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카지노 꽁 머니 다 부화했어...!"
오늘 오전 7시 30분쯤, 아들의 방에서 총 네 명의 카지노 꽁 머니가 태어났다. 최초로 금이 가기 시작했던 건 어제 아침인데, 약 하루 만에 네 마리가 모두 태어난 것이다.
아들이 생일선물로 부탁해서 한 달간 대여했던 카지노 꽁 머니 부화통 속에서 달걀이었던 4알이 무사히 4마리의 카지노 꽁 머니로 잘 태어나주었다.
아들은 17일 동안 하루에 세 번씩 따끈한 달걀을 매일 뒤집어 주었다. 달걀을 그토록 소중하게 다룰 수 있는 건지 미처 몰랐다. 유치원 때는 작은 유주나무를 하나 그렇게 사달라고 해서 들였더니 유주나무에게 선글라스도 씌워주고 덥다고 부채질하고 하던 그였다.
지난 몇 주간은 눈뜨자마자 알 생각만 하고 학원 숙제는 빼먹을지언정 알 뒤집기 빼먹을까 봐 틈틈이 내게 전화해서 "엄마 알 좀 뒤집어줘!!" 간곡히 부탁하곤 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아침 귀여운 카지노 꽁 머니들이 태어난 것이다.
알에서 막 나온 카지노 꽁 머니는 사실
귀엽다기보다 애처롭기 짝이 없다.
잔뜩 젖은 몸, 피가 섞여있는 알끈의 흔적,
계란 껍데기 안쪽에도 검붉은 피들이 조금씩 묻어있다.
대체 태어나기도 전부터 얼마나 큰 힘을 쓰고 기진맥진 태어난 걸까.
평소에 계란 프라이를 해 먹을 때마다
아 무 런 감 정 없 이 휙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던 계란 껍질인데
우리 카지노 꽁 머니들이 손수 깨고 나온
피 묻은 달걀 껍질 안쪽을 보고 있자니
우리 아들들이 태어날 때 힘겨워서
잠시 기절했던 출산의 고통이 떠오를 지경이었다.
감정이 가득 담겨있는 계란 껍질은
버리기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제일 처음 태어난 카지노 꽁 머니가 좀 이상했다.
처음이라 그런가 하고 지켜보는데 한참이 지나도
잘 걷지를 못하고 뒤뚱거리다가 자꾸 바닥을 굴렀다.
카지노 꽁 머니아저씨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자 아저씨가
다급하게 전화를 또 주신다.
'다리가 많이 벌어져있는 일종의 기형으로 태어난 거 같은데요,
막 태어난 카지노 꽁 머니라서 종이컵에 하루정도 담아두면 다리가 교정이 될 거예요, 종이컵에 좀 넣어주세요~'라고 하신다.
아니 힘들게 겨우 태어났는데
다리가 벌어져서 걷지를 못하다니...
그런데 또 그런 기형 증상을 태어나자마자
'겨우' 종이컵에 하루 넣어두는 걸로 고칠 수 있다니...?
어젯밤에 귀여운 카지노 꽁 머니를 고이고이 넣어두었으니
오늘 밤에 가서 잘 고쳐졌는지 봐야 한다.
내 마음이 애틋했다, 걱정되었다가,
안도했다가, 감사했다가...
나 매일 아침 달걀 스크램블 해 먹던 사람인데
이렇게 달걀에 애틋해질지 정말 몰랐다.
카지노 꽁 머니를 부화시켜보고 싶다는 아들의 요청으로 시작한 카지노 꽁 머니 부화 대작전이었다.
나는 검색 끝에 계란 4알과 직접 만든
알부화통 + 육추기를 약 한 달간 대여해 주는
카지노 꽁 머니 사장님의 연락처를 수소문했고
이 카지노 꽁 머니 사장님에게 연락을 하면
올인원으로 달걀과 함께 부화에 필요한
빌려준 물품들을 들고 집까지 와주신다.
그 덕분에 지난 21일간 달걀을 방에서 잘 보살필 수 있었고 조그맣고 소중한 카지노 꽁 머니들이 태어난 것이다.
사장님은 무척이나 친절하셨다. 무엇보다 카지노 꽁 머니를 예뻐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손재주도 어찌나 좋으신 건지 직접 만드셨다는 부화장과 육추기도 매우 튼튼하고 좋아서 내가 따로 할 것도 없이 알만 계속 사랑하는 맘으로 뒤집으면 되었다. 내가 제일 도움이 많이 되었던 부분은 하루 종일 정신없이 살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예를 들면 오늘부터 알 뒤집으면 안 된다!) 카톡을 주셨던 부분이다. 사장님 카톡이 아니었다면......
[달걀 새엄마로서 카지노 꽁 머니 부화시키는 방법]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씩 달걀을 돌려준다.
다행히 온도와 습도는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부화기에서
자동으로 유지시켜 주니 크게 걱정할 건 없고
그저 따끈한 달걀을 조심조심 하루에 세 번씩
살살 굴려서 뒤집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꼭 하루 3번일 필요는 없고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는 만큼
어떤 날은 아침저녁으로 두 번,
어떤 날은 학교 다녀오자마자 세 번 이렇게 열심히
뒤집어줘도 충분하다.
단 17일 차까지만 계란을 돌리고
18일부터는 또 절대 돌리면 안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습도를 80% 이상으로 거의 100%까지 올려준다.
그럼 21일 차에 선물처럼 달걀 안쪽에서
카지노 꽁 머니들이 파밧 하고 톡톡 알을 깨기 시작한다............
정말 놀랍게도 나오기 전부터도 삐약 삐약! 하고 운다.........
ㅠㅠ 생명의 위대함…
귀염둥이들.
앞으로 남은 짧은 기간이지만
카지노 꽁 머니랑 행복한 시간 보내다가
카지노 꽁 머니아저씨품으로 돌려보내야겠다.
그야말로 단돈 몇 만원의 큰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