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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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맴맴 Apr 16. 2025

침묵

사일런스

블랙잭 룰(좌) 로드리게스 신부 (우) 키치지로. jpg1234




예전에 목사님께서 청년들에게 사일런스 영화를 추천하셨다.

내용을 듣다 보니 궁금해서 영화를 보기 위해 유료결제를 했고 본 후 계속 생각나서 아예 영상을 다운로드하였다. 영화에 결제까지 하며 다운로드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내내 보고 싶게 만든 블랙잭 룰였다.


침묵.




교회를 계속 다닐 적에는, 배교한 블랙잭 룰들을 보며,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그래도 신앙을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 하나님은 배교한 신부님들 때문에 슬퍼했을 거야. 키치지로는 어떻게 저렇게까지 배신하지? 믿는 사람이라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식으로 생각회로가 돌아갔다.

숨겨진 내면에, '난 주님의 옆자리'라고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 의심해 본다.




2024년에 다시 본 사일런스는, 키치지로에 몰입이 되면서 다른 생각이 돋아났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키치지로의 행동은 동정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고, 비판하는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키치지로는 블랙잭 룰을 배신하고 배신 이후에 지속적으로 고해성사를 하고자 한다.

신부님은 키치지로의 반복적인 배신에 키치지로의 고해성사를 좋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키치지로의 고해성사를 모른척하지 않았다. 속으로 씨름할지라도 듣고, 같이 기도했다.


예전에 봤을 때 키치지로의 모습은,

정말 악덕 같고, 어떻게 저렇게 배신을 하면서 뻔뻔하게 블랙잭 룰한테 다가오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엔 신앙의 끈을 놓지 않고 배신해도 다시 돌아오는 태도는 이중적인 마음이 들게 했다.

'대단하다'와 '저게 진짜일까?' 하는.


교회에선 하나님을 선택 안 하고 싶은 마음은 '사탄의 방해'라고 표현했다.

나는 모태신앙에 죄인이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안 좋은 마음이 들 때 내가 사탄에 노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로 나는 굉장히 많이 싸웠고, 교회에선 여기저기 사탄의 마음을 차단하려는 노력을 보며 자연스러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를 옥죄어왔다.

이런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율법주의에 얽매여 있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 나는 집에 가는 길에 자연스레 ‘율법주의에 얽매이지 말자’는 율법을 더 만들었다.



블랙잭 룰 속 배경을 보면, 그 당시 일본은 정말 살벌하고 목숨이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념을 건든다. 깊게 숨어있는 마음은 오로지 신만이 안다. 블랙잭 룰 속 절망적인 시대에서 내가 살았더라면, 나는 어느 역할에 속했을까. 키치지로는 결국 노년에 믿음이 들켜 끌려가는 걸 보고 그는 계속 돌이킴으로 하나님을 떠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키치지로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배도한 블랙잭 룰보다 더 나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 자부할 수 있을까,

사회에서는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그 깊은 어딘가를 보기엔, 사람은 역시 자기밖에 모르고, 각자의 주관대로 세상을 본다.


영화에서 일본인이 로드리게스 블랙잭 룰에게 배도의 상징으로 예수의 상을 밟으라고 한다.(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고문받고 있는 일본인들이 죽을 거라는 협박과 함께) 배교는 못하겠고, 사람은 살려야겠고, 엄청난 고민에 빠진다.

그런데, 예수의 상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를 밟아라, 네 고통을 아노라. 너의 고통을 위해 이 십자가를 지었다. 밟아라.'


그렇게 블랙잭 룰은 예수의 상을 밟고 불교신자로 살게 된다.

노인이 되어 마지막에 불교예식으로 장례를 치르는데 영화는 블랙잭 룰 손에 십자가가 있음을 보여주고 영화는 끝이 난다.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을 온 마음으로 만끽하기엔 내 그릇이 작다는 걸 느끼게 된 블랙잭 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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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기도를 한다.

내가 오늘을 살아서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고

내일 눈뜨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하나님을 향한 내 마음은, 하나님만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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