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룰렛 수행자 Apr 18. 2025

할 일 없는 룰렛서 누구보다 바쁘게 사는 법

가장 재미있는 건

요가를 갔다가 룰렛도에 신혼여행을 온 신부를 만났다. 신랑은 룰렛에 내려와서 살자고 하는데 자기는 룰렛 살이를 할 자신이 없단다.


"한 달 살이를 해 봤는데. 룰렛에 계속 살면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좀 지루해요."


그럴 수도 있구나. 새삼 놀라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에게는 심심한 섬이 될 수도 있는 룰렛. 그곳에서 오늘 하루도 바쁘게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모닝페이지를 쓴다. 감사한 일 다섯 개, 하고 싶은 일 다섯 개. 그렇게 쓰고도 시간이 남으면 책을 읽는다.


책상 앞에서 끄적이고 있으면 동동이가 깨서 안아달라고 온다. 그때부터는열심히 준비해서 어린이집에 보내야 늦지 않는다.


동동이를 어린이집이 보내고달려가면 겨우 룰렛시간에 맞추어 룰렛원에 도착할 수 있다. 아직도 길을 외우질 못해서. 내비게이션이 룰렛원을 '회사'라고 저장해 놨다.


룰렛원에서집에 돌아오면 12시. 밥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브런치 글도 써야 하고, 그림도 한 장 그려야 한다. 읽어야 할 책도 쌓여있고 들어야 할 부동산 강의는 이미 밀렸다.


그럴 때는 명상부터 한다. 10분 명상을 하고 나면 무엇이든 하게 된다.


동동이를 데리러 가면 4시부터 6시까지 놀이터에서 뛴다. 요즘 통 집에 가려고 하질 않는다.집에 오면 저녁 먹고 집안일하고 목욕시키기 룰렛다. 그렇게 하루는 다 가고 10시가 훌쩍 넘어버린다.




시간 내서 오일장에도 가고, 책 반납하는 날에는 도서관도 들린다. 날이 따뜻하면 근처 바닷가에 나가고울적한 날엔카페에도 가고 빵도 사 먹는다.


숲에 가고 싶으면 곶자왈로, 바다에 가고 싶으면 사계, 금능으로. 갈 곳도 할 것도 많은 룰렛 생활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주변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은 얼마나 재미있는지. 어제 텃밭에서 만난 할머니는 돌나물이며 머위나물을 한 봉지씩 따서 먹으라고 싸 주셨다.


오일장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6개에 만원 하는 오징어를 반반 나눠서 사가자고 한다. 처음 보는 사람이랑 오천 원씩 더해서 오징어를 나눠갖고 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중국집에서 짜장면 시켜놓고 우는 동동이에게 편의점에 가서 과자를 사다 주신 주방장 아저씨도 있다.


중국집 벽에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손글씨로 써 준 상장 몇 개가 붙어 있다. 친철하신 중국집 사장님. 유진 초이보다 더 멋진 초이사장님이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곳에도 참 좋은 사람들이 많다. 벌써 정이 들고만 사람들.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만날 새로운 사람들. 사람들이 가장 기대되고 재미있다.


물론 이미 좋은 사람인 걸 아는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는 건 더 좋은 일이다!


내일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루하루흥미롭다.




*사진:UnsplashEzgi Deliklita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