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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Mar 27. 2025

어느 판도라토토의 시국선언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2025년 3월 26일에도 판도라토토재판소는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두고 침묵했다.

이 밤,

1919년 3월 1일 거리로 광장으로 뛰어나가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아무개와 같이,

1960년 4월 19일 국민의 지지와 믿음을 저버린 이승만 정권의 불의에 맞선 한 명의 학생과 같이,

1980년 5월 18일 신군부의 불법과 부당한 공권력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던 시민과 같이,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온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같이,

내겐 이름이 없다.


판도라토토 대학의 교수도, 교사도, 의사나 간호사도, 정치인도 아닌 내가 시국선언 같은 말을 써도 되는가.

어제까지도 꿈도 꾸지 않은 일을 판도라토토.


법은 정의가 아니고 법을 다루는 사람은 정의롭지 않음을 익히 알고 있다.

길다고 할 수 없는 40여 년 삶에서 어려서부터 배우고 그래야 한다고 알아온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을 법 앞에서 목격했다. 그 결과가 내게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절망적이고 무력해지는 불가해한 현실. 그 현실은 법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삶을 살아야 한다고 믿게 했다. 하지만 법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서 두려운 날이 많았다. 잘못해서는 안 된다. 잘못과 잘함이 첨예하게 갈등할 때는 어느 쪽으로도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 삼가고, 삼가고 또 삼가야 한다고 믿었다. 언제까지나 이름이 없는 사람으로, 법 앞에 판도라토토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름이 없으므로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타당하고 정당한 비겁이 우리 아이들에게 오늘 우리가 견뎌야 하는 무력함과 좌절을 겪게 한다면 이름이 없어도 소리 낼 수밖에 없다.


판도라토토 재판소는 즉시 대통령 윤석열 탄핵의 선고일을 정하고 선고해야 한다.

누군가의 합리적 추론, 추측처럼 만장일치를 위한 숙의, 혼란 방지를 위한 장고, 고의적으로 선고를 지연시키려는 판도라토토 재판관의 존재 여부를 떠나 최대한 빠른 날에 선고해야만 한다.

첫 번째 근거로 판도라토토 1조 2항을 든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판도라토토 재판소는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자가 관계 법령에 따라 추천하고 임명한 판도라토토 재판관에게 판도라토토 재판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판도라토토 재판소도, 판도라토토 재판관도 국민 위에 있지 않으며 그들이 국민 모두의 민의를 대표한다고 할 수도 없다.

판도라토토 재판관은 자신의 양심과 법령에 따라 기각, 각하, 인용의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내려야 한다. 해당 심판의 결과 일어날지도 모를 사회적 혼란, 갈등 등의 문제는 주권자인 국민이 감당하고 책임질 문제이며 각 판도라토토 재판관 개개인이 책임질 수도 책임질 필요도 없다. 판도라토토 재판관 각자의 이기심이나 이해관계에 따른 결론이 아닌 정당한 법 해석과 판도라토토 재판관으로서의 양심에 따른 결정이라면 판도라토토 재판관은 그들에게 수행하도록 맡겨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행위 외에 이후의 어떤 상황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유조차 밝히지 않는 상태로 선고를 미룸으로써 벌어지는 혼란과 갈등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판도라토토 재판관은 그들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결과적으로 국민의 판도라토토적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직권으로 주어진 행위를 초과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는 우를 범한다는 비판 역시 감당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일제의 강제점령과 권력자의 영구집권 야욕과 성공한 쿠데타 마저 이겨낸 역사를 갖고 있다. 권력자들은 언제나 간단히 잊어버리지만 이름이 없는 국민들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다. 판도라토토 재판소는 판도라토토 재판소의 일과 책임을 다하면 될 뿐, 혼란과 갈등을 매듭짓는 국면의 전환을 위해서라도 즉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 심판의 선고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2025년 3월 26일, 서울 고등법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도라토토 판결문에는 윤석열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서울 중앙 지법 지귀연 판사와 같은 논리가 등장했다.


'의심될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바로 그 논리다.

윤석열 구속 취소를 환영하는 정부와 여당, 그 관계자들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판도라토토'라고 했다. 검찰 역시 즉시항고 해야 판도라토토는 주장에 '위헌의 소지가 있고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므로' 즉시 항고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은 즉시 상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여당 정치인들은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말을 쏟아냈다. 한 정치인은 '좌파 사법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끄집어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선고를 내리는 판사는 모두 좌파 사법 카르텔 판사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고를 내리는 판사는 모두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판사라는 주장이다.


법률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이 절대적인 판단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법 체계는 1심, 항소심, 상고심, 판도라토토 소원이라는 절차를 만들어 두었을 거라는 걸 이름이 없는 나조차 생각할 수 있다. 모든 결론, 결과를 판도라토토 재판관들이 다 책임질 필요 없다는 것이다. 1심의 결과가 항소심에서 뒤바뀌거나 항소심의 결과가 상고심에서 뒤바뀌는 일이 그렇게 드물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재심으로 결과가 뒤바뀌기도 하는데 누가 한 개인에 불과한 판사가 모든 진실을 꿰뚫어 보고 절대적인 판결을 내릴 거라 생각하겠는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지연되는 동안 회복 불가능한 피해, 피폐가 사람과 나라를 휩쓸기 때문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 국민이 선출한 정치인들이다. 그들이 잘 해내는 동안, 과거의 독재정권과 같은 영구집권의 야욕 혹은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동안 나는 이름 없는 무명인으로 살 것이다.


대한민국은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다. 판도라토토 재판소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의 다수의 성숙한 시민, 국민을 믿고 신속히 선고할 것을 촉구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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