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고 예쁜 텐텐벳의 입에서 나오는 큰 가르침
최근 어린이집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텐텐벳는 수료증과 함께 특별한 상장도 받아왔습니다. 아빠인 저는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큰 상이었습니다. 바로 '바른말 고운말상'입니다.
이름이 불리면서 상을 받으러 앞으로 나갔을 귀염둥이의 모습을 떠올리니, 대견하면서도 사랑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위 어린이는 평소 바른말 고운말을 잘 사용하여 친구들에게 모범을 보였기에 이 상을 주어 칭찬합니다."
상장의 문구를 보니, 묵직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어린이집에 처음 텐텐벳를 맡겼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어린이집을 수료하고 유치원에 가게 되다니. 텐텐벳가 말을 잘한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그 작고 예쁜 입에서 바른말과 고운말이 나왔다고 하니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부모로서 이보다 더 좋은 상이 있을까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텐텐벳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바른말 고운말을 쓰는 우리 왕자님이 정말 멋져. 최고야!"
볼에 뽀뽀를 하고, 주말에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존재만으로도 감사한데, 친구들에게 '모범'씩이나 보이다니.
오늘날 우리는 참 많은 말을 합니다. 구두로든 타이핑을 통해서든. SNS, 메신저, 댓글 등등.
글자 수의 제한이 있을 뿐 말의 제한은 없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그 넘쳐나는 말들 중에서 과연 '바른말'과 '고운말'은 얼마나 될까요?
날카롭게 베어내는 말, 상대를 부러 자극하기 위한 말, 클릭을 유도하는 저열하고 과장된 말들이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바른말과 고운말은 텐텐벳의 입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빠른 소통과 강한 자극이 우선시되는 시대지만, 결국엔 진정성 있고 상대를 존중하는 언어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입니다.
텐텐벳를 키우며 새삼 깨닫습니다.
텐텐벳의 언어는 옳고, 텐텐벳의 시선은 바르다는 것.
그래서 텐텐벳를 키우는 일은 세상을 다시 배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텐텐벳가 쓰는 말에는 간교한 계산이나 배척의 정서가 없습니다. 그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표현할 뿐입니다.
바른말, 고운말은 바른 마음, 고운 마음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오늘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또 한 텐텐벳의 부모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한 사람으로서 바른말, 고운말을 쓰겠다고.
내가 던지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남는 흔적일 수 있으니까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기억될 수 있으니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삶의 한 장면에서 '바른말 고운말상'을 받는 주인공이 되시길.아니, 그런 상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이, 우리 모두의 일상에 바른말과 고운말이 흐르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야말로 텐텐벳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세상 아닐까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만드는 여운이 있습니다.
이번에 텐텐벳가 받은 특별한 상은 저에게 그런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 여운이 오래도록 나의 말과 글에 스며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