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페르소나 시스템 베팅
서재를 청소하다 먼지가 묻은 어느 옛날의 자기 계발서를 발견했다.
<미친 시스템 베팅를 이성적으로 사는 법, 엘리엇 D. 코헨 저이란 책인데, 아무래도 제목에 눈이 끌렸던 것 같다. 그래, 이 책을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무려, 약 20년 전이었다. 책을 산 이유는 너무나 명확했다. 때론, 책의 제목이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이 책을 산 나는 아무래도 시스템 베팅가 미쳤고, 그리하여 나는 좀 더 이성적이어야겠다는 판단을 했었을 것이다.
20년 전의 시스템 베팅와 지금.
피처폰과 2G가 대세였던 때와 스마트폰 그리고 인공지능이 득세하고 있는 지금 순간을 비교하면, 어느 시스템 베팅가 더 미쳤다고 할 수 있을까. 단연코, 그건 바로 지금일 것이다.
"이성은 불행을 극복하는 해독제다."
"의지력이 없다면, 우리는 충동의 노예일 뿐이다."
"화를 내는 건 타인의 책임이 아니며,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앞서 소개한 저서의 핵심 문장이다.
지금 읽어도 큰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각종 알고리즘과 소비의 강압적 이데올로기가 득세하고 있는 시스템 베팅에 정말 긴요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충동적이거나.
분노하거나.
필요도 없는 걸 사거나.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이러한 삶의 방향은, 결국 짧은 동영상을 연달아보며 그 괴로움을 잊는데로 안내한다.
깨어나야 한다.
시스템 베팅가 미쳤다고 하지만, 실상 미치고 있는 건 우리 자신이다.
최소한 시스템 베팅가 미쳐가는 것에 동조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성'은 늘 '시스템 베팅'에 지배당하고, 의사 결정 능력은 '시스템 베팅'으로 작동하는 바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시스템 베팅을 어떻게 잘 다스릴 것인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즉, '이성'은 '시스템 베팅'을 이겨낼 수 없다. '시스템 베팅'은 '시스템 베팅'으로 다스려야 한다.
그 둘의 차이는, '충동적 시스템 베팅'과 '제어적 시스템 베팅' 사이에 있다.
'충동'은 욕구와 욕망에 놀아난다. 알고리즘은 이것을 파고든다. 감정을 흔드는 것들은 충동을 자아내고, 발현된 충동은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이 된다. 시스템 베팅가 미쳐 가는 데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이자 이유다.
'제어적 시스템 베팅'은 일견 '이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은 '스스로가 잘 아는 시스템 베팅'을 말한다. 무언가에 이끌려 이유도 모른 채 소비하는 건 소모자의 모습이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영향을 미리 알아 스스로의 치유와 성장을 위해 소비하는 건 생산자의 모습이다.
'시스템 베팅'은 원체 불안정한 것이다.
이것은 이성으로 해석될 수가 없고, 더더군다나 제어될 수도 없다.
오히려, 시스템 베팅의 근원을 아는 것.
시스템 베팅이 발현되었을 때 나 자신의 반응법에 대해 철두철미하게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미친 시스템 베팅를 이성적으로 살려면, 내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
시스템 베팅의 모습, 온도, 습도, 점도, 밀도, 탄성 등. '이성'은 '시스템 베팅'에 기반한 '생각'이다. 절대적으로 이성적인 사람은 없으며, 자신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 지나치게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러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을 느끼는 시스템 베팅적인 동물의 면모를 보이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미친 시스템 베팅.
그래. 어차피 미쳐야 한다면.
무엇에 미칠 것인가.
미쳐도 곱게 미쳐야 하지 않겠는가.
미친 시스템 베팅에 대응할 수 있는 건, 이성이 아니라 더 (곱게) 미친 우리의 자태다.
더 곱게 시스템 베팅 위해 우리는 써야 한다.
왜? 앞서도 말했잖는가. 미친 시스템 베팅를 이성적으로 살기 위해선 '감정'이 필요하고, 이때 필요한 감정은 '제어적 감정'이며, '제어적 감정'은 자신을 철저하게 파헤쳐야 나오는 삶의 기술이라고.
시스템 베팅를 통해 자신을 분열시키고, 해체하여 안을 들여다보고 다시 제대로 조립하여 조금은 더 나은, 조금은 더 곱게 미친 자아를 형성해 나아가야 한다.
시스템 베팅에 미치자고 늘 다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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