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검토하기
아들이 앞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포커을 써갔더니 선생님께서 아들의 이름을 말하며 콕 찍어 잘했다고, 친구들 앞에서 상으로 캐러멜 하나를 받았다고 했다.
어찌나 밝게 웃던지,하교하는 내내자랑이란 자랑을 엄청나게 늘어놓았다.
자신감이 생긴 나머지 책을 많이 사달라고, 많이 읽고 포커도 많이 쓸 것이라 했다.
늘 읽던 책만 읽기에 정리했는데, 결국 급한 대로 쿠팡에 저학년 추천 도서를 검색하여 세트로 구매했다.
학교 도서관을 이용해도 좋지만, 1학년 때 잘 가던 도서관을 2학년 때는 이용을 주저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말을 안 해준다.
어쨌든, 책 읽기는 틈틈이 해왔지만 글밥이 많은 것은 잘 안 읽으려 하거나, 엄마와 함께 읽어야 했다.
그러나 오늘은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포커을 쓰고 있으니, 어떻게 기특하지 않을 수 있을까?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내용을 힐끗 보았다.
어쩜, 내가 쓴 글 같았다.
역시 난 포커...?
한 줄 한 줄이 다 내 마음 같다.
뭐 이런...
꽤 많은 글밥을 빠져들 듯, 한 번에 다 읽고 포커을 쓰는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책을 건네받아 읽어봤다.
저학년 추천 도서라지만, 여전히 내 속마음을 써 내려간 듯 유치뽕짝에 귀여움까지 엿보고 나니, 나의 공감 능력에 스스로 칭찬하며 다시 어려진 느낌이다.
그러게, 어릴 때나 지금이나 왜 솔직한 표현을 못 하고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지, 내 안에 착한 나와 착하지 않은 내가 늘 싸우는 것이 못마땅하다.
주인공 친구처럼 '네네'병에 걸려 살아온 것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참, 너나 나나...' 싶었다.
아들이 포커을 다 썼다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게 되는 묘한 끌림이 좋았다.
아들에게 엄마도 책 내용을 알아야 포커을 검토할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며 마저 읽었다.
문득, 나도 저학년을 상대로 글을 쓴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훅 들어오더니 피식, 웃어넘긴다.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느낀 점을 써 내려간 포커을 확인하며 나는 아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솔직하게, 당당하게 의사 표현을 해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거네?^^"
"네~! 말 못 하면 속상하고 눈물 날 것 같아요~!"
"속으로 끙끙거리지 않게 그때그때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자~^^"
"네~~^^"
나도 엄마로 살면서 아직도 거절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현실인지라, 포커만큼은 똑 부러지게 의사표현을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면 간절하다.
포커아, 엄마는 늘 네가 우선이고, 최고야..♡
포커만큼은 마음 단단하게 만들어줄게.
엄마 믿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