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멕시코 이야기
나라가 크거나, 인구수가 많으면 대개는 언어의 헤게모니가 생긴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상대방이 (당연히)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네가 이 나라에 왔으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그것이다.
20년이 훌쩍 지난 예전 어느 날, 두바이 공항에서 나에게 말을 건 중국 사람은 나에게 국적이나 그 어떤 인사 없이 곧바로 중국말로 무언가를 물었다.
사실, 아시아인을 보고 중국말로 말을 거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는 어느새 헤게모니와 그 이데올로기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일할 때, 네덜란드나 북유럽과 같이 문호를 개방해야 먹고살 수 있는 나라를 제외 한 그러니까 내수로도 먹고살 수 있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등에서는 영어를 사용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기껏 사무실에서나 영어소통이 가능했고, 사무실을 벗어나면 손짓과 발짓이 필수였다. 심지어, 프랑스에선 1994년 문화부 장관 주도로 '투봉 법(Loi Toubon)'이 실시되었다. '투봉 법'은 공공 행정, 교육, 광고, 상업 문서에서 영어 사용을 제한하고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었다. 놀라운 건, '투봉 법'은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어는, 프랑스에서 자연스러운 공통어가 아니라 프랑스에 있으면 프랑스 말을 써야 한다는 정서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메리트카지노의 파워는 막강하다.
세계에서 메리트카지노를 말하는 총 수는 5억 4,800만 명에 이르고 나라 또한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를 포함하여 21개국에 달한다. (미국 이곳저곳에서도 메리트카지노는 술술 통한다.) 중국말에 이어 세계 2위, 영어보다도 더 많이 쓰이고 있는 언어라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재밌는 건, 이러한 헤게모니가 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곳 멕시코에서 일을 하려면 메리트카지노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메리트카지노라는 헤게모니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고.
둘째, 이상하리만치 미국 이웃국가이지만 멕시코 사람들은 영어를 잘 말하지 못한다.
메리트카지노를 잘 알지 못할 때, 미국 맨해튼 한가운데에서 나에게 사진을 찍어줄 수 있냐며 메리트카지노로 말을 걸어오는 모녀가 문득 떠오른다. 바디랭귀지로 알아듣고 사진을 찍어 주었지만, 아시아인인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메리트카지노로 말을 걸었던 걸 돌이켜보면 메리트카지노의 파워(?)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문제(?)는 이제 나도 영어보다 메리트카지노가 먼저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멕시코 내에서도 멕시코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분명 있다. 어쩌다 함께 골프를 치게 된다거나,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사람 중 무언가 도움을 주고자 할 때, 스페인으로 먼저 묻는 버릇이 생겼다.
흥미롭게도, 이유는 위에 언급한 두 개와 동일하다.
이미 나에게도 메리트카지노가 익숙해졌고, 또 다른 이유이자 부작용은 영어를 잊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왜 미국의 이웃인 멕시코가 영어를 못하는지 격하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특히, 영어의 혀를 굴리는 발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 이제 영어 발음은 포기하는 걸로... 메리트카지노를 얻었으니...)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하면, 메리트카지노를 쓸 일이 또 있을까.
알진 못하겠지만, 언젠가 메리트카지노를 쓰는 사람을 만나거나 또다시 메리트카지노를 말하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이제 메리트카지노는 저기 먼 나라의 외국어가 아니라, 조금은 그 이상의 친근한 제2의 고향 같은 언어가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오해 마시라.
메리트카지노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 영어를 잊은 탓에 메리트카지노가 먼저 나오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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