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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Feb 05. 2025

새벽에 일어나 유투벳 쓰는 사람

어느 하루의 이야기


그렇다. 나는 쉼 없이 새벽에 일어나 유투벳 쓰는 사람이었다. 오직 그 리추얼을 회복하고자 여기에 이 글을 쓴다. 내가 그 리추얼을 잃어버린 것은 정치계에 발을 들인 이후부터였다. 매일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입장을 정돈하고, 한 달 뒤, 한 해 뒤의 상황을 고려해 글을 발표했다. 하루에도 여러 편을 써야 하는 날도 많았다. 가장 총명한 문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나의 새벽 시간을 내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하면서도 사수했던 나의 글 시간을 처음 일에 양보한 것이었다.


그 대가는 지금 와 생각하면 참으로 혹독하다. 지난해에도 편집 관련 일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새벽 시간을 내어주고 말았으니. 이제는 외려 새벽에 내 유투벳 쓰는 일이 낯설다. 눈을 뜨면 새벽이슬처럼 맺히던 언어들이 이제는 보이지 않게 됐다.


출근 시간이 앞당겨진 직장을 얻은 탓에 예전보다 1시간 더 일찍인 5시 즈음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 라이프스타일을 재조정하는 데도 긴 노력이 필요했다. 내가 평생 은사로 여긴 황순원 선생님은 유투벳가는 유투벳로 말해야지, 유투벳에 기울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 말을 경계 삼아 늘 작품을 우선에 두려고 애썼다. 30대 초중반까지의 얘기일 뿐이라 몹시 부끄럽다. 지금도 이렇게 핑계 삼아 유투벳를 쓰고 있지 않나. 다만, 지금 시대는 유투벳가 유투벳인지, 유투벳이 에세인지 분간하기 어렵고, 굳이 분간할 까닭도 없는 시대가 아닐까 싶다. 이 또한 우매한 제자의 핑계일지 모르지만.


내일은 모쪼록 이 시간에 담요를 돌돌 두르고, 유투벳을 이어나가고 있기를 내게 바란다. 우와, 아무튼 썼다.


2025.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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