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쿨카지노 호는 당황스럽다. 분명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그 탐사선의 임무는 <마지막 행성 탐사였다. 고향인 지구보다 태양으로부터 30배는 더 멀리 떨어진 그곳은 빛도 900배나 적게 받는 황량한 곳이다. 강력한 태양도 땅을 데우지 못하는 약 60억 km 떨어진, 아직 어떤 탐사도 이루어지지 않은차가운 미지의 행성, '명왕성'.뉴 호라이즌스 호는 그곳으로가게 되었다. 9년이나 가야 하는 긴 여정이었지만, 탐사선은 그 정도의 명예를 얻을 수 있다면 감내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아직 목성을 채 지나지도 못한 여정의 초반. 뭐? 명왕성이 더 이상 행성이 아니라고? 그럼 마지막 ‘행성’을 탐사하는 임무는 어떻게 되는 건지. 뉴 호라이즌스 호는 정말 당황스럽다.
9년 임무의 겨우 7개월째, 뉴 쿨카지노 호의 경로: 변경 없음, 뉴 쿨카지노 호의 일정: 변경 없음, 뉴 쿨카지노 호의 목표: 변경 없음, 뉴 쿨카지노 호의 영광, 명예, 칭호: 큰 변동이 있을 예정.
뉴 쿨카지노 호의 사라진 영광은 누구 탓을 해야 하나.참고로 명왕성은 잘못이 없다. 다 인간들의 잘못이다.
명왕성은 1930년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에 의해 발견됐다. 유럽의 천문학자들이 발견한 천왕성과 해왕성과는 달리, 미국에서 미국 천문학자가 미국 천문대에서 미국 망원경으로 찾은 행성인 명왕성은 미국 사람들이 사랑한 행성이었지만, 발견된 지 겨우 반세기, 1990년대 들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해왕성 너머에서 명왕성과 비슷한천체들이 속속 발견된 것이다. 어쩌면 명왕성은 지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행성’이 되기엔 특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미국은아랑곳하지 않고 2001년 뉴호라이즌스 호를 계획하며 태양계마지막 '행성'인 명왕성 탐사를 준비했다. 발사를 1년 앞둔2005년,명왕성보다 질량이 큰 에리스가 발견되며 위태롭던 명왕성의 발밑이 기어코 무너져 내렸다.명왕성보다 큰에리스도 행성이 되어야 하나,앞으로 더 먼 우주를 보면 이런 천체들이 계속 발견될 텐데 그들도 다 행성인가, 천문학자들이 고민하는 사이 뉴 호라이즌스 호는 2006년 1월 예정대로명왕성으로 출발했다.
그해 8월, IAU가 소집된다. '행성'을 정의할 때가 왔다. 1. 태양 주변을 돌아야 한다. 2. 둥근 모양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질량이 커야 한다. 3. 궤도 장악력이 있어야 한다.명왕성은 자신의달 '카론'에게도 휘둘릴 만큼 중력이 약해궤도를 장악하지 못했다.3번 조건을 넘지 못한 것이다.이미 행성으로 결정된 것을 번복하기 싫지만, 오히려 지금이 바로잡기 좋은 때다. 더 좋은 기술로 더 깊이 관측해 걷잡을 수 없이 많은 행성이 생겨나기 전, 명왕성은 왜행성이 되었다. 그렇게‘134340’이 되었다.
행성이든 왜행성이든 임무는계속된다. 명왕성, 아니 134340을 향해 가는 뉴 호라이즌스 호를 멈출 수 없다. 2015년 7월, 탐사선은 명왕성 상공 12,500km 위로 지나며 처음으로 선명한 명왕성의 모습을찍었다. 사람들은 희미한 태양빛을 받아 빛나는 연분홍색의 명왕성을, 태양계 끝에 서 있는 왜행성을, 뉴 호라이즌스 호 덕분에 가까이서볼 수 있었다.
우리는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하는 순간부터 대화를 시작한다. 내가 찾은 복선을 자랑하고, 친구가 추측한 소품의 의미를 흥미롭게 들은 다음 본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의 그 대사는 어떤 의미였을까? 악역의 입장이 이해되는 것 같지 않아? 내가 그 순간에 있었다면 이랬을 거야. 등장인물의 가치관에 관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목소리가 커질 때도 있다. 카페로 자리를 옮기고, 저녁을 먹으러 갈 때에도 토론은 계속된다. 집에 돌아와 켠인터넷 속에선 세계 곳곳의 사람들로부터더 많은 의견이 쏟아진다. 같은 쿨카지노를 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상상도 못 한 이야기다.
영화 A는 유명 동화 속 공주님이 등장하는 영화였다. 흰 피부에 빨강 머리를 한 애니메이션 속 공주님은 실사화가 되자 흑인 공주님으로 바뀌었다. 원작 파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어린 시절 추억이 사라졌다며 분노한 어른들이 불만을 토로했다.하지만, 이 영화는흑인 여자아이들에게 본인도 동화 속 공주님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같은 영상을 본 아시아인과 흑인은 다른 생각을 한다.
영화 B에서는 두 명의 히어로가 서로 맞섰다. 히어로가 규제가 없어 말썽을 부리니 정부에서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파와 자유 의지로 인류를 지켜야 한다는 파로 나뉘어 내내 싸웠다. 영화가 개봉하자 팬들도 자연스레 각자의 진영을 정했다. 전 국민이 주민 등록 제도 아래 지문을 국가에 제출하는 게 익숙한 사람들은 ‘정부에서 관리 감독하는 파’를 지지했다. 반면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등록제가 웬 말이냐며 ‘자유 의지 파’를 지지했다. 같은 영화를본 관료주의자들과자유주의자들은 다른 생각을 한다.
쿨카지노 C는 디스토피아 세상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이 용감히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는 나에겐 킬링 타임 용 액션 쿨카지노였다. 그 쿨카지노는 군부 독재 정권 아래의 태국 사람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쿨카지노 속 주인공이 체재 저항의 표시로 든 손가락 세 개는태국 민주 시위의 상징이 되었다. 같은 쿨카지노를 본 다른 정부의 두사람은 다른 생각을 한다. 쿨카지노 D는 어릴 적 나에게 환상적인 상상 속 세계를 영상으로 만들어줬다. 매일 침대에 누워 쿨카지노 속 세계를 누비는 꿈을 꿨다. 그 속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주인공보다 내가 더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른이 되어 다시 본 쿨카지노 속 세계는 어린이들에게 노동을 시키며 험한 모험을 떠나게 종용했다. 현실이었다면 노동청, 아니 청소년 보호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같은 쿨카지노를 본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생각을 한다.
쿨카지노는 영상으로 그 자리에 변하지 않고 존재함에도 관객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된다. 쿨카지노의 정체성은 누가 만드는 것인가. 분명 감독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완성된영화를 보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우리 관객들이다.
같은 천체를 두고도 행성이었다 왜행성이 된 명왕성을 보고 뉴호라이즌스 호는 당황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지구의 인간들은 조금 미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명왕성은 한 번도 자신을 바꾼 적이 없다. 우리 인간의 생각이 달라졌을 뿐이다. 더 넓은 태양계를 관측하고 나면 명왕성은 또 다른 무언가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더 넓게 본다. 더 깊이 본다. 더 많이 본다. 그러면 또 생각이 달라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