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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ah Mar 10. 2025

무당과 카지노사이트

행복한 카지노사이트가 되기

대학생 시절, 생년월일시를 입력하면 인생 풀이가 나오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었다. 자신을 상징하는 단어를 제시하고 특징을 상세히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거기서 나온 나의 단어는 우물이었다. 어딘가에 꽂히면, 지각 맨틀을 거쳐 핵까지 들어가고, 사람들은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종교 예술 철학에 심취하며 자기만의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그게 사주를 바탕으로 나온 프로그램이라는 걸 알지만 그 당시에는 컴퓨터가 이런 거까지 아는 세상인가 싶어서 놀랐다. 실제로 나는 물음표 살인마 수준이었고 지금도 인생과 세상을 다 아는 도사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한번씩 탈선하고 희희낙락거리니 이래가 언제 도사되노 싶지만 이 과정도 제법 재미가 있다.


도의 세계에 빠진 사람은 종종 욕심이 생긴다. 빨리 득도해서 모든걸 훤히 들여다 보고 싶어진다. 그런 집착과 조바심이 도와 더 멀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건 시작부터 틀려먹은 것이다. 간혹 그 생각이 과해져 빙의라도 해서 신비한 체험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건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대부분의 카지노사이트은 신을 안 받으려고 발버둥치다가 감당할 수 없어서 카지노사이트이 된다. 신이 들어오는 순간 진짜 자아는 힘을 못쓰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고 모든 것을 신에게 맡겨야한다. 일상생활에도 방해받으니 일반인처럼 살기도 쉽지 않다.


나도 다른 사람처럼 운명을 말해주는 사람은 다 무당인줄 알았던 적이 있었다. 단순한 빙의가 아니라 공부로도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무당 중에서도 갓 신내림 받은 사람은 다 맞춘다고 한다. 그러다 그 신끼가 떨어지면 못맞추는 것을 대비해 사주나 다른 술법을 공부하는 무당들도 있다. 진짜 신통한 무당은 들어오는 순간부터 다 알아보기에 생년월일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보고 듣고 말하게 되니 피곤해 죽겠다고 하시는 분도 있다. 그러나 카지노사이트는 그렇지 않다. 모든 영역에서 컨트롤이 가능하다.


나는 찐카지노사이트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중 한 분은 절에서도 유명하신 할머니셨는데 밤낮으로 기도하시는 분이라 부처급 도력을 갖고 계셨기에 그 분을 찾는 사람도 많았다. 그 분은 최고위급 공직자인 남편을 두셨고 어마어마한 부자셨다. 그 귀한 분을 부모님 댁에도 모신 적이 있는데 말수도 별로 없으셨고 정갈하셨으며 무엇보다 기품이 예사롭지 않으셔서 거만덩어리였던 나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장가면서 동료의 끈질긴 요구로 만나게 되었던 점집 무당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그 할머니는 열반하셨을 때도 병원에서 하루만에 가셨다. 그 후 산소에 갔다오면서 그 할머니 댁에 처음 갔는데 넓은 정원에 지하까지 있는 대저택이었지만 기도방은 작고 검소한 것을 보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좋아보이는건 따라하고픈 마음에 나도 집으로 돌아와 기도방을 만들고 스탠드와 방석만 두고 뿌듯해하던 게 기억난다.


나는 간절히 도사가 되고 싶지만, 도사는 도사가 되고 싶단 말 조차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현실은 한량에 땡중이면서 원효대사도 품행이 방정하진 않았다고 스스로 위안삼는 것도 알고 있다. 천상 또라이지만 그래도 항상 내 마음에 집중하며 진리를 추구하는 유니크한 내 인생이 고마울 때가 많다. 까탈스럽고 오만방자했던 인간이 부처와 장자를 만나 삶의 진면목을 배울 수 있었고 하루하루 깊이 있고 즐겁게 살 수 있으니 말이다. 며칠 빡세게 놀았으니 다시 정진하고픈 마음이 든다. 행복한 도사, 못 이룰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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