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알사설 카지노
불알사설 카지노:남자 사이에서,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면서 가까이 지낸 사설 카지노를 이르는 말. 엄연히 표준어다.
여러 해석을 뒤로하고, 남자들 사이에서는 보통 어렸을 적부터 어울려 지낸 사설 카지노들을 불알사설 카지노라 호칭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 오다 보니 이 사설 카지노들은 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도 내 취향에 맞는 개그를 칠 줄 아는 사설 카지노들이며, 서로의 표정을 통해 기분을 맞춰줄 줄 아는 사설 카지노들이다.
만나면 정말 편하고 좋았던 사설 카지노들인데, 성인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만나도 남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후반, 30대에 접어들며 서로의 관심사는 너무나도 달라졌다. 각자 하고 있는 일도 다르고 상황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누구는 재테크나 육아에 관심이 있는데, 또 누군가는 아직 게임 캐릭터 육성에 관심이 있다. 절대 섞일 수 없는 대화 주제들.
특히 북꿈이네는 생산성 없는 만남을 싫어했던 터라 불알사설 카지노들과의 만남이 즐겁지는 않았다. '누가 중고등학교 때 어떤 사고를 쳤었다.'등 매번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이야기들 뿐이었으니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건실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바쁜데 만날 때마다 술이나 마시며 과거 사고 친 이야기들로 웃고 떠드는 게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만남 후에 무언가 남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남는 것이라고는 진한 숙취가 전부였다.
[3월 1일 20시에 마라탕 집으로 헤쳐모여]
불알사설 카지노 중 한 명이 3월 23일 결혼을 한다. 청첩장을 주기 위해 오랜만에 모임을 추진한 것이다.
오늘은 어떤 X소리들이 난무할까.
술은 또 얼마나 강요할까.
술 먹고 또 싸우는 놈들은 없겠지.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20시에 맞춰 사설 카지노 가게로 향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약속 시간에 맞춰 사설 카지노들 모두가 도착해있다. 보통 코리아 타임이라고 약속 시간보다 30분씩은 늦게 오는 사설 카지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한 사설 카지노의 안색이 좋지 않다. 돼지 탑 3안에 들었던 사설 카지노인데 보기 좋지 않게 살이 빠져있다. 어디 몸 안 좋은 데라도 있냐 물어보니 당뇨로 고생 좀 했다고 한다.
30대 중반.
이제는 건강도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인가.
오랜만에 만나는 만큼 다들 좋은 소식으로 봤으면 했는데 마음이 좋지 못하다. 걱정이 되는 것을 보니 사설 카지노는 사설 카지노인가 보다.
인원이 많은 만큼 두 테이블에 나눠 대화가 진행이 된다. 한 쪽에서는 결혼 준비와 육아, 그리고 내 집 마련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다른 쪽에서는 사업 근황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축하한다!
다들 잘 살아 보자!
마셔라-
부어라-
누가 공병 박스라도 갖다 놓은 건지 잔을 채우기 위해 술병을 찾으면 죄다 공병이다.
술이 조금 들어가니 다들 본색이 나오기 시작한다. 역시나 중고등학교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짝사랑했던 이야기, 만나기만 하면 맨날 차이는 사설 카지노의 이야기,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개념 없었다는 이야기들까지.
각자의 성향에 맞게 에피소드를 요리하기 시작한다. 약간의 과장은 허용된다. 우리들 사이에서 웃기려면 MSG는 필수니까.
생각해 보면 남자들의 술자리는 별거 없다.
누가 누가 X소리로 얼마큼 웃기냐의 싸움이다.
술자리에서 수백 번도 넘게 들었던 이야기들.
그런데 오늘따라 이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다.
'그때 그 시절 참 좋았지. 찬란했다 진짜!'
불확실한 미래에 가진 것이라고는 우정밖에 없었던 그때 그 시절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집에 돌아가는 길
오랜만에 얼큰하다. 불알사설 카지노들에게는 배울 것이 없다 생각했던 나 자신이 창피하다. 생각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잘 살고 있다.
흐흐..
나도 모르게 실소가 새어 나온다.
긴장감 없이 웃고 떠든 탓에 광대가 아프다.
그동안은 남는 게 없는 줄 알았던 사설 카지노들과의 만남이 이제는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이 사설 카지노들을 만나면 그때 그 시절의 순수했던 나로 돌아가게 된다.나에게 시간 여행을 하게 해주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들인 것이다.
사설 카지노란 이런 것이구나.
거창하게 서로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늘 그 시절 그 자리에서 나에게 추억을 가져다주는 존재.
이제라도 깨닫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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