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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해원 Apr 19. 2025

레부카지노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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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서 2025년으로 넘어오는 사이 시간에 레부카지노 산문 두 권을 읽었다. 시간의 흐름에서 <끝말잇기 시리즈로나온 두 권의 책. 이 시리즈는 총 열 권으로 마무리되는데,책의 제목이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고 마지막 단어는 다음 책의 제목과 이어진다. 커피와 담배, 담배와 영화, 영화와 시, 시와 산책, 산책과 연애, 연애와 술, 술과 농담, 농담과 그림자, 그림자와 새벽, 새벽과 음악. 이어지는 언어의 흐름 레부카지노서 시작하는 책들이어서 그런지 (고작 두 권밖에 안 읽었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완결되었다는기분보다 어딘가에서 다시 이어질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서 내가 읽은 책은 한정원 레부카지노의 <시와 산책, 그리고 이제니 레부카지노의 <새벽과 음악이다. 나는 이 책들을 서로 다른 두 개의 책모임을 통해 읽게 되었는데, 우연히 시기가 맞아 연이어 읽게 되었다. 모임이 아니었으면 읽지 않았을 책들을, 때마침 연이어, 그중에서도레부카지노들의 책으로만. 우연이란 정말이지 신비로운 것.


두 권의 책을 읽고 느낀 것이 있다면 레부카지노 산문을 읽고 나면 몸이 나른해진다는 것이다. 고독과 고요와 어떤 심연 속에서 오래도록 응시해 본 사람들의 언어를 읽고 나면 더불어 몸과 마음이 묵직해진다. 이를 테면 이런 문장들.


걷다가 죽어가는 벌레 곁에 있어주고, 창을 내다보는 개에게 인사하고, 고양이의 코딱지를 파주며 탕진하는 시간이 나는 부끄럽지 않다. 그 시간의 나는 진짜 ‘나’와 일치한다. 또한 자연이나 스치는 타인과도 순간이나마 일치한다. 그 일치에 나의 희망이 레부카지노. (...) 언덕 서너 개와 구름 한 점. 그 안의 무한 그리고 무(無). <시와 산책 p.157

인간은 가장 어둡고 낮은 곳에 이르러서야 나의 자리를 넘어 너의 자리로, 생 이전과 이후의 어두운 빛을 발견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떠한 의도도 과장도 없이 그저 그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다른 누군가의 상처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얼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살아났고 살아냈고 다시 살아나가고 레부카지노고 말하는 문장의 걸음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결엔가 삶 쪽으로 바짝 붙어 있는 자심을 발견하게 됩니다. <새벽과 음악 p. 171

쓸쓸해서 아름다운 옛날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 곡선을 그리며 낡은 그네를 영원히 밀어 올리고 레부카지노. (...)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기는커녕 점점 더 선명해지는 빛과 그림자가 레부카지노. <새벽과 음악 p. 235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뭘 써야겠는지도 모르는 채 떠밀리듯 하루하루 살아간다. 제멋대로 연재를 쉬어 가는 것도 3주가 되었다. 이제는 글이라는 것을, 문장이라는 것을, 글자라는 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방법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고 있다가 문득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있는 건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눈물을 흘리면 레부카지노의 마음이 떠오른다. 레부카지노은 누구보다 눈물을 많이 흘려본 사람 일 테니까.


그늘 레부카지노 몸을 둔 채로 볕을 보는 사람, 내 몫의 볕이 있음을 아는 사람, 볕을 벗어나서도 온기를 믿는 사람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와 산책 p.97

세상과의 결속에서 틈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나의 내면이 나의 존재와 끊어지지 않으려 분투하고 레부카지노는 증거일 수도 레부카지노. 내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 영영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계속 시도해 보겠다는 의지 같은 것. <시와 산책 p.125

추운 하루였고 많이 걸었다. 걸으면 무언가를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어서 좋다.(...) 더 이상 그리운 것이 없을 때 우리는 무엇으로 시를 쓸 수 있을까 언니, 라고 적혀 있었다.(...)오래 간직해 온 그리움이 떠나간 자리에는 그리움이라는 낱말로는 다 가릴 수 없는 잔상이 일렁이며 흘러가고 있었고. 그것들이 흘러가는 자리를 그저 뒤따라 걷는 것으로 레부카지노 시간 속에서 잠깐 사라지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새벽과 음악 p.87


나는 이 글을 밥을 먹으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운전하면서, 학원 간 아이를 기다리면서, 아이들이 수십 번 부르는 소리에 귀를 닫은 채 쓰고 있다. 그럼에도 틈을 보이고, 어긋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며 더듬더듬 글자를 적어본다. 고양이의 코딱지를 닦아 주는 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레부카지노의 마음을 따라, 나 또한 흘러가는 날들을 부끄러워하지 않아 본다. 그렇게 묵혀둔 날들이 시와 같은 문장이 되길 바라며, 결국엔 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글쓰기로부터 끝없이 도망가려는 두려움과 글쓰기 속에서만 무한히 살아갈 수 있는 모종의 희열 속에서. 나의 책상은 모르는 사이 무성히 자라레부카지노 넝쿨식물의 빛과 어둠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고.<새벽과 음악 p.115


나는 다시 레부카지노 산문을 꺼내든다. 오래전에 사두고 펼쳐보지 못한 메리 올리버의 <완벽한 날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는 또 한 번 기지개를 켜게 될까. 잡동사니만 가득 쌓여 있는 내 책상 위를 빛과 어둠으로 자라나는 넝쿨 식물로 무성히 채울 수 있는 날이 올까. <완벽한 날들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너는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몇 번이고 입 안에서 문장을 중얼거려 본다. 그리고 나는 혼자 이렇게 중얼거린다. “이렇게 살아있다.”


(202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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