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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워커 Mar 13. 2025

케이슬롯 100번, 살 집 말 집

집 안에서, 집 밖에서 무엇을 봐야 할까


누군가에겐 내 집 하나 구하는데 뭐 이렇게 따질 게 많냐 하는 지긋지긋한 여정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집을 차근차근 씹고 뜯고 맛보는 재미일 수도 있는 것. 나에게 케이슬롯이란 후자에 가까운 과정이었다.


어릴 때 집에 우편으로 오던 홈쇼핑 카탈로그 책자를 좋아했다. 책자에는 가전, 가구, 생활용품, 의류까지 다양한 품목이 페이지별로 모아져 있었고, 가격과 크기, 색상 등 세부 정보가 깨알만 한 글씨로 표기되어 있었다. 언니와 나는 바닥에 엎드려 형광펜으로 마음에 드는 품목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페이지 모서리를 접어서 표시하며 미래의 내 케이슬롯 어떤 물건으로 꾸밀지 상상하곤 했다. 10살도 안 되는 어린 나이면서 숫자에 밝았던 나는, 동그라미 친 품목 각각의 가격을 더해 혼자 살 때 최소 얼마는 필요하겠구나 하며 구체적인 상상을 하곤 했다.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며 내 재능은 빛을 발했다. 회사에서 일하는 척 엑셀파일을 열어놓은 뒤, 후보 아파트별 구체적인 정보를 기입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건축 연도, 평수, 방 개수, 역과의 거리, 주차대수, 커뮤니티시설 등등 수십 가지 지표를 입력해서 비교해 보았다. 최근 실거래가와 KB부동산 시세까지 입력하고 나니 얼추 데이터로 알아두어야 할 내용은 정리가 된 것 같았다. 한눈에 정리한 비교표를 보며 마음속 최종 후보 1~3순위를 미리 정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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