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러는 걸까요?
얼마 전 관공서에 용무가 생겨 바카라사이트과 함께 외출을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뒤따라 가던 내 눈에 바카라사이트이 출입문 앞에서 문이 안 열리는지 문을 옆으로 밀었다가, 문 뒤로 떨어져서 천장을 보다가 다시 바싹 붙어 문을 밀어보다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가가서 보니, '헐.'
'출입문, 누르세요' 심지어 빨간 글씨로쓰여 있어서 눈에 확 들어온다.
바카라사이트 어깨를 톡톡 건드리고 손가락으로 글씨 판을 가리킨다.
민망한지 바카라사이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버튼을 누르고 휙 들어간다.
담당 창구 앞에 앉았다.직원이 묻는 말에 통역하거나 내가 대신 대답한다.
우리 바카라사이트이 외국인이냐고? 천만에 순종 한국인이다.
우리 바카라사이트이 무학력 자이냐고? 천만에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글로벌 기업에서 영어로 40년을 근무한 경력자다.
바카라사이트은 나와 하는 일상 대화에서도 못 듣거나 엉뚱하게 답한다.
보청기를 하라고 하면 벌컥 화를 낸다. 자기는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나 불편함이 없단다.
"내가 불편하다고!'
얼굴에 검댕이가 묻은 사람과 안 그런 사람이 만나면 검댕이 묻은 사람이 거울을 본다고 했다.
워낙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남의 말 듣기를 힘들어하고, 필요할 때자기 생각만 말하던 바카라사이트은 불편함이 없으니 자신이 정상이란다.
정년퇴직 후 바카라사이트의 사고방식은 '왕년에 라떼는',언어와 행동은 점점 80년 대 TV 방송에 나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던시골 어르신 출연자 같다.
용무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와 다시 주차장을 가는 출입문 앞에서 또 바카라사이트은 버튼을 마구 눌렀다가 천장을 바라보다가 다시 버튼을 눌렀다가 난리다.
좀 천천히 내려가지. 그럴 땐왜 그렇게 몸이 잰 지 후다닥 나보다 먼저 계단을 내려가더니...
바카라사이트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천천히 힘주어 말했다.
"자, 지금 누르고 있는 버튼 바로 1mm 위를 봐. 뭐라고 쓰여 있어? 이번엔, 오른쪽 벽면을 봐."
'.......'
"여기를 누. 르. 라. 고!'
누르지 말라고 쓰여있는데 구태여 그 버튼을 누르고 천장을 쳐다 보고 또 누르고, 왜? 왜? 왜냐고!
이런 일이 한두 번이랴.
20년 전 일이 생각난다.
역사유적지에 가서는 안내문을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만 읽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숙종이 묻힌 능이래."
<숙종이...... 어쩌고 저쩌고...... 00 왕과 000을 기리기 위해...... 조성했고,... 업적과... 어쩌고... 00 왕은.... 저쩌고 하다가...... 00년 돌아가셨다
실은 이런 글이었는데, 숙종만 죽여 묻어드렸다.
글씨 혐오증이 있는 걸까, 난독증일까?
"요즘 태어났으면 논술때문에 대학 못갔다. 아셔?"
'젊어서 새던 바가지 늙어서도 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