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고민인가요?
업카지노 때문에 헤어지는 연인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주던 유명 강사의 강연을 아주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강사는 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오해가 쌓이면 일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예를 든 것이었는데, 난 그냥 그 '업카지노' 이야기가 하고 싶다.
딸이 일이 있어 초등학생 손녀 둘을 맡긴 날이었다. 점심을 먹고 집에서 놀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내가 즐겨 다니는 산책길을 걸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이들이나 나나 점심을 과하게 먹은 지라 그다지 배는 고프지 않았다. 그렇다고 안 먹고 거르자니 밤늦게 배고플 것 같기도 하고 어쩔까 하는데마침 치킨 집이 보였다.
치킨을 먹어본 적이 일 년인가 이 년인가. 더구나 치킨은 배달만 하는 것 같아 (생맥주 파는 곳에서 안주로 파는 곳 말고, 동네매장에서 먹을 수 있는 진짜 치킨만 파는 치킨집이 있나요?) 먹어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 우리 부부는 동네에 배달 음식이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0달의 민족' 같은 앱은 사용하지도 않던 터였다.
가게로 들어가 치킨 한 마리를 사 들고 왔다. 그 가게 역시 주문 배달만 하는 곳이었다.
집에 도착해 식탁에 치킨을 펼쳐 놓았다. 막내 손녀가 "난 닭다리~" 하며 닭다리 하나를 자기 앞에 놓는다.
절임 무를 덜어 놓을 앞 접시를 갖고와 보니 나머지업카지노 하나가 남편 앞에 떡 하니 올려있다.
순간 어이가 없어 3초간 입을 벌린 채 업카지노를 보았다.
"여보!"
"......."
자기 앞에 갖다 놓은 업카지노를 바라보다, 빈 접시 앞에 놓고 먹기를 기다리는 또 다른 손녀를 바라보다,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남편은 어색한 바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난 매몰차게 남편 앞에 놓인 업카지노를 낚아채서 손녀 앞에 놓았다.
또 어느 날, 둘째 딸 가족이 왔다.
그날도 저녁은 간단하게 먹자 하고 나갔는데 가려던 식당이 문을 닫았다. 마침 바로 옆이 그 치킨 가게였다. 지난번 오랜만에 맛있게 먹은 그 맛이 생각도 나고, 점심을 잘 먹었으니 이번에도 치킨으로 때우자 하고 양념 한 마리, 후라이드 한 마리씩을 사 왔다.
"잘 먹겠습니다."
"어서 먹자."
업카지노를 집어 두 아이들 앞에 올려주었다.
그리고,
아, 1초간 고민이 생겼다.
업카지노 4개, 사람은 6명. 누군가 두 명은 닭다리를 양보해야 한다.(이럴 때 업카지노보다 가슴살이 좋다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 가족 중에는 없다.)
그럼 나머지 두 개의 업카지노 누가 먹을 것인가.
남편과 사위에게 주어야 하는가? 남성을 우선시하던 가부장적 사회의 우리 엄마 시절이라면 그렇게 했을 듯하다.
딸과 사위를 주어야 하는가? 그럼 장유유서 따지지 않더라도 모양새가 그렇다.
남편과 딸에게? 이건 나도 싫고 사위도 언짢아할 것 같다.
나와 남편이 먹는다? 남편은 흔쾌히 먹을 듯 하지만, 난 불편해서 먹다가 체할 것 같다. (보통 내 나이의 여성들이 먹을 것 앞에서 자신을최우선으로 챙기며 산 적이 있을까? 생선구이를 해도 부서진 것은 내 접시에, 모양새가 예쁘게 구워진 것은 남편에게 주고 있는데.)
아이, 불편하다. 어떻게 나누어도.
난 알아서 다른 부위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당연히 남편은 닭다리를 집어 들었다. 나머지 하나의 업카지노 누가 먹었는지 모르겠다. 난 왔다 갔다 물도 가져오고, 앞 접시도 나르고 김치도 담아 오고시중을 들었다.
업카지노 누가 먹어야 할까?
왜 업카지노 두 개여서 이렇게 고뇌에 빠지게 하는 걸까?
'업카지노' 앞에서 여성학과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