 그려내고 있다. 특히, 지난 1991년 ‘인간시대’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된 조훈현, 이창호 두 사람의 모습이 바카라 토토 곳곳에 그대로 옮겨져 있다. 대국 때마다 담배 장미를 4갑씩, 꼭 80개비를 피운다는 조훈현 기사의 습관이나, 어떤 상황에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모두 써가며 바카라 토토을 두는 이창호 기사의 모습이 그렇다. 이런 사실성은 평소 바카라 토토에 관심이 없거나 이들의 모습을 직접 마주하지 못했던 세대에게도 극에 쉽게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 조훈현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이병헌 배우의 연기는 그의 내공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 한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여러 사정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만나야만 했던 이유는 그것 하나로 충분하다. 바카라 토토관을 나와서도 이렇게 오랫동안 한 배우의 모습을 복기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사실 알고 있었다. 또 하게 될 줄 몰랐을 뿐.) 그저 바카라 토토돌을 던질 수밖에 없는 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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