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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Dec 31. 2024

<코어카지노 랜드를 읽고

코어카지노


서울에서 경기도 남부 도시로 이사 온 이후, 정말 웬만해선 서울에 나가지 않았다. 가는 것도 일이고, 오는 것도 일이고, 아무리 짧게 나갔다 오더라도 하루가 다 지나가므로. 그런데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12월, 서울에 나가야 할 일이 자꾸 생긴다. 나갈 때마다 코어카지노를 위해서라는 엄청나게 긴박하고 간절한 마음을 안고.


지난주 토요일에도광화문에 갔다. 내 목적지는 경복궁 근처. 을지로입구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시청역으로 걸어가는데 벌써부터 집회의 열기가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가니 나와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거리가 가득 차 있었다. 대부분이 6-70대 어르신이었고 간혹 젊은 사람들이 보이는 집회 현장. 간이 의자에 앉아 있거나,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들고 있거나, 엉뚱한 사람을 내란 수괴로 지목하는 피켓을 든 사람들.


나와 의견이 첨예하게 다른 사람들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펜스에 앞이 가로막혔다. 당황해 주변을 둘러보다가 여기까지가 그들의 자리이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저 멀리 위쪽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혹시나 충돌하게 될까 봐 두 집회를 철저히 분리시켜 논 것이었다. 펜스를 따라 도로쪽으로 걸어간이후 며칠 동안 몇 번이나생각한책이 <코어카지노 랜드였다. 지난 11월에 읽은,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


이 소설을 읽을 때만 해도(그러니까 겨우 지난달만 해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듯 신나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지금 읽으면 불과 한 달 전과 다른 기분으로 읽게 것 같다. 소설에서 미국은 코어카지노로 분리된다.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한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는 차라리 코어카지노를 분리하는 동의를 해버린다. 미국 대이동이 시작되고, 코어카지노은 자신이 지지하는 코어카지노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분리가 되었는데도 서로를 향한 적대감은결코 줄어들지 않은 가운데, 소설의 주인공인 '이 코어카지노'의 스파이가 '다른 코어카지노'의 스파이가 자신을 죽일 작전을 세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인데.


더클러스 케네디가 자신의 코어카지노를 두 조각낸 건, 지금과같은상황이 지속되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였을 것이다.두 조각 나진 않더라도, 사실상 두 조각이 난 것처럼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을 거다. 실제 미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로 내전에 버금가는 대립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트럼프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트럼프 지지자가 내전 운운하는 걸 본 적도 있다(트럼프 지지자는 내전도 불사하겠다고 말했고, 무기를 모으고 있기도 했다). 실제트럼프가 부정 선거 운운하는 바람에 그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들이닥친 사건도 있었고.


지금의우린 미국보다 더 극단적인 대립 상황에 놓여있는 것같다. 우리코어카지노의 상황을 '정치적 내전' 상태라고 하는 기사도 있으니.타협불가능의 상태. 대화 불가능의 상태. 지난 주말스쳐지나간코어카지노 중 한 명이라도 붙잡고 설득을 해본다면 과연 설득이 될까. 안 되겠지. 극한으로 상황이치달을수록 막연한 마음으로 바라게 된다. 이번 일이 잘 해결되길. 펜스 없이 만나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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