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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스텝 저자 박요철입니다
Mar 18. 2025
아버지는 2달 동안의 병원 생활 끝에 숨을 거두셨습니다. 마지막 한 달 정도는 의식이 없으셔서 매일 가래를 석션으로 뽑아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숨을 거두실 때 저는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울음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 보니 삶의 무게가 만만치 않을 때가 있습니다. 돈보다 무서운건 관계들이 하나씩 하나씩 끊어질 때의 아픔, 두려움... 같은 것들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나를 모르는 누군가의 위로를 갈망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렇게 SNS에 누가 읽을지도 모를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요.
저는 이른바 산 속에 사는 '자연인'들을 볼 때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하는 마음이 되곤 합니다. 아마 비슷할 것입니다. 그들은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고들 합니다. 그 말인즉슨 편하지 않은 날들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떠나왔다는 말은 아닐지요. 밤새 불을 피우고 나누는 얘기도 대략 그런 사연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타인이 아닌 그 자신들 잘못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그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도망나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수록 뜻대로 되는 것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 중 가장 어려운게 관계를 지키고 가꿔나가는 것입니다. 나름 애쓴다고 하는데 잘 안될 때가 많습니다. 나의 실수로, 그들의 실수로 툭툭 끊어지는 연줄처럼 마음을 멍할 때가 몇 달에 한 번씩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친구이든 가족이든 비즈니스로 맺어진 관계이든 말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새벽에 한 번씩 잠을 깨게 되는 것은 아닐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침을 살아갈 것입니다. 마치 내가 매일 그렇게 살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