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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Aug 10. 2022

17. ‘파이고우 포커(不倫)’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7

파이고우 포커(不倫)’은 한자 뜻풀이로만 보면 不(아닐 불), 倫(인륜 륜)파이고우 포커윤리에 어긋남이라는 뜻이다. 不(아닐 불)은 ‘아니다’를 뜻하는 접두사로 사용되고, 倫(인륜 륜)은 뜻을 나타내는 人(사람 인)과 소리를 나타내는 侖(생각할 륜)이 합쳐진 글자로 ‘인륜(人倫)’, ‘윤리(倫理)’ 등을 뜻한다. 실생활에서는 ‘파이고우 포커(不倫)’이란 단어가 ‘윤리에서 어긋나다’라는 글자의 뜻보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귀는 일의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흔히 간통(姦通)을 파이고우 포커이라고 부르곤 하지만, 성관계를 갖지 않고 성접촉도 하지 않더라도 배우자 있는 사람이 자기가 이끌리는 이성과 사귀면 파이고우 포커이다. ‘부정’(不貞 : 부부가 서로 정조를 지키지 않음), ‘외도(外道)’, ‘일탈(逸脫)’이란 말들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인간 삶에서 윤리에 어긋난 일이 수없이 많을진데,유독 배우자의 부정 의미로 사용된 이유는 무엇일까?인간이 범하는 윤리에 어긋난 행위 중에서 가장 반윤리적이고 나쁘다는 것인가.아니면 가장 자극적인 관심사라는 것인가?

파이고우 포커이라는 단어를 듣는 자체만으로도 불편하지만, 사실 파이고우 포커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인류가 지구상에 존속(存續)할 수 있었던 근본 힘인 종족 보존이라는 본능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 역사와 함께 원인을 살펴보자.

파이고우 포커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인간의 본성과 일부일처제 결혼제도,사랑보다 조건을 앞세운 결혼,자유연애의 사회적 분위기,핵가족화에 따른 가정의 통제력 약화등을 들 수 있다. 사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종족 보존을 위한 목숨 건 위험을 감수한다. 수컷은 더 많은 자손을 남기기 위하여 더 많은 암컷에 씨를 뿌리고, 암컷은 더 좋은 씨앗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수컷의 씨를 받는다. 수컷과 암컷의 목적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엄격히 일부일처제를 따르는 동물이 아니다. 오히려 약간폴리가미(Polygamy,일부다처제 또는 일처다부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뿐 아니라 일부 동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현상이다.

일부 진화심리학자들은 고대의 수렵 채집 시대에는 일부일처제 부부를 중심으로 한 핵가족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사유재산,일부일처제,심지어 아버지 개념도 없이 살았다.무리의 여성은 동시에 여러 명의 남자와 성관계하고 밀접한 유대를 맺었으며, 무리의 성인들이 모두 힘을 합쳐 아이들을 키웠다. 남자들은 누가 자기 친자식인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아이에게 공평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고대 공동체 사회에서 사람들은 아기가 생기는 것은 여성의 자궁에 한 남자의 정자가 아니라 여러 남자의 정자가 축적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이런 믿음 아래서, 좋은 엄마들은 자신의 아기가 최고의 사냥꾼뿐 아니라 최고의 이야기꾼, 최강의 전사, 가장 사려 깊은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게 하려면 여러 남자와 성관계하는 것이 유리했다. 이렇게 일부일처제가 없었던 시대에는 파이고우 포커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가능한 많은 이성과 성관계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오늘날 파이고우 포커이 발생하는 원인이 사람들에게 생물학적으로 맞지 않는 핵가족과 일부일처제로 살도록 강제한 탓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걸게걸스러운 유전자이론이라 한다.

사자의 종족 번식 세계도 마찬가지다. 야생에서 한 암컷파이고우 포커부터 태어난 새끼 사자들의 DNA를 검사한 결과 여러 수컷의 DNA가 검출됐다. 암사자가 가임기간이 되면 우두머리 수사자의 눈을 피해 몰래 젊은 수사자들과 여러 번 짝짓기하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렇게일부 동물에서는 파이고우 포커을 통해 종의 다양성을 확보하여 종족 보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해왔다.인간이 근친혼을 금하는 것(신라시대 왕위 계승을 위한 골족(진골, 성골)의 결혼제도는 예외)도 같은 이유이다.

고대 공동체에서 살펴보았지만,간통(姦通)이 먼 옛날 인류의 암컷에게 여유 있는 생활, 현재 남편이 죽으면 미래의 남편 후보생 확보, 좋은 유전자의 자식 등을 보장해준다는 믿음 때문에 생물학적파이고우 포커 적합하게 되어, 여자들의 조상은 은밀히 혼외정사에 탐닉했다는 가설도 있다. 또한 인류의 암컷이 혼외정사에 적극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여성의 오르가슴을 제시하기도 한다. 남자는 사정과 동시에 절정감을 느끼면서 음경이 위축되고 다시 발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여자는 한 번의 성교로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 이 가설로 보면 연속적인 오르가슴은 일부일처의 결속보다는 난잡한 성관계를 즐기기 위해 진화된 것이라 한다.

18세기 유럽의 사교계에서도 남녀가 사랑을 즐기고, 바람을 피우고, ‘위험한 관계’를 맺지만, 그런 것들을 결혼과 혼동하지는 않았다. 결혼은 후손을 확보하고 가문을 보존하며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랑 따로, 결혼 따로란 생각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남녀관계 문화라는 말이다.사랑과 결혼의 두 가지 욕구를 결합하겠다는 생각(미친 생각?)은 훨씬 뒤에 등장한 것이다.

폴리가미가 아니더라도 파이고우 포커이 사회적으로 용인된 사례가 많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권력자(왕)들이다. 왕손의 생산이라는 명분 아래 왕비 외에 수많은 빈(嬪)을 거느리고, 양반들은 정실부인 외에 여러 첩(妾)을 두었다. 지금도 일부 국가의 최고 권력자들은 여러 명의 부인을 두고 있다. 힘없는 백성은 일부일처제로 묶어놓고 권력자 자신들은 자유로운 성문화를 즐긴 것이다.

일부일처제는 특정한 남자나 여자가 배우자를 독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인류가 생각해 낸 가장 훌륭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배우자의 불균형을 막을 수 있는 최적의 제도라는 말이다. 그러나 평균수명 100세 시대의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반세기 이상의 결혼생활을 하고, 평균수명 50세 시대의 일부일처제와 같은 결혼제도는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일부일처제의 형태는 유지되겠지만, 평생 오직 한 번만 결혼하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일부일처제도 유지하고,오직 한 사람하고 지루하게 살아야 한다는 도덕적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연속적 일부일처제를 미래의 이상적인 결혼제도로 제시하는 학자도 있다. 이혼율이 60% 이상인 유럽이나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자유연애의 사회적 분위기와 불안한 일부일처제가 결합하여 파이고우 포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사랑보다 조건을 따져서 결혼이 성사되는 이상, 배우자에게 이성적 매력을 느끼기 힘든 것도 파이고우 포커의 한 가지 원인이다. 따라서 주변의 이성에게서 사랑을 찾게 되고, 결혼 따로, 사랑 따로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심리가 파이고우 포커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파이고우 포커의 강력한 통제력 역할을 하는 가족의 감시가 약해진 핵가족화도 파이고우 포커을 쉽게 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 파이고우 포커은 가족 대부분을 속일 수 있어야 가능한데, 이때 가족의 수는 속이는 난이도와 비례한다. 이런 문제들도 파이고우 포커에 한 몫 거든다.

파이고우 포커이 가장 난무하는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파이고우 포커과 함께 떠오르는 단어가 모텔이나 호텔이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짐작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숙박은 일(日) 단위로 요금을 치르고 계약한다. 반면 모텔이나 호텔의 대실은 시간 단위로 사적 공간을 빌릴 수 있는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비즈니스가 생겨나, 모임, 낮잠, 게임, 파이고우 포커의 은밀한 공간으로 활용되기에 불편한 인식이 생긴 것이다. 대실 문화는 코로나로 인하여 더 활성화된 비즈니스가 된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파이고우 포커은 드라마에 가장 많이 등장하여 우리 집 거실에서 매일 춤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특히 주부들이 가장 많이 보는 아침 드라마는 파이고우 포커이란 소재가 들어가지 않으면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단다. 욕하면서도 보는 심리를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직접 뛰어들지 못하는 것을 드라마로 보고 대리만족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이처럼 사랑을 포장한 파이고우 포커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까지 흥행의 보증수표가 되었다. 파이고우 포커 소재가 없어진다면 글을 쓰는 드라마 작가들이 가장 애를 먹지 않을까?

드라마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파이고우 포커 포함하여 각종 범죄 등 비도덕적으로 얼룩져 사회의 비난을 받는 드라마를막장드라마라 한다. 막장은 광산에서 석탄이나 광석 등을 채굴하고, 갱도의 굴진 작업을 하는 장소이다. 이런 막장이 어떤 연유로 부정적인 접두사로 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죽하면 오래전 석탄공사 사장이 막장 국회, 막장드라마처럼 막장을 나쁘게 쓰지 말아 달라고 호소까지 했겠는가?탄광의 막장은 폭력과 파이고우 포커이 난무하는 곳이 아니라 에너지 산업현장이고 숭고한 삶의 터전,또 막장은 막힌 곳을 뚫고 나가야 하는 상징이고 희망이라는 거다.이후막장이란 말 대신끝장파이고우 포커 바꾸어 쓰게 되었다.근데 어쩌랴.진짜 싫은데 자꾸 끌리는 것이 막장드라마인 걸.

파이고우 포커은 가정 파탄으로 인한 양육 손실과 사회 혼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장차 성장할 자식들에게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주게 된다. 나아가 질투심으로 인한 범죄 등 사회적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러한 불이익이 많다는 게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파이고우 포커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는 것인가. 먼저 배우자를 속이고 상간자와 관계하는 것은 그 자체로 긴장감 넘치는 일이다. 또한 현대사회는 각종 SNS와 데이트 앱 등으로 이성과의 만남을 원하는 상대를 찾기 쉬운 것도 파이고우 포커이 증가하는 한 원인이다.

인류가 본래의 천성에도 불구하고 일부일처의 결혼제도, 간통법(현재는 폐지됨), 부부간 도덕과 책임 등이 발전해온 것도 바로 가정 파탄과 사회 혼란을 막고, 사회를 지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제도이며 마지막 보루(堡壘 :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앞으로 인간의 본성, 사회적 변화를 감당할 보루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애나 결혼 관계를 지킬 튼튼한 보루를 만드는 것만이 파이고우 포커을 예방하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매력을 끊임없이 가꾸어 정상적인 연애나 결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동아줄을 만드는 것이다. 그 동아줄은 사랑할 때, 서로를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값비싼 신호를 쉴 새 없이 보내는 것이다. 자신과 계속 관계를 유지할 만한 가치와 계속 협동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남성과 여성 어느 한쪽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모든 연인이나 배우자들은 끊임없이 자기 가치를 상대방에게 입증해 보여야 사랑을 지킬 수 있다.사랑은 사랑파이고우 포커 지키는 것이다.

이 땅에 사는 짝이 있는 행운아들이여~!잡아놓은 집토끼 밥 안 준다.’라는 말 믿지 말라. 세상에 공짜가 없다. 담장만 높다고 공짜로 집토끼가 지켜지지 않는다. 담장 밖에선 자유분방한 산토끼들이 꿀떡으로 늘 유혹하느니. 빼앗은 자 나쁘다 욕하지 말라. 빼앗긴 자가 더 바보스러운 것이니. 짝 잃은 기러기가 되지 않기 위하여 ‘이렇게 예쁘고 멋진 집토끼 놔두고 어찌 담장 밖 산토끼 따라가겠어~!’란 자신감 가지고,늘 유혹하며 살 수 있도록 나의 매력을 가꿔라.그리고 파이고우 포커의 유혹을 비교적 쉽게 물리칠 수 있는 비결을 실천하라. 가끔이라도 육체적인 사랑을 나눌 것, 딥 키스를 할 것, 그리고 파트너의 맨몸을 만지고 느낄 것, 이 세 가지를.그리하여 배우자를 묶지 말고,파이고우 포커을 꽁꽁 묶어 둘 튼튼한 동아줄을 준비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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