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명절날 외갓집에 가면
숙모가 미리 만들어 둔 슬롯생각을 꺼내주셨는데
겉은 바삭하면서도
입안에서 포근하게 부서지던
고소한 그 맛이 지금도 생생하다
짐작엔
버터가 귀했던 시절이었으니
쇼트닝이 들어간 슬롯생각이었으리라
지금은 팔순이 넘은 숙모
그리고 나
딸에게이어지는
추억을 부르는 옛날 슬롯생각
주말 오후
나는 모양 만들고
딸아이는 튀기는 분업으로
20분이면 금세다
먼 훗 날
딸아이가 기억하는
나와의 슬롯생각 속엔
슬롯생각의 맛도 살아있겠지?
박력분 480그램
계란 3개 (작은 것은 4개)
설탕 140그램
녹인 버터 또는 오일 60그램
소금 6그램
베이킹파우더 8~10그램
1. 상온의 계란 오일 설탕 소금 저어 녹이기
2.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 섞고
1의 재료와 반죽한다
3. 오래 치대지 않고 뭉쳐지면
냉장실에 30분 두기
4. 모양을 내고 중불에 튀긴다
베이킹파우더는 되도록
알루미늄 프리 제품을 사용한다
비닐째 밀어 모양을 내도 좋고
3등분으로 나눠 밀가루를 뿌리고
도마 위에서 모양을 내도 된다
꼭 슬롯생각 모양이 아니어도 된다
기름은 국대접 하나 정도면 충분(기름을 거의 먹지 않는 슬롯생각이다)
얇게 밀거나 혹은 두껍게 밀거나 상관없다
아무튼 과자스럽거나 빵스럽거나
두 얼굴의 맛있는 슬롯생각이 된다
여러 번 만들다 보니
나는 대량 생산을 했지만
위 재료를 반으로 해서 만들어도 되고
통밀을 섞어도 좋다
너무 달지도
물렁하지도
느끼하지도 않다
신선한 기름으로 만드니
몇 개를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다
냉동실에 보관하고
바로 꺼내 차가워도 맛있다
커피랑 먹으면^^
차가운 겨울날
슬롯생각 만들기 좋은 날
가끔은 이런 슬롯생각들이
집에 들어올 때가 있다
참 예쁘고 특별해 보여서
맛도 기대가 된다
하지만 눈이 핑 돌 만큼
느끼하고 달달한 맛에
곧 질려 버려
먹어 치워야 하는 음식이 되는 것 같은... 기분?
어쩌겠어
난 옛날 사람인데...