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의 포 카드 포커
'너 이기적인 거야.'
하고 그녀가 말했다. 여자로 태어나 살고 있으면 생명을 낳아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후술이었다. 여성으로 태어나는 걸 스스로 선택하지도 않았고, 여성의 삶이 포 카드 포커에 대한 당위성을 강요받을 만큼인가 라는 의문이 들어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결혼한 지 3년이 넘었다. 말은 안 하고 계시지만 시댁이 왜 쟤들은 아기를 안 갖지?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친정 쪽은조금씩 내게 말해왔지만, '포 카드 포커과 양육은 부모의 선택'이라고 딱 잘랐기에 더 이상 강요는 안 하신다(바람은 언제나). 포 카드 포커을 바라는 건 부모뿐만이 아니다. 나라도 포 카드 포커 장려 정책에 힘을 쏟는다. 아이를 낳으면 돈 이만큼을 준다, 청약을 유리하게 해 주겠다, 키울 때도 돈 걱정 없게 해 주겠다 등등. 유용한 정책이라는 건 틀림없다. 하지만 이 모든 정책을 읽어봐도 여전히 나는 '글쎄.'라는 답변이 나온다.
이미 노산에 접어든 나라는 여자는 왜 포 카드 포커을 하지 않고 있고, 하지 않았을까? 이것은 철저하게 나의 입장이고 '자녀가 없는 기혼 여성의 입장이 아님'을 밝혀둔다. 첫째, 개인적으로 남편과의 사이가 안정적이지 않다.이것은 강력한 원인이다. 부부 생활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데 그 위에 아이까지 얹는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아이에게도 부부에게도 옳지 않다. 둘째, 포 카드 포커과 양육을 선택할 만큼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분명 아기는 예쁘긴 하지만 거기까지다. 포 카드 포커과 양육은 실질적으로 당연한 희생과 책임이 따르는 일인데 그것을 '당연하다'여길 마음이 들만큼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니 새끼 낳아봐라 얼마나 예쁜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셋째, 나는 포 카드 포커을 한다면 모계성을 하고 싶으나 절차가 쉽지 않다. AI가 판을 치는 사회에도 고리타분한 잔재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자녀의 성을 출생신고가 아니라 혼인신고서 작성 시 결정하게 한다. 부계 성을 선택하려면체크 하나만 하면 되지만, 모계 성일 땐합의서 등의 서류가 필요하고 이 선택은 되돌릴 수 없다(만약 혼인신고 시 선택한 결정을 바꾸고 싶다면 어려운 법적 절차를 따르거나, 이혼하고 다시 혼인신고서를 작성하면 가능하다). 그렇게 해놓은 여러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이해가지 않는다. 왜 모계성으로 하고 싶냐라는 질문에는 가타부타 길게 설명하지 않고 싶다. 남편도 만약 자신의 성을 따르고 싶다면 우리는 둘의 의견이 맞지 않아 포 카드 포커을 할 수 없다(성을 둘다하면 되지 않느냐, 우리나라 법상 성은 두 개가 될 수 없다. 뒤에 붙는 성은 이름에 속한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아이 생각은 안 하냐? 유별나다? 특이하다? 의문에는 존중이 부족하다는 묵음으로 답한다. 넷째, 돈이 부족하다. 아무리 정부의 지원이 있다고 하지만 '도움만 될 뿐'이라는 것. 나머지는 역시 부부가 '당연스러운' 마음으로 책임져야 한다. 그럴 능력이 되지 않는다. 다섯째, 노산이다 보니 포 카드 포커으로 인한 위험에 걱정도 있다.
반대로 아이를 낳으면 행복한 순간도 많을 것이다. 처음 경험해 보는 세계가 열릴 것이다. 그것은 비극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내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강력한 희망일 수 있다. 그러니 포 카드 포커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생각은 갑자기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자궁은 의무가 없다. 한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고 죽는 것이 의무가 아니듯. 옳고 그른 것도 없다. 존중해야 할 선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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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5
작지만 확실한 반항일지
글 강작 insta. @anyway.kkj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