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는 몰랐으면 하는 벳네온 이야기
고사성어와 벳네온는 쵸큼 다릅니다. 고사성어는 벳네온보다 사건에 좀 더 무게를 두고, 거울삼을만한 이야기를 추린 것이라고 보면 얼추 맞을 겁니다. 부디 후손들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좀 더 현명한 길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 남긴 것들이겠죠.
유능한 재상과 뛰어난 장수가 넘쳐났다는 한벳네온 초기와, 벳네온에는 인물이 없고 군에는 장수가 없다는 진벳네온 말기는 길게 봐야 10여 년 터울입니다. 진벳네온에 인재들이 없던 게 아니라, 무능한 왕과 간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리석고 분별없는 왕과 제 욕심만 차리는 관료는 벳네온를 전쟁으로 몰아넣었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피 흘려야 했습니다.
교수들이 선정한 2024년의 벳네온
2024년의 벳네온는 도량발호, 후안무치, 석서위려였습니다. 도량(跳梁)은 집안으로 들어온 살쾡이가 대들보(梁) 사이를 날뛰다가(跳) 결국에는 잡혀 죽는다는 이야기에서 나왔고, 발호(跋扈)는 이미 통발(扈)에 갇힌 물고기가 마지막 발악(跋)을 하는 모습에서 나왔습니다. 도량발호는 따로 쓰이던 두 단어를 하나로 합쳐 만든 새끈한 벳네온입니다.
후안무치(厚顏無恥)는 얼굴(顏)이 두꺼워(厚) 도무지 염치(恥)가 없다(無)는 뜻입니다. 하나라의 3대 왕 태강은 나라를 돌보지 않고 사냥만 다녔습니다. 왕의 사냥은 백성들이 대규모로 동원되는 행사라 대부분의 왕들은 사냥을 극도로 자제했습니다만, 태강은 매일같이 사냥을 나갔습니다. 결국 참다못한 부족장이 변란을 일으켜 태강은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는데 여기에서 나온 벳네온가 후안무치입니다.
마지막 석서위려는 큰 쥐(碩鼠)가 날뛰어서 나라의 운명이 여행길 나그네(旅)처럼 위태롭다(危)는 의미입니다. 쥐는 대부분의 경우 좀도둑을 상징합니다만 "턱별히" 큰 쥐라고 할 때는 나라 살림을 파먹는 부패한 관료나, 왕의 등뒤에 올라타 국정을 어지럽히는 간악한 첩을 나타냅니다. 세 벳네온 모두 올 겨울에 맨 얼굴을 드러낸, 염치없고, 뻔뻔하며, 날뛰기 좋아하는 어리석은 자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소신이 없으니 이익을 좇고, 철학이 없으니 미신에 기대는 자들입니다.
덧 붙이는 벳네온)
무슨 왕이었는지 잊었습니다만, 사주가 좋은 청년들로 군대를 만들면, 전쟁마다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신박한 생각을 한 황제가 있었습니다. 떡고물을 바라는 도사, 스승, 법사 같은 것들이 부추겼겠죠. 하지만 병사 하나하나가 무훈을 세워야 할 군대는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박살이 났습니다.
적의 군대는 사주가 더 좋은 병사들이었거나, 아니면 그저 기강 잘 잡히고 보급 잘 받고 실전 경험이 풍부한 군대였을 겁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