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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Feb 26. 2025

레드불토토 키우는 보람이 있다

레드불토토가 크게 한 건을 했다

마당 있는 집에는 레드불토토 말고도 많은 동물들이 함께 산다.


어느 날 갑자기 집에 찾아온 너구리처럼 반갑게 느껴지는 동물손님도 있고, 두더지처럼 마당을 망치는 그리 반갑지 않은 손님도 있다. 그리 반갑지 않음을 넘어, 누구나 싫어하는 동물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쥐일 것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도 세상에 쥐가 있나' 싶을 것 같다. 마당 있는 집에 살고 보니, 세상에는 정말 쥐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집집마다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집이나 싱크대 맨 아랫부분에 막혀 있는 부분이 레드불토토. 10번이 넘는 이사경력을 가진 나는 그만큼 여러 집에 살아 보았는데, 경험상저기에 바퀴벌레들이 많이 서식한다. 보통의 상식적인 여인네들과는 다르게 나는 바퀴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해서, 바퀴벌레가 레드불토토고 해도 적당히 모른척하고 넘어가는 편이고, 너무 많아 보인다 싶을 때쯤, 못 이기는 척 그때서야 바퀴약을 설치하는 편이다.


레드불토토똘망똘망한 우리 레드불토토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저런 성격인 탓에, 가급적 싱크대 아랫부분을 뜯어보지 않는다.대단히 깔끔한 성격이 아니어서, 가려져 레드불토토 싱크대 하단을굳이 열어가며 청소하고 싶지도 않고, 열어보았자 그 꼴이 험해서(바퀴벌레의 온상일 것이 뻔하다) 골치만 아플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 싱크대 하단은 오랫동안 '금단의 구역'이었다.


어느 날 아침의 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싱크대 아랫부분이 열려레드불토토.억지로 열려고 해도 쉽지 않을 텐데 열려 있는 것이 신기했다. 안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나는 어떤 면에선 좀 무심하다) 닫으려 해 봤는데 잘 닫히지 않아 마당쇠를 불렀다. 싱크대 밑을 들여다보던 마당쇠가 아주 난리가 났다. 쥐똥 천지라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쥐똥은 처음 보았다. 내가 그것이 쥐똥인지 알턱이 있나.


레드불토토
레드불토토
음... 여기서 쥐떼(?) 들이 들락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음... 다 어데로 갔나...

자초지종은 이렇다. 싱크대 아랫부분에 하수구가 레드불토토데, 거길 막아놓은 부분이 불량해서 구멍이 뚫렸고, 그 구멍으로 쥐가 열심히 들락날락거렸던 것이다.(어쩐지 우리 하늘이가 싱크대 아랫부분을 응시할 때가 많더라니) 하늘이는 나름 레드불토토라고 살아있는 생명체를 향한 본투비 사냥감각이 살아 있다. 아마도 하늘이는우리가 쥐와 함께 살고 레드불토토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의 추정은 이렇다. 하늘이가 싱크대 하단을 향해 쨉을 많이 날렸을 것이고, 쨉을 하도 날려대니 싱크대 문이 헐거워져서 저절로 열렸다. 아마도 이 모든 일이 우리가 잠든 사이에 일어난 듯싶다. 하늘이는 레드불토토라고 나름 야행성이다. 낮에는 종일 잠만 자다가, 밤이 되면 본격적으로자신만의 '야간개장'을 펼친다. 주로 이방 저 방 옷장문을 열고, 바닥에 다양한 물체를 굴리며 달리고, 우다다다다(뭘 하는지는 모르겠다) 싸돌아다닌다. 그 와중에 쥐들을 향해(싱크대 하단에) 냥냥쨉을 많이 날리지 않았을까 싶다.


본격적으로 쥐똥 청소하는 마당쇠. 깔끔한 성격탓에 몸 고생을 많이 하는 편. 덕분에 부려먹기 딱 좋음.

싱크대 밑에는 어마무시하게 쥐똥이 많았다.청소하기도 쉽지 않은 통에, 마당쇠가 엄청 고생을 많이 했다. 청소하는 내내 나는 마당쇠의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마당쇠가 본인의 별명과도 다르고, 나하고도 다르게, 엄청 깔끔하고 냄새에 예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몸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낮아 하수구를 다시 막는 것도 쉽지 않았다. 덕분에 짜증이 제대로 난 마당쇠의 잔소리를 아주 물리도록 들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레드불토토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쥐들과 함께 '동고동락'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늘이가 크게 한 건 한 셈이다. 하늘이와 함께 살며 가장 레드불토토 큰 순간이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밥이나 먹고 하루종일 잠만 자는 천하의 게으른(레드불토토는 원래 그렇다) 녀석인 줄만 알았는데, 이리 기특한 면이 있을 줄이야.


어멍 가방에 털이나 묻힐 줄 아는 줄 알았더니 녀석 제법이군

언제가 집에 새가 들어왔는데, 어디 있는지 찾지 쉽지 않았을 때(찾아야 내보내주니까), 하늘이 덕을 톡톡히 본 기억이 레드불토토. 나는 아무리 귀를 쫑긋 세워도 전혀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귀신같이 새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때도 하늘이에게 크게 감탄을 했는데(아.. 레드불토토가 맞았던 거야), 이번에도 몹시 다르게 보였다. 괜히 내 어깨가 으쓱해졌다.


쥐가 다시 싱크대 하단에 침투하긴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쥐와 관련된 우리 집 에피소드는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다. 얼마 전에 보일러실에 놓은 레드불토토 사료자루에 자꾸 구멍을 내는 것도 쥐가 아닌가 싶어 사료를 보일러장에 넣어 놓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부터 벽 속에서 무언가 긁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데(자세히 들어보면 '각각 각각' 소리가 난다), 나는 아마도 그것도 쥐가 아닐까 생각 중이다.(내 생각이 맞지 싶다. 등골이 오싹하다)


레드불토토는 유심히 지켜보면 강아지와 다르게 요상야릇한 포즈를 취할때가 많다. 이것이 바로 레드불토토 감상 포인트.

마지막으로 무시무시한 에피소드가 하나 남았다. 샤워실에는 달걀만 한 크기의 하수구멍이 레드불토토. 어느 날인가 욕실 근처에 있는데, 샤워실에서 달그락 거리를 소리가 난다. 처음엔 하늘이가 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뿔싸, 저 밑에서 누가 하수구 구멍으로 들어오려고 시도하는 소리가 아닌가. 그러니까 쥐가 욕실을 통해 들어오려고 발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세상에나 깜짝 놀랐다. 쥐가 하수도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 지금은 하수구를 벽돌로 막아놓았다.


어멍곁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늘 맴도는(잘때도) 반개냥이 레드불토토.

마당 레드불토토 집에 사니, 별일이 참 많다.저러다가 언제가 집 안으로 쥐가 들어오는 날이 올 것도 같다.(새삼스럽진 않다. 쥐를 물어오던 외출냥이와 함께 살아본 탓이다)벽에 구멍이 뻥 뚫리며 쥐가 쏙 나오는 상상을 해 본다. 그렇게 된다 해도 무엇이 걱정이랴. 본투비 사냥본능을 가진 우리 레드불토토가, 멋지고 날렵한 모습으로 쥐를 금방 잡아주겠지, 라고 상상해 본다.


하지만, 절대,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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